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경마식 여론조사의 한계가 뚜렷합니다. 한국일보는 지지율 숫자를 뽑아내는 데 그치지 않고, 대선의 의미, 후보 역량과 자질, 공약 평가 등을 심도 있게 살피고자 일간지 최초로 유권자 3,000명 규모의 대선 인식 '웹조사'를 실시했습니다. 총5회 심층조사로 국민의 위대한 선택을 안내하겠습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18일 광주광역시 북구 국립 5·18민주묘지에서 열린 5·18민주화운동 45주년 기념식에 참석한 뒤 취재진과 만나 이날 발표한 개헌 관련 입장에 대한 질문에 답하고 있다. 광주=연합뉴스

이른바 개헌 빅텐트를 향한 국민의 열망을 정치권이 온전히 받아안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범보수 진영뿐 아니라 '이재명 유동 지지층'에서조차 개헌 빅텐트에 공감하는 의견이 60%에 달할 정도로 높았다. 이번 대선 판을 '개헌 세력' vs '반개헌 세력'으로 흔들어 보려 했던 국민의힘 입장에선 반격의 계기를 스스로 날려 버린 셈이다.

한국일보가 한국리서치에 의뢰해 실시한 대선 여론조사에서 '개헌에 동의하는 세력 하나돼야 한다'고 응답한 유권자는 45%였다. 주로 정권재창출(59%)을 바라는 60대(51%)와 70대 이상(57%), 보수성향(50%) 지지자들의 응답이 과반을 넘으며 '개헌 빅텐트' 여론을 견인했다.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 지지층도 개헌 빅텐트 열망에 57%가 동의했다. 여론조사 실시 당시(12~13일)까지 이 후보가 개헌 의사를 적극적으로 개진하지 않았던 만큼, 범보수 진영 지지층에선 이재명 견제 카드로 개헌 이슈를 인식한 것으로 보인다.

눈에 띄는 점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지지층과 야권 성향 응답자도 개헌 빅텐트 필요성에 어느 정도 공감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정권교체를 바라는 응답자 가운데 44%가 개헌 세력이 한데 뭉쳐야 한다는 데 지지를 표했다. 이재명 고정지지층 역시 41%가 당위성에 공감했다. 전체 응답자의 동의율과 거의 같은 데다 이 후보에 대한 비판·견제 문항 가운데 가장 높은 수치다.

6·3 대선 인식

개헌 빅텐트 필요성 공감대

특히 '이재명 유동 지지층'에서 개헌 빅텐트에 동의하는 의견은 59%에 달했다. 이는 '김문수 고정지지층' 응답과 동일한 수치다. 이 후보가 개헌에 미온적인 태도를 계속 고수하는 상황에서, 국민의힘을 비롯한 나머지 정치 세력이 개헌 빅텐트 압박에 나섰다면 이들의 표심 역시 흔들릴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었던 것이다.

그러나 국민의힘은 대선 레이스 초반 한덕수 전 국무총리와의 강제 단일화, 윤석열 전 대통령의 탈당 문제로 시간을 허비했고 개헌 공세의 불씨를 살려내지 못했다. 그사이 개헌 이슈를 오히려 선점한 건 이 후보였다. 이 후보는 지난 18일 4년 연임제 등 권력구조 개편 개헌안을 전격 공개하며 선수를 쳤다. 김 후보가 부랴부랴 4년 중임제로 맞불을 놨지만, 개헌 주도권은 이미 뺏겼다는 평가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개헌 이슈는 본래 약자의 수단이지만, 이 후보가 도리어 먼저 치고 나오며 국민의힘으로선 개헌 이슈를 이끌어갈 동력을 잃었다"고 평가했다.

시각물_조사방법

한국일보

김형준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