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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사진. 기사와 직접적인 관련 없습니다.

지난해 9월, 한 30대 여성이 숯불에 그을리는 잔혹한 방법으로 살해되는 일이 있었습니다.

이 여성을 살해한 사람은 이모였습니다.

무속인을 자처하던 이모는 자신의 자녀와 여동생의 가족을 신도로 두고, 이들에게서 '공양비' 명목으로 돈을 착취하며 생활하다 조카를 살해하는 범죄에 이르게 됐습니다.

어떤 사건이었는지, 검찰 공소장을 입수해 들여다봤습니다.

■무당 이모 심 씨, 가족·지인 신도로 두고 '가스라이팅'하며 40여 년 무속인 생활

심 씨는 1986년경 '할아버지'라고 불리는 사람에게서 신내림을 받고 무당 생활을 시작했습니다.

신도들은 가족과 지인이었습니다. 자신의 자녀 4명과 여동생과 그의 아들, 그 외 4명가량이 심 씨의 신도였습니다.

심 씨는 전남 함평에 소재한 신당에서 죄를 고백하고 굿을 하는 종교 모임을 열었고, 신도들에게서 공양비를 받아왔습니다.

그 과정에서 심 씨는 자신을 신으로 믿는 신도들에게 각자의 전생에 대해 말했습니다. 전생의 이야기를 토대로 현실 문제의 원인을 진단하고 굿이나 공양을 해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설파하며 신도들을 정신적으로 지배, 즉 '가스라이팅' 했습니다.

이 때문에 심 씨의 자녀 4남매는 결혼도 하지 않고 다른 사람들과 일상적 관계를 맺지 못하는 상태에서 심 씨의 대출금을 갚으며 살았습니다.

여동생을 비롯한 다른 신도들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숨진 30대 여성의 어머니인 여동생은 남편과 아들, 숨진 피해자인 딸과 함께 인천에서 식당을 하며 생활하고 있었습니다. 이 중 신도는 심 씨의 여동생과 그의 아들이었습니다.

심 씨는 여동생에게 '딸이 엄마를 미워하고 죽이려 하고 오빠와도 사이가 안 좋다. 딸 때문에 가족에게 문제가 생기니 기도가 필요하다'고 말하며 수년에 걸쳐 기도비 명목으로 수천만 원 상당을 지급받았습니다.

■코로나 이후 생계 악화한 심 씨…숨진 조카도 '경제적 공동체' 끌어들여

심 씨는 제주도에서 자녀들과 함께 식당을 운영하며 생계를 꾸려가고자 했습니다.

하지만 심 씨의 식당은 운영 초기부터 수익이 거의 발생하지 않아 대출금과 신도들의 공양비를 바탕으로 생계를 유지해 왔습니다.

그러다 코로나19 대유행을 기점으로 식당 운영이 더욱 어려워지면서 대출 원금은 16억 원을 넘었고, 한 달 이자만 800만 원 이상 부담해야 하는 상황이 됐습니다.

2023년엔 경제적 어려움을 극복하고자 매달 신당에서 종교 의식을 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신도들에게서 적게는 수천만 원, 많게는 1억 원이 넘는 공양비를 받았지만 근본적인 해법이 되진 못했습니다.


그러다 심 씨가 새롭게 시도한 방법은 인천에 있는 여동생의 식당이었습니다.

심 씨는 여동생에게서도 공양비를 받았기 때문에, 여동생의 식당에서 상당한 매출이 발생한다는 점을 알고 있었습니다.

이에 심 씨는 2024년 2월 여동생의 식당이 겪고 있던 임대인과의 문제를 자신이 해결하고, 여동생 부부를 울릉도로 이사가도록 만들어 자녀들과 분리한 뒤, 숨진 피해자와 그의 오빠를 자신의 경제 공동체에 포함시켰습니다.

심 씨는 상대적으로 부채가 적은 피해자 명의로 사업자 등록을 한 뒤 본격적으로 여동생의 식당 운영에 관여했습니다.

피해자는 요리, 서빙, 매출 및 매입 관리 등 식당의 주요 업무를 도맡아 하며 상당한 업무 강도를 감내해야 했습니다.

6개월간 고통 받던 피해자는 술을 마시고 식당을 뛰쳐나간 적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멀리 가지 못하고 길에서 쓰러져 다시 식당으로 돌려보내졌습니다.

피해자는 식당 매출을 모두 심 씨 계좌로 송금했습니다. 식당 운영비를 제외 나머지 돈은 심 씨의 대출금 이자와 마이너스 통장, 심 씨 자녀들의 신용카드 대금으로 나갔습니다.

■이모의 '가스라이팅' 탈출하려던 조카는 결국….

매일 식당의 매출을 심 씨의 계좌로 송금하던 피해자는 2024년 9월 초 송금을 멈추고, 직접 식당 운영비를 지출했습니다.

이는 피해자의 부모님이 운영했던 식당을 현금 창구로 이용하려던 심 씨의 계획이 틀어지는 일이었습니다.

심 씨는 피해자에게 "식당에 계속 남을지, 식당을 떠나 외국이나 (부모님이 있는) 울릉도로 갈지 선택하라"고 했습니다.

심 씨는 피해자가 세뇌당해 왔다고 생각해 왔던 터라 "열심히 일하겠다"는 답을 기대했으나, 예상과 달리 피해자는 "울릉도로 떠나겠다"며 심 씨의 공동체에서 이탈을 선언했습니다.

이후 심 씨는 "악귀를 제거하기 위한 주술 의식을 하겠다"며 자녀 3명, 신도 1명과 함께 철제 구조물로 피해자를 포박하고 숯불 열기를 가하는 극단적인 가혹행위를 3시간가량 이어갔습니다.

피해자는 극심한 고통을 호소하다 의식을 잃었습니다. 그러나 심 씨 일당은 피해자를 바로 병원으로 옮기지도 않았습니다. 119가 현장에 도착했을 땐 '숯을 쏟았다'고 거짓말을 하며 범행을 감췄습니다.

하지만 사건 현장에는 CCTV가 있었고, 여기엔 참혹한 범행 장면이 고스란히 담겼습니다.

병원으로 옮겨진 피해자는 사건 이틀 뒤 결국 숨졌습니다.

인천지검은 가혹행위에 가담한 5명을 살인 혐의로 기소했습니다. 그러면서 전자장치부착과 보호관찰명령도 함께 청구했습니다.

검찰은 "피해자에게 노예처럼 일을 시키며 식당을 운영하던 중 피해자가 이탈하려 하자 그 의사를 제압하기 위해 숯불을 이용해 참혹한 수법의 학대행위를 하는 등 범행 경위나 수법에 비추어 죄질이 중하고, 그럼에도 피해자의 정신 이상을 주장하면서 피해자에게 책임을 미루는 등 반성하지 않는 점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다시 살인 범죄를 저지를 위험성이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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