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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脫)원전’을 외치던 유럽에서 원자력 발전소 회귀 움직임이 늘고 있다. 스위스, 이탈리아가 탈원전 종료를 선언한 데 이어 최근 벨기에가 22년 만에 탈원전 정책을 폐기하며 원전 재도입을 선언했다. 풍력 강국 덴마크도 탈원전 선언 40년 만에 소형모듈원전(SMR·Small Modular Reactor) 도입을 검토한다. 탈원전 국가였던 스웨덴은 신규 원전 4기를 짓기로 했다. 유럽발(發) ‘원전 르네상스’가 한국 원전 산업에 긍정적 영향을 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로이터통신은 21일(현지 시각) 스웨덴 의회가 원전 4기 신규 건설 자금을 지원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법안을 가결했다고 보도했다. 에바 부슈 스웨덴 에너지 장관은 이날 엑스(X·옛 트위터)에 “보다 안정적이며 가격 경쟁력이 있는 탈화석 연료로 만든 전력이 필요하다”며 “경제 성장과 국방 역량을 강화해 스웨덴인이 합리적인 가격에 전기를 사용할 수 있도록 보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벨기에 리에주주 위이 인근 티항주 원자력 발전소. / AFP 연합뉴스

스웨덴은 1980년대 탈원전을 추진했으나 2050년까지 SMR을 포함한 원전 건설을 진행한다는 내용을 담은 ‘원자력 로드맵’을 지난해 발표했다. 스웨덴 정부는 500㎿(메가와트) 규모의 원전 4기 또는 동일한 규모의 SMR을 새로 건설할 계획이다. 이 중 절반은 2035년부터 가동하는 것이 목표다. 현재 스웨덴은 1970~1980년대에 건설한 원전 6기를 가동 중이며 이를 통해 전체 전력의 30%를 얻는다. 40%는 수력 발전, 20%는 풍력 발전이다.

벨기에 의회는 지난 15일 올해 말까지 원전 가동을 전면 중단하고 신규 원전 건설을 금지하도록 한 ‘탈원전 계획법’을 22년 만에 폐기하기로 의결했다. 벨기에는 지난 2003년 환경 보호, 노후 원전 안전 문제를 이유로 탈원전에 나서면서 해당 법안을 만들었다. 이 법안에 따르면 모든 원전 가동은 올해 말까지 중단해야 한다.

그러나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에너지 비용이 급등하자 벨기에는 탈원전 계획을 수정하기 시작했다. 벨기에는 2023년 1월 가장 최근에 지은 원전 2기를 10년 더 가동하기로 했고, 그해 2월엔 가장 오래된 원전 폐쇄 일정을 2025년에서 2027년으로 연장했다. 그러다 결국 탈원전 정책을 폐기했다.

덴마크도 40년간 이어온 탈원전 정책을 손보고 SMR 등 차세대 원전 기술을 도입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덴마크는 1985년 탈원전을 선언했고 전체 발전량의 90%를 태양광·풍력 등 신재생에너지로 채웠다. 하지만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이 빚은 에너지 수급 불안, 스페인 정전 이후 안정적으로 전기를 생산할 수 있는 SMR에 눈을 돌렸다.

세계 최초의 탈원전 국가인 이탈리아도 원전으로 회귀했다. 이탈리아는 마지막 원전이 폐쇄된 지 25년 만인 지난 3월, 원자력 기술 사용을 허용하는 법안을 승인했다. 영국은 새로운 원전을 건설하고 있으며 모든 원전 가동을 중단했던 독일도 재가동 논의를 시작했다.

유럽이 하나둘 원전으로 회귀하면서 한수원과 한국 원전 관련 사업자는 사업 기회를 노리고 있다. 한수원은 지난 1월 미국 웨스팅하우스와의 지식재산권 협상 종료를 전후로 스웨덴, 슬로베니아, 네덜란드 등 유럽 원전 수주전에서 물러났다. 이에 원자력 업계에서는 한수원이 웨스팅하우스와 지식재산권 분쟁을 마무리하면서 유럽 시장 진출 기회를 웨스팅하우스에 양보했다고 추측한다. 이에 대해 한수원 관계자는 “소모적인 입찰이 아닌 수요자가 원하는 곳에 전략적으로 접근하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수원은 노르웨이, 스웨덴 SMR 시장에 진출할 가능성이 높다. 앞서 황주호 한수원 사장은 지난 8일 체코 프라하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유럽 시장은) 전쟁터”라며 “법률적으로 몹시 복잡한 동네에서 입찰로 뚫고 들어가는 건 잘못하면 한수원의 힘을 다 빼버리기에 우리에게 와달라고 하는 SMR 시장을 뚫자고 생각해 노르웨이, 스웨덴과 SMR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고 말했다.

정범진 경희대 원자력공학과 교수는 “유럽과 미국을 중심으로 원전 르네상스가 왔다. 한수원이 유럽 시장을 포기했다고 보기는 힘들고, SMR 시장도 있다”고 말했다. 정용훈 한국과학기술원 원자력·양자공학과 교수 역시 “유럽 시장이 커지면서 한수원이 할 역할이 있을 것”이라며 “한수원이 수주를 하지 못하더라도 두산에너빌리티 등 한국 원전 공급망 안에 들어 있는 기업은 큰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선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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