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노갑 “반대파, DJ 향해 돌멩이 던져”
“아크릴판, 베니아판으로 막았다”
“DJ, 테러 위협에도 국민에 다가가려 노력”
“아크릴판, 베니아판으로 막았다”
“DJ, 테러 위협에도 국민에 다가가려 노력”
김대중 전 대통령이 평화민주당 대선 후보였던 1987년 13대 대선에서 연설하고 있다. 당시 김 후보 측 관계자들이 든 투명 물체는 '아크릴판'이라고 동교동계 인사들은 입을 모았다. '재명이네마을' 캡처
연단에 선 김대중 전 대통령 앞에 손때가 묻은 투명한 물체가 세워져 있다. 김 전 대통령을 둘러싼 관계자들 중 이 투명 판을 선 두 명의 인물이 특히 눈에 띈다. 이 사진이 촬영된 시기는 1987년 13대 대선 운동 때다. 김 전 대통령은 당시 평화민주당 대선 후보였다.
더불어민주당 성향 커뮤니티 등 온라인 공간에서 지지자들은 해당 사진 속 투명 판을 ‘방탄 유리’로 추정한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에 앞서 김 전 대통령도 38년 전 유세 현장에서 테러 방지를 위해 방탄 유리를 사용했다는 주장이다. “이 후보는 DJ의 길을 갈 것”이라고 선전 중인 민주당 내부에서도 이 사진을 근거로 이 후보와 김 전 대통령을 방탄 유리로 연결하는 이들도 있다.
그러나 김 전 대통령과 오랜 시간 동고동락했던 동교동계 원로들은 하나같이 김 전 대통령이 방탄 유리 유세를 한 적이 없다고 입을 모았다.
동교동계 좌장인 권노갑 김대중재단 이사장은 21일 해당 사진 속 투명 판을 ‘아크릴판’이라고 기억했다. 권 이사장은 “당시 반대파들이 김 전 대통령을 향해 돌멩이를 주워 던지는 일이 많았다”며 “아크릴판 외에 ‘기호 3번 김대중’이란 문구를 찍어 들고 다니던 ‘베니아판’도 돌멩이를 막기 위해 썼는데, 둘 다 당연히 방탄 기능은 없었다”고 말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19일 서울 마포구 KT&G 상상마당 앞에서 방탄유리가 설치된 유세차에 올라 연설하고 있다. 연합뉴스
1967년 7대 총선과 1971년 7대 대선 때는 김 전 대통령을 겨눈 테러 시도가 더욱 심각했다는 게 권 이사장의 회고다. 박정희 정권 시절인 당시엔 유력 야권 후보였던 김 전 대통령에 대한 견제가 특히 거셌고, 지역 갈등도 이 시기부터 보다 첨예화하기 시작했다.
권 이사장은 “대구 유세에서 반대파들이 돌멩이를 얼마나 던졌는지, 후보 경호 담당이었던 김옥두 전 의원과 비서관이었던 내가 둘이 홍보 포스터를 붙인 나무 판막을 들고 김 전 대통령 앞을 가로막았다. 반대파들이 단상에 오르지 못하게 몸싸움을 벌이기도 했다”며 “김 전 대통령이 유세도 못한 채 단상을 내려가 차에 도로 올라타기도 했다”고 말했다.
당시엔 대학생 개표 참관인을 구해 대구·경북(TK)과 부산·경남(PK)에 보내면 전부 두드려 맞고 쫓겨나 참관인 없이 개표가 진행되기도 했다고 한다. 권 이사장은 “유세장에서 행사를 방해하는 깡패들을 막기 위해 버스와 트럭을 동원해 유세장 주변을 둘러싸는 일도 많았다”며 “그래도 당시엔 돌멩이나 몽둥이, 칼 정도였지 총기 위협은 없었다”고 전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이 평화민주당 대선 후보였던 1987년 13대 대선에서 연설하고 있다. 당시 김 후보 측 관계자들이 든 투명 물체는 '아크릴판'이라고 동교동계 인사들은 입을 모았다. '재명이네마을' 캡처
다만 김 전 대통령도 1998년 15대 대선 때는 일부 ‘방탄’ 지원을 받기도 했다고 한다. 권 이사장은 “현대차에서 방탄차를 제공해 김 전 대통령이 유세 중 타고 다녔다”며 “너무 유세 일정이 바쁠 때는 군에서 헬리콥터를 빌려주기도 했다”고 회고했다.
대변인 등으로 13~15대 대선을 김 전 대통령과 함께했던 정대철 헌정회장도 유세에 방탄 유리가 사용된 적은 없다고 기억했다. 그는 “당시에도 테러 위협이 있었지만, 오히려 후보부터 국민과 최대한 접근하려고 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