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잇단 흉악범죄에 사이코패스 범행 여부 촉각
"과학수사로 사이코패스 검사 늘어나며 관련 범죄 드러나"
"흉악범죄자, 사이코패스로 일반화시 구조적 범죄원인 파악 못 해"


흉기 난동 범죄 대비 기동훈련 실시하는 경찰
[연합뉴스 자료사진·세종경찰청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오인균 인턴기자 = 최근 이상동기범죄·흉악범죄가 잇따르면서 반사회적 인격장애인 사이코패스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과학수사 발전으로 사이코패스 검사 시행 횟수가 늘어나면서 관련 범죄가 드러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잔혹범죄 원인을 단순히 사이코패스로 일반화하면 사회 여러 분야에 걸쳐 나타나는 범죄 원인이 제대로 파악되지 않으면서 강력범죄가 아무도 해결할 수 없는 문제가 돼버린다고 지적했다.

경찰, 미아동 흉기난동 피의자 신상공개…32세 김성진
(서울=연합뉴스) 서울경찰청은 4월 29일 홈페이지를 통해 살인 혐의를 받는 1992년생 김성진의 얼굴과 이름, 나이를 공개했다. 2025.5.23 [서울경찰청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사이코패스, 감정 없고 공감능력 떨어지며 자아도취적"
지난달 22일 서울 강북구 미아동에서 흉기 난동을 벌여 살인 및 살인미수 혐의로 구속기소 된 김성진(33)은 경찰의 진단 결과 사이코패스로 분류됐다.

또 지난 17일 경기 시흥에서 2명을 살해하고 19일엔 2명을 다치게 한 혐의를 받는 차철남에 대한 사이코패스 검사도 진행된다.

20문항으로 이뤄진 사이코패스 검사는 냉담함, 충동성, 공감 부족, 무책임 등 반사회적 인격장애의 특성을 숫자로 나타낸다. 40점 만점에 25점을 넘으면 사이코패스로 진단한다.

염건웅 유원대 경찰소방행정학과 교수는 22일 "사이코패스는 주로 감정이 없고 공감 능력이 떨어지며 자아도취적인 면모가 있다"면서 "사회에 대한 분노가 결합하면 여성이나 부유층 등 특정 계층에 대한 혐오와 보복 심리도 생길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전부 범죄로 이어지는 건 아니지만 2000년 이후 과학수사가 보강되며 미제사건이 크게 줄고 사이코패스 검사 시행 횟수가 늘어나면서 관련 범죄가 많이 드러난 것"이라고 짚었다.

앞서 지난 3월 충남 서천군의 한 인도에서 40대 여성에게 흉기를 휘둘러 살해한 혐의를 받는 이지현은 사이코패스 검사를 받았으나, 일부 진술을 거부해 '진단 불가능' 판정이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그가 범행 직전 남성으로 추정되는 행인을 쫓다 다시 돌아오는 정황을 포착하고 남성보다는 여성을 노려 살해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효민 영산대 경찰행정학부 교수는 "동기가 아예 없는 범죄는 없고, 가정 환경·불화·채무 등 인격이 형성되기까지 과정을 역으로 추적하면 분명히 범행 이유가 있다"면서 "여성혐오 범죄 이유도 과거 트라우마를 포함할 수 있고 이후 사회 적응 과정에서 공격성이 발현된다"고 분석했다.

'묻지마 흉기 살인' 피의자는 34세 이지현…경찰, 신상공개
(서천=연합뉴스) 충남경찰청은 지난 3월 7일 신상정보 공개심의위원회를 열어 이씨에 대한 신상정보 공개 결정을 내렸다. 2025.5.23 [충남경찰청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사회구조적 평가 없는 사이코패스 진단 경계해야"
그러나 사회적 이목이 쏠린 사건에서 피의자의 사이코패스 진단을 압박하는 분위기는 수사·예방 체계를 무너뜨리는 결과를 낳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표창원 범죄과학연구소장은 "강력범죄 원인이 사이코패스라는, 오롯이 개인 탓이 되면 아무도 해결할 수 없는 문제가 돼 버린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치안 시스템의 전제는 사람이라면 범죄를 저지를 땐 들키지 않으려고 노력한다는 것이고, 이 합리적인 가정하에 경찰력을 배치하고 예방책을 세운다"면서 "생애주기 전반에 걸친 분석이나 사회 구조적 평가 없이 사이코패스 진단을 해버리면 유사 범죄 예방을 위한 대책을 마련하기 어렵다"이라고 강조했다.

배상훈 우석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강력 범죄자를 모두 사이코패스라고 일반화해버리면 정치·사회·경제 등 여러 영역에 걸쳐 나타나는 범죄 원인이 제대로 파악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사이코패스 특질을 가진 사람 중 일부가 어떻게 모방범죄·성범죄 등으로 활동성이 발현되는지 추적해야 진짜 위험한 사이코패스를 걸러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경기남부경찰 기동순찰대 서현역 순찰
[연합뉴스 자료사진·경기남부경찰청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전문가들은 우리 사회가 더욱 안전해지기 위해서는 종합적인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았다.

염 교수는 "유영철(2003~2004)·강호순(2006~2008) 사례를 보면 훈련을 통해 범행 수법을 점점 진화시켰다"면서 "사이코패스 위험 초기에 범죄를 잡기 위해서는 경찰에게 범죄자에 엄정 대응할 권한을 확대하고 사법기관은 강력한 형벌로 대처해 범죄자에게 두려움을 심어줘야 한다"고 말했다.

배 교수는 "잠재적 가해자가 보이는 초기 증후를 포착해 범죄를 미연에 방지할 수 있는 관리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경찰청이 사이코패스 범죄 통계를 내고 분석할 인력이 부족하다"며 "치안정책연구소나 경찰대학 치안대학원 등이 관련 연구를 전담하도록 법적 근거를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 교수는 "성장 과정에서 누적돼 온 학교 내 문제·정신 병력 등을 데이터화 해 사이코패스 범죄 조기 경보가 가능하도록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면서 "스스로 문제를 인식하기까지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청소년기부터 심리 상담·치료에 적극적으로 임할 수 있도록 선입견이 사라져야 한다"고 말했다.

kuun@yna.co.kr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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