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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3 민심 르포
20일 오전 대전 중구 으능정이 거리 들머리. 이곳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통령 후보와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가 유세를 벌였다. 류석우 기자

대전 동구 중앙시장에서 22년째 가방을 파는 김한국(62)씨는 지난 30년 동안 꾸준히 국민의힘 계열 정당에 투표했다. 더불어민주당 계열 정당엔 한번도 표를 주지 않았던 그가 이번 대선에선 처음으로 다른 선택을 하려고 한다. 중앙시장에서 35년째 속옷 가게를 하는 윤진석(62)씨도 마찬가지다. 늘 보수 정당만 찍었다는 그는 “이재명이 강도라면 윤석열은 살인자다. 솔직히 이재명에게 손이 가지 않지만 이번엔 (국민의힘이) 잘못했으니 바꾸는 게 맞다”고 했다.

한겨레는 지난 19일부터 이틀간 ‘대선 풍향계’로 불리는 충청권 민심을 살피기 위해 대전을 찾았다. 충청권 민심은 늘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으면서도 당선자를 맞혔다. 지난 대선 때도 그랬다. 최대 격전지는 대전이었다.

30분간 손님 0명…“계엄 이후 경기 더 꺾였어요”

가장 먼저 찾아간 대전 동구는 중구·대덕구와 함께 대전 안에서도 보수 성향이 상대적으로 강한 곳이다. 20대 대선에선 윤석열 전 대통령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통령 후보를 5천표가량 앞섰고, 민주당이 대전의 모든 지역구에서 압승했던 지난해 총선 때도 민주당과 국민의힘 후보가 호각세를 보였던 곳이다. 그런 동구 민심이 꿈틀대고 있었다.

19일 오전에 찾은 동구 중앙시장에는 물건을 사러 온 이들보다 상인들이 더 많았다. 시장 초입 가방 가게에 들어가 김한국씨와 이야기를 나누는 30분 동안 손님은 한명도 들어오지 않았다. 김씨가 푸념하듯 말했다. “원래 경기가 안 좋기도 했지만, 계엄 이후 확 꺾였어요. 사람들이 주머니에서 돈을 꺼내 쓸 수 있는 분위기가 아니잖아요.”


“계엄은 해선 안 되는 것이었다”


지난 대선까지만 해도 국민의힘 후보를 밀었던 시장 분위기도 바뀌었다고 한다. 김씨는 “(상인끼리) 정치 이야기는 잘 안 하지만 계엄은 아니지 않으냐고, 다들 말도 안 된다고 한다”며 “누가 되든 잘하라는 정도(의 분위기)까지 왔다”고 말했다. 대전역 인근 소제동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박진석(39)씨는 “민주당의 줄탄핵은 잘못됐지만, 계엄은 해선 안 되는 것이었다”며 “아직 누구를 지지할지 정하지 못했지만, 내일 당장 투표를 한다면 대세를 따라가게 되지 않을까 싶다”고 덧붙였다.

동구와 함께 보수색이 강한 중구의 으능정이 거리를 20일 찾았다. 이곳은 선거철마다 정치인들이 유세를 위해 찾는 옛도심이다. 이재명 후보는 선거 운동 첫날인 12일, 김문수 후보는 16일 으능정이 거리 입구에서 유세를 했다. 이곳의 매장에서 9년째 일하고 있는 이성훈(32)씨는 아직 마음을 정하지 못한 상태였다. 그는 “(비상계엄이 선택에) 영향을 줬지만 지금은 딱 중간”이라며 “계엄 때문에 국민의힘을 찍기는 싫고, 그렇다고 다른 후보를 찍기도 애매해서 대선 당일날 결정할 것 같다”고 했다. 그는 지난 대선 때 윤 전 대통령을 뽑았다.

19일 오후 대전 유성구 반석동의 ‘버찌책방’에서 책방지기 조예은씨가 책을 정리하고 있다. 류석우 기자

“이재명은 경기지사 시절 보여준 게 있으니까”


대전의 자영업자와 소상공인들이 차기 대통령으로 선호하는 인물은 정치를 안정시키고 새로운 변화를 만들어낼 사람이었다. 신도심인 서구 둔산동에서 카페를 하는 남조윤(53)씨는 매출 장부를 보여주며 “코로나19가 유행할 때보다 비상계엄 이후의 매출 하락세가 훨씬 컸다”고 했다. 그는 “이번 대선이 변화의 출발점이 됐으면 좋겠다. 이재명 후보가 성남시장·경기지사 할 때 보여준 게 있으니, 변화를 이끌 적임자라고 본다”고 말했다.

진보색이 상대적으로 강한 유성구에선 이 후보에 대한 아쉬움을 토로하는 이들도 있었다. 유성구 반석동에서 독립서점 ‘버찌책방’을 운영하는 조예은(40)씨는 “문화예술 정책에 관해 이야기하는 후보가 없어서 걱정”이라며 “지역은 서울에 비해 문화 혜택이 너무 적다. 지역에서 문화예술 활동을 하는 이들에게도 관심을 가졌으면 좋겠다”고 했다.

유성구에선 김문수 후보를 뽑겠다거나 국민의힘을 지지한다는 유권자를 만나기 어려웠다. 40년 가까이 유성구에 살며 택시 운전을 하는 ㄱ(72)씨는 “국민의힘 찍겠다는 사람들이 흔치 않고, (이재명 지지도가 높다 보니) 다들 말도 안 꺼내고 있다. 계엄이 잘한 일은 아니지만 옛날부터 찍던 정이 있으니 그대로 (국민의힘을) 찍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겨레가 에스티아이(STI)에 의뢰해 지난해 12월3일 이후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에 등록된 159개 여론조사를 분석한 대통령 후보 지지율 예측 조사 결과를 보면, 20일 현재 충청권(대전·세종·충남북)에선 이재명 후보 지지율이 50.6%, 김문수 후보 35.2%, 이준석 후보 6.6%다. 김재섭 대전참여자치시민연대 사무처장은 “대전 시민들은 전국적 이슈나 큰 흐름이 있으면 그 바람을 많이 타는 경향이 있다”며 “이번 조기대선이 윤석열의 내란으로 촉발됐다는 게 큰 영향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박정현 민주당 대전시당위원장은 “지난 대선 때 이재명 후보가 대전에서 3%포인트 차이로 졌다”며 “이번엔 55% 이상 득표하는 게 목표”라고 했다. 이상민 국민의힘 대전시당위원장은 “처음엔 많이 냉랭했지만, 서서히 샤이 보수가 결집해 지지율이 올라오고 있다”고 말했다.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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