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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경남 김해시 봉하마을에서 열린 고 노무현 전 대통령 16주기 추도식에서 추도식 주제 영상이 나오고 있다. 김영원 기자 [email protected]

“사람사는 세상은 사람이 사람으로 대접받은 사회, 사람이 사람 노릇하고 사는 사회라고 노무현 대통령님은 말했습니다. 지난겨울 역사를 거스르는 매서운 추위를 겪으며, 사람 노릇하며 살기 위해 노력했던 많은 시민 노무현을 우리는 만날 수 있었습니다. 노무현을 기억하며 모인 여러분. 미안함과 죄송함은 좀 줄어들고, 자부심과 당당함을 품고 참석한 수많은 시민 노무현이 여기 모였습니다. 민주주의 최후의 보루는 깨어있는 시민의 힘이라는 대통령님의 말씀을 오늘 살아있는 현실로 만든 우리 모두에게 뜨거운 박수를 보냅니다. 하지만 아직 그 겨울 추위가 다 사라지지는 않았습니다. 완전한 봄이 찾아올 때까지 바다를 포기하지 않는 강물처럼 사람사는 세상을 향해 우리 모두 전진합시다.”

차성수 노무현재단 이사장의 인사말에, 추도식 사회를 맡은 김규리 배우의 목소리가 떨렸다.

문재인 전 대통령 부부와 노무현 전 대통령의 부인 권양숙씨와 아들 건호씨가 23일 추도식장에 입장하고 있다.

“역사의 과제가 남아있는 한 우리는 멈추지 않을 것입니다. 멈출 수 없습니다. 끊임없는 역사의 진보 앞에 여러분 힘을 보태 주십시오. 여러분의 힘이 필요합니다. 민주주의 최후의 보루로서 우리 모두 함께 앞으로 나아가길, 앞으로 나아갈 수 있길 간절한 마음으로 소망합니다”라고 마무리 발언을 하다, 결국 울컥해서 눈물을 흘리며 중간중간 말이 끊겼다.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16주기 추도식이 23일 오후 2시 경남 김해시 진영읍 본산리 봉하마을 고인의 묘역에서 열렸다. 이명박 정부의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에 이름을 올렸던 김규리 배우가 사회를 맡았다.

참배객들이 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 앞에 줄을 서서 헌화하고 있다.

올해 추도식 주제는 “민주주의 최후의 보루는 깨어있는 시민의 조직된 힘입니다”였다. 노 전 대통령이 2007년 6월16일 제8회 노사모 총회에 보낸 축하 메시지에서 따온 것으로, 고인의 비석 받침대에 새겨진 말이다. 지난해 12월3일 밤 윤석열의 내란을 막고 민주주의를 지킨 시민의 힘을 강조하는 뜻으로 올해 주제로 사용됐다.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16주기 추도식 특설무대. 올해 추도식 주제는 ‘민주주의 최후의 보루는 깨어있는 시민의 조직된 힘입니다”였다.

지난해 12월3일 밤 윤석열의 비상계엄 선포 직후 담장을 넘어서 국회에 들어갔던 우원식 국회의장은 추도사에서 “노무현 대통령은 주권자 시민의 힘을 누구보다 깊이 신뢰한 지도자였다. 역사의 진보를 밀고 가는 주체는 시민이고, 시민의 각성과 참여가 시대를 바꾼다는 것을 믿었다. 지난 12·3 비상계엄 사태에서 우리는 그것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며 “그날 밤, 절박한 마음으로 담장을 넘은 것은 저만이 아니었다. 그곳에 ‘깨어있는 시민들’이 있었다. 함께 계엄군에 맞섰고, 응원봉을 들었다. 민주주의의 역행을 막고, 시대를 구했다”고 말했다.

우원식 국회의장은 또 “민주주의 최후의 보루는 깨어있는 시민의 조직된 힘이고 이것이 우리의 미래라던 당신의 말씀 그대로, 지난겨울 우리는 그 미래와 만났다”며 “정치가 약한 자들의 가장 강한 무기가 되는 길을 열겠다. 국민의 마음속에서, 국민 삶의 현장에서 입증되는 민주주의를 꼭 만들겠다”고 덧붙였다.

참배객들이 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에 둘러서서 묵념하고 있다.

노무현 대통령의 통일외교안보특보였던 문정인 연세대 명예특임교수도 추도사에서 “지난겨울 우리는 12·3 비상계엄이라는 황당한 일을 겪었다. 절체절명의 민주주의 위기였다. 그러나 대통령님께서 생전에 강조하시던 ‘깨어있는 시민’ ‘용기 있는 정치인’들이 이를 막아내고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를 지켜냈다”며 “이제 며칠 있으면 대통령 선거가 다가온다. 아무쪼록 대통령님처럼 미래 비전을 제시할 줄 알고, 국익과 원칙, 상식과 순리, 그리고 역지사지에 기초하여 공존과 상생의 대한민국을 만들어 나갈 수 있는 그런 지도자가 나올 수 있도록 잘 이끌어 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23일 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 앞에 줄지어 세워진 조화.

100명의 시민으로 이뤄진 ‘100인 시민합창단’은 노 전 대통령의 상징색인 노란색 옷을 입고 무대에 올라서 ‘광야에서’와 칠레 민중가요 ‘단결한 민중은 결코 패배하지 않는다’를 불렀다.

김상욱 국회의원이 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 앞에서 참배객들에게 둘러싸여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한편, 이날 추도식에는 고인의 부인 권양숙씨와 아들 건호씨 등 유족, 문재인 전 대통령 부부 등 1만5천여명(노무현재단 집계)이 참석했다. 이날 저녁 8시 토론회 때문에 대통령선거 후보들은 아무도 참석하지 못했다. 하지만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는 오전에 미리 들러서 고인 묘역에 참배했다. 정부에서는 고기동 행안부장관 직무대행이 대표로 참석했다. 이날 참석자 가운데 가장 큰 박수를 받은 사람은 최근 국민의힘을 탈당해 민주당에 입당한 김상욱 국회의원이었다. 그는 기념사진 촬영을 요청하는 참배객들에게 붙잡혀 추도식이 끝나고 30분 이상 떠나지 못했다.

경남 김해시 진영읍 본산리 봉하마을 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 들머리에 있는 청동 좌상.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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