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태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21일 “김건희 여사 문제에 대한 당의 진심 어린 반성과 사과의 말씀을 드리겠다”며 “국민의힘은 김 여사의 과거 행위에 대한 국민의 우려를 헤아리지 못한 점을 정중히 사과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국민의힘이 당 차원에서 김 여사 문제에 관해 공식 사과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김 위원장은 이날 오후 예정에 없던 기자회견을 열었다. 그는 “불법 계엄에 대한 사과와 단절, 윤석열 전 대통령의 탈당에 이어 국민의힘은 이 문제(김 여사 문제)를 깊이 반성하며 근본적으로 변화하겠다는 다짐을 드린다”며 고개를 숙였다. 그러면서 “국민의힘은 중단 없는 반성하는 보수로 거듭나겠다”며 “결자해지의 자세로 대통령 영부인 문제의 대안을 실천하겠다”고 했다.
김용태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2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김건희 여사 문제에 대해 사과했다. 뉴스1
그러면서 ▶영부인 검증 절차 마련 ▶영부인 역할 및 책임 부여 법안 검토 ▶대통령 가족 감찰 과정 투명화 등 제도적 대안을 제시했다. 김 위원장은 “대통령 부인이라는 위상과 역할에 맞게 국민의 알 권리를 충족하고 논란이 은폐되지 않도록 하겠다”며 “대통령 배우자 활동 예산을 투명화해 배우자가 권한을 남용하거나 불법 행위를 저지르면 다른 공직자와 동일하게 법적 책임을 지도록 하겠다”고 했다.
김 위원장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의 배우자 김혜경 여사를 향해서도 “김 여사 역시 과거 여사에 대한 무한 검증 필요성을 스스로 강조했다”며 “대통령 후보자 부인으로서 마땅히 국민 앞에 검증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전날 자신이 제안한 배우자 TV 토론을 이 후보가 거절한 것과 관련해선 “방식에 구애받지 않을 테니, 이 후보가 원하는 검증 방식을 제안해달라”고 했다.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가 지난 4월 11일 서울 용산구 한남동 관저를 떠나 서초동 사저로 거처를 옮기고 있는 모습. 전민규 기자
김 위원장의 이날 사과는 국민의힘이 윤 전 대통령과의 관계 단절에 미온적 태도를 취하며 대선 구도가 ‘윤석열 심판론’을 벗어나지 못하는 상황에서 나왔다. 윤 전 대통령 부부와 국민의힘과의 절연을 일종의 대선 돌파구로 삼으려는 것이다.
지난 15일 공식 임명된 김 위원장은 비대위원장 내정 직후 윤 전 대통령 탈당 문제를 직접 거론해 밀어붙이며 지난 17일 윤 전 대통령의 자진 탈당을 이끌어냈다. 여기에 더해 김 여사 문제를 직접 사과하며 윤 전 대통령 부부와 갈라서겠다는 뜻을 국민에게 명확히 알리려 했다는 게 국민의힘의 내부 평가다.
하지만 대선을 불과 13일 앞두고 나온 김 위원장의 사과를 두고 “만시지탄”이란 지적도 적지 않다. 국민의힘은 윤석열 정부 출범 전부터 끊이지 않은 김 여사 관련 의혹에 소극적 태도를 취해왔다. 김건희 특검법도 국민의힘의 반대와 윤 전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로 네 차례 폐기됐고, 현재 민주당 주도로 다섯 번째 법안이 발의된 상태다.
김 위원장은 지난해 총선에서 당선된 뒤 수차례 김 여사에게 공개 사과를 요구하고, 검찰 수사와 특검법의 필요성을 밝혀왔다. 하지만 이날 기자회견 뒤 김건희 특검법과 관련한 질문엔 “검찰의 김 여사 수사가 진행 중이고, 수사 역량이 부족한 점에 대해 검찰이 입장을 밝힌 뒤 필요하다면 검토하겠다”며 확답을 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