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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씨와 학생이 나눈 대화 내용 (화면 제공 : 유족)

"마지막까지 제자 걱정하면서, 졸업 못 하지는 않을까 걱정했어요. 마지막엔 밥도 제대로 먹지 못하고 하루하루 보냈어요"

어제(22일) 새벽, 제주 시내 한 중학교 3학년 담임을 맡고 있는 40대 교사 A 씨가 학교 창고에서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 A 씨가 남긴 유서에는 학생 가족의 지속적인 민원 제기로 인해 스트레스가 많았다는 내용이 담겼습니다.

A 씨는 반 학생이 학교에서 담배를 피우고, 무단결석을 하자 병원 진단서를 제출해 최대한 출결을 맞춰보자고 이야기했습니다. 그러나, 지난 3월부터 반 학생의 누나로부터 전화가 걸려 오기 시작했습니다.

3월 5일부터 5월 16일까지 지속적으로 민원 전화는 이어졌습니다. 오전 6시부터 자정 넘어서까지, 반 학생 누나와의 통화 기록이 A 씨의 휴대전화에 고스란히 남아있었습니다. 하루에 12번 전화를 건 날도 있었습니다.

A 씨와 학생 가족 간 통화 기록 (화면 제공 : 유족)

유족 측은 학생 가족이 "선생님 때문에 학교 가기 싫어한다", "폭언하지 않았냐", "인터넷에 올리겠다"는 등의 민원을 제기했다고 이야기했습니다. 이후 학생 가족은 제주도교육청 당직실에 전화했고, 민원을 접수했습니다.

그러나 A 씨는 마지막까지 학생을 걱정하며 지도했던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담임 입장에서 학교 열심히 나왔으면 좋겠다", 누나 말만 잘 들으면 잘될 거라 생각한다", "아프면 병원 들렀다가 학교에 오세요"

유족이 공개한 A 씨의 카톡을 보면, 사망 전날인 21일 오전까지 학생에게 학교는 오라는 내용의 카톡을 보냈습니다.

지난 19일에는 극심한 두통을 호소하며 병가를 사용하려 했지만, 해당 학생의 가족이 학교를 찾아오겠다고 해 병가를 미루기도 했습니다.

결국 A 씨는 세상을 떠났습니다. A 씨의 장인어른은 취재진에 A 씨 혼자 민원을 감당해야만 했다며,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집에서도 수업 준비하던 책임감 있는 교사"

5월 16일 저녁까지 계속된 전화 기록 (화면 제공 : 유족)

A 씨 유족 측은 A 씨가 20년간 교직 생활을 하며 집에 와서도 계속 수업 준비를 하던 열정적인 교사였다고 이야기했습니다. 그러나 최근 일주일간 지속적인 민원에 시달리며 밥도 제대로 넘기지 못했다고 합니다.

A 씨가 몸이 안 좋아서 병원에 다니고 있었는데도, 민원 전화는 끊이지 않았다고 말했습니다.

A 씨의 장인어른은 "학생 지도를 해도, 무조건 교사 잘못이라고 내몰렸다"며 "혼자 애를 썼지만 A 씨는 어디 하소연할 데도 없었다"고 토로했습니다.

"아침에 출근하면서도, 집에 와서도 하루에 수차례씩 연락을 받다 보니까 버틸 수가 없었던 것 같다"며, "학교 측과 이야기하는 과정은 있었지만, A 씨는 학교에 부담을 주지 않으려 하는 마음이 컸다"고 덧붙였습니다.

빈소에는 국화꽃을 든 학생들이 연이어 찾아왔습니다. A 씨의 반 학생은 취재진에 "선생님은 마지막까지도 웃으면서 수업을 하셨다"며 "항상 혼자 책임지는 성격이어서 다른 선생님들도 힘드신 줄 전혀 몰랐다"고 이야기했습니다.

■제주도교육청 대책 유명무실…교육청 "대책 마련"

숨진 중등 교사 빈소 찾은 김광수 제주도교육감

제주도교육청은 지난 2023년 서울 서이초 교사 사망 사건 이후 교육활동보호종합 지원 대책을 내놓았습니다.

