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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이날 미국 30년물 미국 국채 금리는 전날보다 0.111%포인트 오른 연 5.09%를 기록했다. 장중엔 5.11%까지 치솟았다. 사진은 미국 트럼프 대통령.
21일(현지시간) 30년 만기 미국 국채금리가 19개월 만에 장중 5.1% 선을 뚫었다(국채값은 하락). 미국 채권 가격뿐 아니라 미국 주식과 달러가치가 동반 하락하는 ‘트리플 약세’가 나타났다. 미국 국채발 쇼크다. 트럼프 감세안이 빚더미(재정적자)에 앉은 미국 경제를 더 악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면서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이날 미국 30년물 미국 국채 금리는 전날보다 0.111%포인트 오른 연 5.09%를 기록했다. 장중엔 5.11%까지 치솟았다. 장중 고점 기준으로 2023년 10월 26일(연 5.135%) 이후 1년 7개월 만에 가장 높았다. 한국시간으로 22일 오후 6시 기준 30년물 국채 금리는 연 5.08%대에서 거래된다. 글로벌 채권시장 벤치마크인 미국 10년물 금리는 이달 초 4.2%대에서 21일 4.605%로 뛰었다.

김영옥 기자
미국 국채금리 발작의 트리거는 부진한 미국 국채 입찰 성적표였다. 미국 재무부에 따르면 21일 160억 달러(약 23조원) 규모의 20년 만기 신규 국채 금리는 최근 여섯 차례 입찰 평균치(연 4.613%)를 크게 웃돈 연 5.047%에서 낙찰됐다. 미국 채권에 투자자의 관심이 낮아지자 더 높은 이자(수익률)를 제시한 것이다. 최고의 안전자산으로 꼽던 미국 국채에 대한 투자자의 신뢰가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현실이 됐다.

미국이 추가로 국채를 발행(공급)할 수 있다는 불안도 금리를 끌어올린 요인으로 작용했다. 최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대규모 감세법안을 밀어붙이고 있어서다. 미국 의회 합동 조세위원회는 감세 법안이 통과할 경우 10년간 재정적자가 2조5000억 달러(약 3449조원) 이상 늘 수 있다고 추정했다. 재정적자가 커지면 미국 정부는 빚을 갚기 위해 추가로 차입(국채 발행)에 나설 수 있다. 이 경우 국채 금리는 더 뛰고, 이자는 눈덩이처럼 불어날 수 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35조 달러(약 5조) 상당의 부채의 늪에 빠진 미국은 지난해 이자 비용으로만 약 8800억 달러를 지불했다.

시장에서 가장 우려하는 건 ‘채권 자경단(Bond vigilantes)’의 귀환이다. 채권 자경단은 정부가 재정지출을 과도하게 확대할 경우 국채를 투매(금리 급등)해 정책 변화를 유도하는 투자자를 의미한다. 조직 형태는 아니지만, 소규모 헤지펀드나 채권투자자가 집단으로 행동해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 월가의 손꼽는 투자전략가였던 에드 야데니가 1983년에 처음으로 쓴 단어다.

21일(현지시간) 블룸버그는 미국 정부의 재정지출을 억제하기 위해 더 높은 채권 수익률을 요구하는 채권 자경단이 부상할 수 있다고 봤다. JP모건자산운용의 프리야 미스라 매니저도 블룸버그를 통해 “채권시장은 (금리 인상 압박으로) 재정적자를 더는 외면할 수 없다는 경고를 보내고 있다”고 말했다. 또 미국에서 115억 달러 규모의 헤지펀드(가르다 캐피탈 파트너스)를 운영하는 팀 매그너슨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시장 스스로 이 문제에 징계를 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채권을 포함한 미국 금융자산을 매도하는 ‘셀 아메리카’가 재점화될 것으로 예상했다. 백석현 신한은행 이코노미스트는 “트럼프가 대규모 감세안을 포기할 가능성이 작기 때문에 재정확대 우려는 당분간 지속할 수 있다”며 “특히 투자자가 미국 자산 비중을 낮추는 ‘셀 아메리카 현상’이 두드러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골드만삭스에 따르면 올해 유럽 주식 상장지수펀드(ETF)의 자금 유입 규모는 340억 유로로 미국 ETF의 4배에 이른다.

미국발 국채 쇼크에 아시아 금융 시장도 요동쳤다. 22일 코스피는 투자심리가 위축되면서 1.22% 하락하면서 2600선이 깨졌다. 일본 닛케이(-0.84%)와 대만 자취안(-0.61%) 등도 내렸다. 다만 달러 약세가 본격화되면서 아시아 통화가치는 강세를 띠었다.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화값은 전 거래일 종가보다 5.9원 오른 1381.3원에 마감했다. 지난해 11월 5일(1378.6원) 이후 가장 비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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