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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망한 제주 교사 유족, 휴대전화 기록 공개
제주 중학교에서 숨진 교사가 학생에게 보낸 메시지. 유족 제공

“○○아, 아프면 병원 들러서 학교 오세요.”

지난 22일 제주의 중학교 교내에서 사망한 채 발견된 40대 교사의 휴대전화 카카오톡 메신저에는 마지막까지 학생 ㄱ군을 존댓말로 지도하는 메시지가 남겨져 있었다. 중학교 3학년 담임교사인 ㄴ씨가 남긴 유서에는 ㄱ군 가족의 민원으로 힘들다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23일 저녁 제주시의 한 장례식장에서 만난 유족이 공개한 휴대전화를 보면, ㄴ씨는 숨진 채 발견되기 나흘 전인 지난 18일에도 ㄱ군에게 “담임 입장에서 학교 열심히 나왔으면 좋겠다. 마지막으로 담배 못 끊겠으면 담배 줄였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교사는 ㄱ군 누나도 언급했다. ㄴ씨는 “누님한테 항상 고마워 해야 한다. 항상 ○○편에 누님 있다는 거 잊지 말고, 누님 말씀 잘 들어라”고 조언했다. 성인인 ㄱ군 누나는 교사 ㄴ씨와 교육청에 민원을 제기한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그런데도 ㄴ씨는 숨지기 직전까지 학생에게 내색하지 않고 누나의 말을 잘 들으라고 당부한 것이다.

유족은 학기 초인 지난 3월부터 문제가 생겼다고 주장하고 있다. ㄱ군이 병원 진료 등을 이유로 자주 결석하자 ㄴ씨는 무단결석 대신 병가 처리를 하기 위해 증빙서류를 가져와야 한다고 알려줬다. 실제 ㄴ씨가 ㄱ군에게 보낸 카카오톡 메시지에는 ‘꼭 진료확인서 갖고 오세요’라는 글이 남겨져 있었다.

학생 가족이 하루에도 여러 차례 전화한 교사의 휴대전화 기록. 유족 제공

ㄴ씨가 생활 지도를 한 뒤 ㄱ군 누나가 ‘아이가 교사 때문에 학교에 가기 싫어한다’는 취지로 연락해 왔다고 한다. ㄴ씨 휴대전화로 수시로 전화도 걸어와 ㄴ씨가 극심한 편두통과 스트레스에 시달렸다고 한다. 유족은 “밤 12시까지 하루에 13번 개인적인 휴대전화로 연락이 온 적도 있었다”며 “이번 일만 잘 처리되면 병가나 휴직을 고려해보려고 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ㄴ씨가 ㄱ군에게 ‘누나 말을 잘 들으라’고 조언한 다음 날인 지난 19일 누나는 제주시교육지원청에 민원을 넣었다. 학교는 교육지원청의 지시대로 민원 내용이 사실인지 확인에 들어갔다. 그로부터 사흘 뒤인 지난 22일 새벽 0시46분께 ㄴ씨는 학교 창고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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