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박모씨는 올해 초등학교에 입학한 아이를 위해 적금 통장을 만들어 주려다 마음을 접었다. 최고 연 10% 금리란 말에 관심을 가졌으나, 이것저것 따져보니 실제 적용되는 금리는 3%에 불과했다. 월 최대 납입 한도인 30만원을 만기(1년)까지 꽉 채워도 연간 이자는 5만원이 채 안됐다. 박씨는 “예금금리가 내려가면서 고금리 특판이 많이 보이는데, 이젠 믿고 거른다. 증권사에 아이 계좌를 만들어 거기에 매달 돈을 넣고 있다”고 했다.
‘금리 인하기’ 은행권에서 신규 고객 유치 등을 위해 고금리 금융 상품을 내세우고 있지만 정작 고객들의 반응은 미지근하다. 최고금리 달성을 위한 조건이 까다로울 뿐 아니라 적은 납입 한도로 실제 받을 수 있는 혜택이 미미하기 때문이다. ‘미끼 상품’이란 인식이 점차 확산하고 있는 것도 한몫했다.
21일 은행연합회 소비자포털에 따르면 5대 은행은 최소 1개씩의 저출생 극복 특화 금융상품을 판매 중이다. 최고금리가 연 6.15~10%로 시중 예·적금 금리보다 훨씬 높다. 그러나 1년 만기 후 받게 될 이자(세후)를 계산해 보면 평균 12만원 정도에 불과했다. 월 1만원 정도의 이자를 받는 셈이다.
NH농협은행의 ‘NH농협 아동수당 적금’의 경우 월 납입 한도가 10만원으로 제한돼 1년 만기 후 받는 이자가 더 적었다. 해당 적금의 최고금리는 6.15%(12개월 기준)다. 가입 대상은 7세 미만으로 농협은행 계좌로 아동수당을 수령하고 자녀가 셋 이상일 경우 최대 3.5% 포인트의 우대금리를 적용한다. 납입 한도를 꽉 채워서 12개월 납입했을 때 만기에 수령하는 이자(세후)는 3만3819원이었다. 하루 이자가 100원도 안 됐다.
이마저도 최고금리를 적용받을 때 얘기다. 은행들이 최고금리 숫자만 전면에 내세울 뿐 실제 만기 평균 금리나 수익률은 공개하지 않아서 정확한 수치는 알 수 없지만, 최고금리를 적용 받는 이는 극소수로 알려졌다.
실제 각 상품별 우대금리 조건을 확인해 보면 달성이 어려운 조건들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KB국민은행의 ‘KB아이사랑적금’의 경우 최고금리를 적용받기 위해선 만 18세 이하 자녀가 4명 이상이고, 국민은행 계좌로 아동수당을 6회 이상 수령해야 한다. 기초생활수급자·장애인·한부모가족 중 하나에 해당해야 한다는 조건도 있다.
시중은행 한 관계자는 “솔직히 우대금리 조건을 다 갖추긴 쉽지 않다. 다만 이에 대해 충분히 설명하고 있다. 최고금리가 아니더라도 일정 조건을 맞춰 일반 예·적금보다 높은 금리에 가입하는 분들도 꽤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