교사의 사생활과 개인정보 보호를 위해서 교육청에서 일괄 계약해 안심번호 서비스를 확대 운영하고, 민원대응팀을 운영하겠다는 것이었습니다.

민원대응팀 운영은 교육이 아닌 기관이 대응하는 체계로 마련하고, 학교장 책임하에 운영 창구를 단일화 하기로 했습니다.

당시 김광수 제주도 교육감은 "이 대책의 대원칙은 교사에게 직접 학부모의 전화가 연결되도록 하지 않는 것"이라고 이야기하기도 했습니다.

또 심각한 문제행동을 일으키는 학생에 대한 대응 방안과 관련해서는 "교원지위법 개정이 이뤄지면 매뉴얼에 따라 처리하고, 학생인권조례의 경우 지나치게 학생의 권리만 담겨 학생 의무 조항을 보완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모두 유명무실이었습니다. A 씨에겐 개인번호로 수차례 연락이 왔고, 학생 가족의 민원도 A 씨 혼자 감당해야 했습니다.

학생 가족이 민원을 제기했던 지난 16일 금요일 저녁, 제주도교육청 당직실은 월요일인 19일에 제주시교육지원청으로 민원 내용을 전달했습니다. 제주시교육청은 학교 측에 해당 민원을 전달하며, 민원과 관련한 조치를 취해달라고 전하기만 했습니다.

오석환 교육부 차관은 분향소를 찾아 애도를 표하며 재발 방지를 위한 학교 민원 대응 체계 점검을 강조했습니다.

또 "서이초 사건 이후에 교사들을 보호하기 위한 다양한 제도적 방안을 마련했지만, 현장에는 제대로 작동되지 않는 부분이 있는 것 같다"며 "제주도교육청의 이번 사안뿐만 아니라, 전국적으로 민원 대책 관련한 실행 체계를 다시 점검하겠다"고 이야기했습니다.

■교육부 "제주 교사 사망 사건, 현장 조사 착수 검토"

교육부는 "제주에서 안타깝게 사망하신 선생님의 명복을 빌며 깊은 위로의 말씀을 전한다"며 "현장 조사에 착수하는 것을 검토하겠다"고 말했습니다.

또 "제주도교육청과 공동으로 점검단을 구성해 현장 조사에 착수하는 것을 검토하겠다"고도 밝혔습니다.

또한 17개 시도교육청과 협력하여 학교의 민원 대응 체계가 적절하게 운영되고 있는지 등을 확인하고 향후 경찰조사 및 현장 점검 결과 등을 분석해 '학교민원 처리계획'에 반영하는 등 대책 마련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습니다.

■"누군가의 죽음이 단지 '한 사람의 일'이 아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제주지부는 성명을 내고 교육 당국의 철저한 조사를 요구했습니다.

이들은 성명에서 고인의 명복과 유가족과 동료 교직원, 학생들에게 깊은 위로를 전했습니다.

또 이번 사건이 한 교사의 안타까움 죽음에 머물러선 안 된다고 말했습니다.

사건 발생 이후, 전교조 제주지부 사무실로 적지 않은 교사들의 연락이 이어졌습니다. "내 이야기인 줄 알았어요"로 시작되는 전화가 대부분이었다고 합니다.

과도한 행정, 고립된 민원 대응, 마음을 다했던 학생 관계에서조차 비난받는 상황, 서이초 사건 이후에도 변함없는 교육 현장은 교사들로 하여금 무력감, 좌절감, 분노를 느끼게 한다고 이야기했습니다.

전교조 제주지부는 교육청에는 고인을 둘러싼 교육적 갈등과 심리적 부담이 어떤 상황에서 벌어진 것인지 밝혀 달라고 요구했습니다.

전교조는 엄정 수사 및 순직 인정을 촉구하는 서명에도 착수했습니다. 교육 당국을 향해서도 악성 민원인에 대한 강력한 대응과 실효성 있는 대책 마련, 고인의 순직 인정 촉구 등을 강력히 요구했습니다.

전교조는 내일(24일) 오후 2시 서울 경복궁 인근에서 개최하는 전국교사결의대회에서 A 교사의 추모식을 진행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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