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전 대통령이 21일 서울 메가박스 동대문에서 다큐멘터리 영화 ‘부정선거, 신의 작품인가’를 관람한 뒤 상영관을 나서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윤석열 전 대통령이 21일 서울 도심의 영화관에서 ‘부정선거 음모론’을 펴는 다큐멘터리 영화를 관람하자 국민의힘이 발칵 뒤집혔다. 가뜩이나 중도로의 지지층 확장이 필요한 시기에 최근 탈당한 윤 전 대통령이 극우 쪽 주장에 힘을 싣는 행보로 전국민의 이목을 집중시킨 탓이다.
윤 전 대통령은 이날 오전 9시40분 서울 동대문구 한 영화관을 찾아 ‘부정선거, 신의 작품인가’를 관람했다. 윤 전 대통령이 영화관에 들어서자 지지자들 40여명은 ‘부정선거, 너만 몰라’라고 적힌 빨간 풍선을 들고 “윤석열”을 외쳤다. 영화관에 설치된 홍보 포스터에는 ‘6월3일 부정선거 확신한다’라는 문구가 적혀 있었다.
이영돈 전 채널에이(A) 제작본부장과 전직 한국사 강사인 전한길씨가 제작·기획한 이 다큐멘터리는 윤 전 대통령이 12·3 비상계엄을 일으킨 이유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부정선거 때문이란 메시지를 담았다. 지지자들은 관람 중 윤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하는 장면이 나오자 박수를 치기도 했다. 윤 전 대통령은 영화가 끝난 뒤 “지금 재판 중이지 않으냐”는 기자들 물음에 아무 답 없이 영화관을 빠져나갔다.
대선이 13일 앞으로 다가온 시기에 당이 배출한 전직 대통령이 극우세력의 부정선거 음모론에 편승하자 당에선 격한 반응이 나왔다. 한동훈 전 대표는 페이스북에 “김문수 후보가 부정선거 음모론과 단호히 절연한다고 선언해줄 것을 요청한다”며 “윤 전 대통령은 오늘 공개적으로 부정선거 음모론 영화를 봤지만 정작 본인은 매번 사전투표 했다”고 썼다. 조경태 의원은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윤석열) 본인 논리대로면, 이번 대선은 부정선거니까 투표하지 말라는 거 아니냐”며 “김문수 후보는 윤 전 대통령을 끊을 기력이 없고, 당은 윤석열한테 끌려다닌다”고 했다. 김근식 송파병 당협위원장은 페이스북에 “우리 당이 살고 보수가 거듭나기 위해서는 (윤석열) 재구속만이 답”이라고 적었다.
하지만 김문수 대통령 후보는 윤 전 대통령의 부정선거론에 동조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김 후보는 이날 방송기자클럽 초청 토론회에서 윤 전 대통령의 영화 관람과 관련해 “어떤 영화인지 모르겠다”면서도 “어떤 경우든지 유권자 누구라도 부정선거 의혹을 제기하면 선관위에서 해명하고, 해명할 노력을 계속해야 한다”고 했다. 이를 두고 한 영남권 재선 의원은 “김문수 후보가 명쾌하게 윤 전 대통령과 관계를 정리 안 하니 이 지경이 된 것”이라고 말했다.
김용태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윤 전 대통령은 탈당해 저희 당과 관계없는 분”이라고 선을 그었다. 김 위원장은 한겨레에 “국민이 계엄으로 충격을 받았는데, 가만히 계시는 게 국민에 대한 최소한의 도리 아니겠냐. 지도자가 파면당했는데 국민에게 부끄러워할 줄 알아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