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 퀵플렉서 A씨가 21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생수 80묶음 반품 요청을 받았다"며 게시한 사진. 스레드 캡처

초여름 같은 '깜짝 더위'가 최근 이어지는 가운데, 한 묶음당 12㎏ 무게인 생수 80묶음을 주문했다가 반품을 신청한 고객으로 인해 녹초가 됐다는 택배 기사의 사연이 전해졌다. 누리꾼들은 해당 고객에게 따가운 시선을, 택배 기사에게는 위로와 응원을 각각 보냈다.

쿠팡 퀵플렉서를 하고 있다는 A씨는 지난 21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오늘 한 집에서 생수 2L(리터) 6개 한묶음짜리 총 80묶음 반품을 받았다"며 고충을 토로했다. 쿠팡 퀵플렉서는 쿠팡로지스틱스서비스(CLS) 하청업체로부터 일감을 받는 특수고용직 택배 노동자다.

A씨의 SNS에는 생수 묶음이 수십 개 쌓여 있는 사진도 공유됐다. 그는 "너무 역대급이라 설마 했다"며 "혹시나 해서 고객에게 연락해 (진짜 반품이 맞는지) 직접 확인해 봤다"고 적었다. 이어 "주문한 사람이 '개수를 착각했다'고 하는데 난 이해가 되지 않는다. (쌓여 있는 생수들을) 보자마자 속으로 '배송하기 힘들었겠다'고 생각했는데 웬걸 내가 회수해야 하는 것이었다. 어이가 없었다"며 황당함을 감추지 못했다.

2L짜리 생수 6개인 한 묶음 중량은 12㎏인 만큼, A씨가 옮겨야 했던 생수 80묶음은 총 960㎏에 달했다. 그는 "퀵플렉서로 일하는 선배들도 다들 역대급이라고 했다"며 "워터플렉스(생수 배송 전담 기사)가 배송한 건데 반품은 나한테 들어왔다. 5월인데 날씨도 너무 더웠고 피곤했다"고 썼다.

온라인에서는 반품 신청을 한 고객을 두고 '너무하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누리꾼들은 "생수를 저만큼 시켰다가 반품시킬 사유가 뭐가 있나" "저걸 배송 트럭에서 내렸을 기사님도 너무 힘들었을 텐데, (A씨도) 다시 차에 싣기 위해 옮기느라 고생했겠다" 등의 댓글을 달았다. "생수를 반품 불가 품목으로 지정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은 호응을 얻기도 했다.

다만 '고객이 잘못한 건 없지 않냐'는 목소리도 없지 않았다. 일부 누리꾼은 "반품을 요청했을 만한 사정이 있을 수 있는데, 고객 잘못만으로 돌리는 건 아닌 것 같다" "불법도 아닌데, 해야 할 일 하는 택배 기사에게 딱히 동정심이 들진 않는다" 등이 반응을 보였다.

한국일보

오세운 기자 (cloud5@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