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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자지구 접경지 르포]

기습 현장엔 참사 흔적 고스란히
공항부터 거리 곳곳 추모 이어져
85% “하마스 군사력 유지 반대”
20일(현지시간) 이스라엘 남부 니르 오즈 키부츠에 보존돼 있는 하마스 공격 피해 주택. 이 집에 살던 부부와 세 자녀는 모두 2023년 10월 7일 하마스 대원들의 총격과 방화로 숨졌다. 연합뉴스

2023년 10월 7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공격으로 가자지구 전쟁이 시작된 지 1년7개월 이상 흘렀다. 이스라엘은 하마스뿐 아니라 레바논의 친이란 무장정파 헤즈볼라까지 사실상 무력화시키는 ‘피의 보복’을 단행했다. 텔아비브·예루살렘 등에서 지난해까지 빈번하게 울렸다던 사이렌 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가자지구 접경지에서조차 하마스의 공격 빈도는 눈에 띄게 줄었다. 겉으로는 평화를 되찾은 모습이었다. 하지만 좀 더 들여다보면 이스라엘은 여전히 ‘10월 7일’의 기억에서 벗어나지 못한 상태다.

20일(현지시간) 찾은 이스라엘 남부의 키부츠(집단농장) 니르 오즈. 이곳은 10월 7일 하마스의 공격을 받아 대규모 학살이 벌어진 키부츠 중 하나다. 거주자 400여명 중 117명이 죽거나 납치됐다. 현재는 10명 미만 인원만 최소한의 농장을 유지하기 위해 거주할 뿐 대부분은 정부가 제공한 다른 지역으로 옮겨 갔다. 이곳에는 공격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다. 대부분 건물이 불에 타거나 총알 자국이 남은 상태로 방치돼 있었다. 건물 앞에 노란색 깃발이 걸렸으면 거주자가 납치됐다는 뜻, 검은색 깃발이면 사망했다는 뜻이다.

니르 오즈 공격 당시 생존자 중 한 명인 올라 메츠거는 “공격을 받았다는 사실을 알고 집 방공호로 대피했다. 하마스 대원들이 문을 두드리고 소리칠 때 공포감을 느꼈다”며 “운 좋게도 그들은 몇 번 문을 열려고 시도하다 떠났고 이스라엘군이 도착해 구조될 수 있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올라의 집에서 1분 거리의 주택 앞에는 검은색 깃발 5개가 걸려 있었다. 이곳에 살던 부부와 어린 세 자녀도 공격 당시 방공호로 대피했지만 하마스 대원들의 무차별 총격과 방화로 모두 목숨을 잃고 말았다.

올라는 최연소 인질이었던 비바스 가족의 집 앞에서 눈시울을 붉혔다. 납치 당시 비바스는 생후 10개월, 형 아리엘은 4살이었다. 아빠만 살아서 돌아왔고 비바스 형제와 엄마는 주검으로 돌아왔다. 올라는 “모두가 연결된 작은 공동체에서 가까운 사람을 잃는 건 고통스러운 일”이라고 말했다.

노바 음악축제 학살 현장인 레임 주차장에 마련된 희생자 추모 공간. 니르오즈=김이현 기자

하마스의 공격으로 378명이 사망한 노바 음악 축제 학살 현장인 레임 주차장에는 희생자 사진이 걸린 막대기가 곳곳에 꽂혀 있었고 평일임에도 추모객이 적지 않았다.

이곳뿐 아니라 이스라엘의 관문인 텔아비브 벤구리온 공항부터 예루살렘 올드시티까지 곳곳에서 시민들의 추모가 이어지고 있었다. 이스라엘 도착 시 가장 먼저 마주하는 입국카드 발급 기계에서부터 하마스가 납치한 인질들의 얼굴이 나온다. 또 이스라엘 전역의 거리를 걸을 때마다 전사자 추모 스티커를 볼 수 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이스라엘 내 전쟁 지지 여론은 적지 않은 편이다. 예루살렘포스트에 따르면 라자르연구소가 이달 초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응답자의 85%는 하마스가 가자지구에서 군사력을 유지하는 것에 반대한다고 밝혔다. 하마스가 무장해제를 전제로 한 휴전안을 거부하자 이스라엘은 18일부터 가자지구 재점령을 목표로 지상전을 재개했다.

가자지구 경계 장벽에서 불과 1㎞ 떨어진 스데롯 지역의 기밧 코비에선 베이트하논 지역이 이스라엘군 공습을 받고 있는 것을 목격할 수 있었다. 이곳에서 만난 이스라엘군 관계자는 “하마스는 여전히 로켓 발사 능력을 갖추고 있다. 지금 전쟁을 멈추면 하마스는 다시 돌아올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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