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3 정책 다이브
이재명-김문수 후보 동물 공약 따져보니
이재명-김문수 후보 동물 공약 따져보니
제21대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이재명(더불어민주당), 김문수(국민의힘) 후보가 21일 나란히 동물 관련 공약을 내놨다.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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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가 21일 나란히 ‘동물 공약’을 발표했다. 20대 대선에 이어, 주요 후보들이 동물 관련 공약을 따로 발표하는 것이 당연한 수순처럼 자리잡는 모양새다. 다만 반려동물 의료 항목 표준화 등 구조적인 문제 때문에 진전이 없는 정책을 그대로 내세우는 등 부족한 점도 드러났다. 전반적으로 반려동물에만 치우친 김 후보에겐 “시대에 뒤처졌다”, 지난 대선 때 이미 동물 공약을 내놨던 이 후보에겐 “ 종합적이나 새롭지 않다”는 평가가 나온다.
진료비 경감 등 반려동물에 초점
이날 두 후보가 내놓은 동물 공약은 국민 셋 중 하나인 ‘반려인구’를 겨냥한 것으로 풀이된다. 농림축산식품부 최근 통계에서 반려동물 양육 비율은 전체 가구의 28.6%였다. 김 후보는 아예 “사람도 행복해지는 반려동물 정책”이라며 ‘동물 공약’이 아닌 ‘반려동물 공약’을 내놨다. 반려동물 정책의 핵심은 양육비, 그중 진료비 경감이다. 반려동물 대상 의료행위 관련 체계가 없기 때문에, ‘진료항목 표준화’와 ‘진료비 표준수가제’ 도입은 선거 때마다 단골로 등장하는 공약이었다. 이번에도 “모든 의료서비스 항목 표준화”(김문수), “표준 진료 절차 마련”(이재명)이 나왔는데, 이 후보가 “표준수가제 도입”을 내놓은 대신 김 후보는 시장 경쟁을 전제로 한 “비용 온라인 게시 의무화”를 내놨다.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지난 13일 대구의 반려동물 전문병원에서 보호 중인 강아지를 안고 있다. 국민의힘 선대위
그러나 정작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할 구체적인 정책은 없다는 게 문제로 지적된다. 정부는 이미 ‘동물 진료 권장표준’ 100개 항목을 만들고, 20종 의료행위에 대해선 진료비를 공개하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병원마다, 동물마다 의료행위를 표준화하기 어려워 비용이 제각각인 등 정책의 실효성을 담보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한 수의정책 분야 전문가는 “동물 진료는 축종별·개체별로 항목이나 비용 차이가 크기 때문에 이를 표준화하는 게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정부의 건강보험으로 수가가 정해지는 사람의 경우와 달리, 공적 보험이 없는 동물의 경우 표준수가를 어떤 기준으로 정하겠다는 것인지 불분명하다”고도 지적했다.
특히 김 후보는 ‘펫로스 증후군’ 심리치료 지원, 펫파크·펫카페 조성 확대 등 반려인구 표심을 더 세밀하게 겨냥한 공약들도 내놨는데, “대선 공약이라기엔 옹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도희 동물해방물결 해방정치연구소장은 “반려동물 아닌 동물에 대한 언급조차 없어, 시대 상황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후보는 지난해 한 행사에서 “청년들이 개만 사랑하고 애를 안 낳는다”고 발언해 물의를 빚었다.
이재명은 ‘동물복지’…“새롭지 않고 일부는 후퇴”
반면 이 후보는 ‘동물복지 선진국’을 앞세워 반려동물뿐 아니라 농장동물 등 동물 전반을 아우르는 정책을 내놨다는 점에서 차별화된다. 이 후보는 “동물 보호를 넘어 복지 중심 체계로 정책 패러다임을 바꾸”겠다고 제시하고, 이를 관장할 제도적 수단으로 ‘동물복지기본법 제정’, ‘동물복지진흥원 설립’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 대선 때에도 내세웠던 공약이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가 지난 11일 전남 강진군 강진읍 강진오감통시장을 찾아 한 지지자의 반려견을 품에 안고 인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 밖에 동물학대 가해자에게 일정 기간 동안 동물 사육을 금지하는 ‘동물 사육 금지 제도’ 도입, 불법 번식장과 유사 보호시설 규제 등 ‘학대와 유기’를 막기 위한 구체적인 정책들을 내놓은 것도 눈에 띈다. 동물복지 인증 농장에 대한 지원을 확대하고 축종별로 농장동물 복지 가이드라인을 실천하는 농가에는 직불금 지급을 추진하겠다고 밝히는 등 ‘농장동물’ 정책도 내놨다. 이에 대해 이형주 동물복지문제연구소 어웨어 대표는 “반려동물 외에도 동물원, 농장동물, 실험동물 등 다양한 동물의 복지 기준을 높이려는 의지가 담겼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이 후보 공약의 상당수는 이미 정부에서 추진해온 것이기도 하다. 정부는 지난 2월 ‘제3차 동물복지종합계획’을 발표했는데, 핵심 목표 중 하나가 “동물 보호에서 적극적 복지 체계로 정책 패러다임 전환”이었다. 학대자 동물 사육 금지, 동물복지 실천 농가 직불금 지급 등도 이미 정부에서 추진하고 있는 정책들이다. 이 때문에 김도희 소장은 이 후보 공약에 대해 “크게 나아간 것이 안 보인다. 대체로 보수적”이라 평가했다. 다만 분산된 동물 관련 업무를 통합하는 동물복지진흥원 설립, 공공 진료 성격의 ‘반려동물 진료소’ 설립 등은 비교적 새롭다고 평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