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로이터=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광범위한 감세 및 지출 삭감 공약을 실현하기 위한 이른바 '메가 법안'이 하원을 통과했다.
22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이날 미 하원에서 메가 법안이 찬성 215표, 반대 214표로 가결됐다. 하원 다수당인 공화당에서도 반대표 2표, 기권표 1표 등 일부 이탈표가 나왔다. 기권표를 던진 공화당 의원은 '출석'(present)에 표를 던졌는데, 이는 적극적으로 찬반 의사를 표하고 싶지 않을 때 택하는 방법이다. 민주당 소속 하원의원들은 전원 반대표를 던졌다. 로이터는 "법안은 몇 주 간의 추가 토론과 수정을 거쳐 공화당이 장악한 상원으로 넘어갈 것"이라고 전했다.
트럼프가 직접 '크고 아름다운 하나의 법안'(One Big Beautiful Bill Act)이라고 이름 붙인 이 법안은 분량이 1000페이지가 넘어 '메가 법안'이라고도 불린다. 2017년 1기 행정부 당시 통과돼 올 연말 만료 예정이었던 법인세 및 개인세 감면 조치의 연장, 자녀 세액공제 확대, 팁과 초과근무 수당 세금 폐지 등 주요 선거 공약들을 다수 담고 있다.
또한 조 바이든 전임 행정부에서 통과된 친환경 에너지 인센티브 폐지, 저소득층 위한 지원 프로그램 수혜 자격 강화, 트럼프 행정부의 이민 단속 강화를 위한 자금 지원 등의 내용도 포함됐다.
이번 법안 통과로 지지율 하락에 압박받던 트럼프가 한숨 돌릴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최근 중국과의 관세 '휴전'으로 물가 관리에 대한 지지율이 33%를 기록, 지난주(31%)보다 2%포인트 높아졌지만 인플레이션 요인은 여전히 부담이다. 실제 공화당 소속 마이크 존슨 하원의장은 오는 26일부터 의회가 메모리얼 데이(현충일) 휴회에 들어가기 전에 법안을 통과시키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상원에서도 무리없이 통과된다면 미국 독립기념일인 7월 4일까지 대통령이 서명할 수 있다.
이와 관련, 로이터는 "미국의 부채가 GDP의 124%에 달해 우려가 커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법안이 통과됐다"며 "이미 지난 주 국제 신용평가사 무디스는 미국의 국가신용등급을 한 단계 강등했다"고 전했다.
이날 감세 법안에 반대표를 던진 공화당 소속 토머스 매시 의원(켄터키주)은 "우리는 오늘 밤 타이태닉호의 보일러에 석탄을 넣고 빙산을 향해 전속력으로 가는 길을 택했다"며 "이 결정은 재앙을 초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미 의회예산국(CBO)은 "법안이 상원에서 최종 확정될 경우 미 연방 재정적자가 향후 10년간 3조 8000억달러 증가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