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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反) 이재명 연대’. 국민의힘이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으로 촉발된 이번 대선을 이길 수 있는 유일한 방법으로 설정한 전략이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의 각종 사법리스크를 부각하고 그에 반대하는 세력을 한데 모아 ‘반명 연합군’을 구성한다는 복안이었다. 하지만 그 출발점이 돼야 할 윤 전 대통령과의 관계 단절을 국민의힘이 미적거리면서 이번 대선 구도는 여전히 ‘윤석열 심판론’에 머물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19일 서울 서초구 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내란 우두머리 혐의,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혐의 사건 4차 공판을 마친 뒤 법정을 나서고 있다. 뉴스1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의 최측근인 김재원 후보 비서실장은 20일 MBC 라디오 인터뷰에서 윤 전 대통령 탄핵 대리인단 출신으로 ‘윤어게인 신당’ 창당을 주도했던 김계리 변호사의 입당 보류와 관련해 “윤 전 대통령의 변호인을 맡았다는 게 큰 오점이 되는 게 아닌데 그것이 논란이 되는 것 자체가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말했다. 김용태 비상대책위원장이 서울시당에 당원자격심사위원회 개최를 지시하며 김 변호사의 입당을 보류시킨 데 대해 다른 의견을 밝힌 것이다. 보통의 경우 당원 신청은 별도의 자격 심사 없이 승인된다.

김 변호사의 입당과 관련한 당 지도부의 견해차는 여전히 윤 전 대통령 그림자에 갇힌 국민의힘의 현주소를 보여주는 모습이다. 앞서 당 쇄신을 위해 김 후보가 지명한 김 비대위원장이 윤 전 대통령의 탈당 등 거취 압박에 나섰을 때도 친윤계 중진은 물론이고 김 후보조차 “윤 전 대통령 본인의 판단에 맡겨야 한다”며 미온적 반응을 보였었다. 결국 윤 전 대통령은 지난 17일 자진 탈당을 택했지만, 계엄 및 탄핵 사태에 대한 사과 없이 떠난 탓에 당에서조차 “위장 이혼 같다”(영남 중진 의원)는 비판이 나왔다.

최근 발표된 복수의 여론조사에 따르면 이번 대선은 현재까지 ‘1강ㆍ1중ㆍ1약’ 구도다. 한국갤럽이 지난 13~15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이재명 후보 51%, 김문수 후보 29%,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 8%였다. 한국경제 의뢰로 입소스가 16~17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도 이재명 51%, 김문수 32%, 이준석 7%로 비슷한 흐름이었다.

지난 12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왼쪽부터)가 대전에서,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대구에서, 이준석 개혁신당 대선 후보가 서울에서 집중 유세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는 국민의힘이 강성 지지층의 응집력을 기대하며 윤 전 대통령과의 절연에 인색한 탓에 보수 진영 전체가 ‘윤석열 심판’이란 프레임에 갇혀버린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여론조사에서 이 후보의 지지율은 40% 전후의 민주당 정당 지지도를 상회하는 반면, 김 후보 지지율은 국민의힘 정당 지지도와 비슷한 흐름이다.

후보 간 전략 차이는 뚜렷하다. 이재명 후보는 자신의 사법리스크란 뚜렷한 약점을 지녔는데도 불구하고 50%를 상회하는 정권 교체 여론을 바탕으로 대세론을 공고히 하고 있다. 이에 “마치 당선된 것처럼 오만방자하게 보이는 것을 경계”(강훈식 선대위 종합상황실장)하는 ‘로우키’ 전략을 실천 중이다.

반면 국민의힘은 윤 전 대통령과의 명확한 관계 단절을 못하면서 반명 연대는커녕 당내 통합조차 흔들리고 있다.

김 후보와 경선 경쟁자였던 한동훈 전 대표는 이날부터 지방 유세에 돌입했다. 첫 유세장은 지난해 총선을 앞두고 윤 전 대통령의 첫 청년 참모였던 장예찬 전 최고위원 대신 친한계 정연욱 의원을 공천한 부산 수영구였다. 한 전 대표의 유세 복장엔 ‘김문수’ 이름이 없었다.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가 20일 오후 부산 수영구 광안리해수욕장에서 김문수 국민의힘 대통령 후보 지원 유세에 나선 가운데 언론 브리핑을 하고 있다. 뉴스1

취재진과 만난 한 전 대표는 “김 후보와 (윤 전 대통령에 대한) 큰 생각 차이가 있지만, 그게 바뀌지 않는다고 뒤에 있기엔 상황이 절박해서 거리로 나왔다”면서도 “제가 말한 승리를 위한 세 가지 조건이 선행되지 않으면 (반명) 빅텐트가 아닌 친윤, 자통당(자유통일당) 빅텐트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경선 탈락 뒤 정계은퇴를 선언하며 윤 전 대통령에 대한 비판을 쏟아냈던 홍준표 전 대구시장은 미국 하와이까지 찾아온 특사단의 설득에 “김문수 후보를 지지하겠다”고 밝혔지만, 선대위 합류는 거절했다고 한다.

이처럼 당내 주요 인사들이 김문수 후보와 ‘원팀’을 이루지 못하면서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와의 단일화에도 악영향을 끼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와 관련 이준석 후보는 이날 광주 지역 기자 간담회에서 “(김 후보는) 확장성의 한계로 중도층과 젊은 층의 표심을 얻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이재명 후보가 지금처럼 여론조사에서 40% 후반, 50%를 상회하는 다자 간 지지율이 나오면 단일화 등 정치공학적 시나리오가 작동하기엔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한국갤럽은 전국 만 18세 이상 유권자 1004명 대상 전화면접 조사로,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 입소스는 전국 만 18세 이상 1002명 대상 전화면접 조사로,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홈페이지 참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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