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힘 단일화 미련에 한동훈 반발
김문수 국민의힘 대통령 후보가 22일 오후 경기 광명시 한 어린이집에서 부인 설난영 여사, 딸 김동주씨 부부와 함께 어린이들을 만나고 있다. 김 후보는 이어 간담회에 참석해 어린이집 선생님들의 의견을 청취했다. 신소영 기자 [email protected]
김문수 국민의힘 대통령 후보가 22일 ‘40대 국무총리’ 카드를 꺼내들며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에게 단일화를 거듭 압박했다. 이 후보는 휴대전화 수신을 차단하고, “끝까지 이준석, 그리고 개혁신당 이름으로 승리할 것”이라며 ‘단일화 봉쇄 작전’에 나섰다. 단일화를 둘러싼 양쪽의 밀고 당기기가 길어지면서, 국민의힘에선 계파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김문수 후보는 이날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정치공약을 발표하면서 “86세대는 대한민국 민주화를 이끈 성공 세대로, 유독 정치권력에서 아름다운 퇴장에 실패하며 기득권 세력으로 변질됐다”며 “국무위원 3분의1 이상을 40대 이상 50대 미만으로 임명해 40대 총리의 탄생도 자연스러울 정도로 공적 영역의 세대교체를 하겠다”고 말했다. 당 안팎에선 올해 40살인 이준석 후보를 염두에 둔 정부 조각 구상이란 말이 나왔다.
그러자 이준석 후보는 국회 소통관에서 예정에 없던 기자회견을 열어 “지난 며칠간 저에게 단일화 운운하며 국민의힘이 한 행위는 굉장히 모욕적이고 이번 선거를 난장판으로 만들려는 시도였다”며 단일화 요구를 공식적으로 일축했다. 그는 “우리가 만들려는 세상은 윤석열을 몰아냈더니 푸른 점퍼로 갈아입은 또 다른 윤석열(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 다시 빨간 옷을 차려입은 작은 윤석열(김문수 후보)이 등장하는 세상이 아니라, 대한민국이 정치 기적을 이루었다고 세계만방에 자랑할 수 있는 압도적으로 새로운 대통령이 탄생하는 대한민국”이라고 했다. 페이스북엔 “정치공학적 단일화 이야기 등 불필요한 말씀을 주시는 분들이 많아 모든 전화에 수신차단을 설정했다. 오늘부터 선거일까지 전화 연락이 어려울 것 같다”고 알렸다.
이 후보의 완강한 거부에도 국민의힘이 단일화 카드를 내려놓지 못하는 건, 보수 단일화라도 해야 그나마 이재명 후보와 ‘해볼 만한 싸움’이 된다고 보기 때문이다. 국민의힘 중앙선거대책위원회 핵심 관계자는 “단일화가 되면 이 후보 표 전부는 아니어도 80%는 우리 쪽으로 올 것”이라고 말했다. 영남 초선 의원은 “단일화하면, 대선에 진다고 보고 투표를 포기하려던 보수층을 투표장으로 끌어낼 수 있다”고 했다.
국민의힘의 구애엔 이 후보의 단일화 요구 차단이 ‘몸값 높이기 전략’이라는 판단도 깔려 있다. 이날 발표된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의 전국지표조사에서 이 후보 지지율은 10%로 집계돼, 이 조사에서 처음 두자릿수를 기록했다. 19∼21일 만 18살 이상 1002명을 전화면접 조사한 결과로,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누리집 참조) 이 후보는 “지난 (18일 대선 후보 텔레비전) 토론 이후 한주 동안 3%포인트 정도의 (지지율) 순상승이 있었다”며 “(지지율 상승) 속도가 가속될 것”이라고 고무된 모습을 보였다. 국민의힘에선 이 후보가 이런 지지율 추이를 막판까지 지켜보면서 대선을 완주하거나, 여의치 않을 경우 단일화하면서 협상력을 최대치로 끌어올릴 것으로 관측한다. 대선 득표율이 15% 이상일 땐 선거비용 전액을, 10% 이상 15% 미만일 땐 절반을 돌려받을 수 있지만, 10% 미만이면 한푼도 보전받지 못한다.
하지만 국민의힘이 단일화에 미련을 버리지 못하면서, 단일화가 계파 갈등의 불쏘시개가 되고 있는 양상이다. 전날 이동훈 개혁신당 중앙선거대책위원회 공보단장은 ‘친윤석열계 인사들이 김문수 후보로 단일화의 대가로 당권을 주겠다고 했다’고 주장했었다. 이준석 후보는 이날 “‘당권을 주겠다’고 말한 사람은 없었다. 유사 제안이 있었지만 단일화, 정치공학에 관심이 없다는 걸 표현한 것”이라고 진화에 나섰다.
하지만 한동훈 전 대표는 페이스북에 “아직도 친윤들은 국민의힘이 윤석열·김건희의 사당이라고 착각한다”며 “친윤들이 자기들 살자고 우리 당을 통째로 팔아넘기겠다는 것”이라고 적었다. 친윤계 핵심 의원은 한겨레에 “이준석 후보와 친윤계가 거래를 했다는 건 사실이 아니다”라며 “한 전 대표가 당권 욕심 때문에 ‘양아치’같은 소리를 한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김문수 후보와 친윤계를 이날 공직선거법상 후보 매수 혐의로 서울경찰청에 고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