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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서열화 완화=지방 소멸 대책' 인식
이재명 "지역거점대 서울대 수준으로"
김문수 "거점대-서울대 공동 학위 수여"
문제는 예산…서울대생 반발도 넘어야
서울 관악구의 서울대 캠퍼스 정문. 한국일보 자료사진


서울대를 정점에 둔 대학 서열은 우리 사회 난제들의 뿌리다. 학부모와 학생들은 학벌을 통해 '출세의 고속도로'에 올라타려고 연간 29조 원의 막대한 사교육비(2024년 초중고 기준)를 쏟아붓는다. 또, 서울과 수도권은 유명 대학을 앞세워 지역의 인재와 돈을 빨아들인다.

이 탓에 청년층이 급감한 지역 도시들은 소멸을 걱정해야 하는 처지가 됐고, 서울·수도권은 인구 과밀화 탓에 부동산 가격이 치솟는 등 살기 어려워졌다. 현실에 절망한 청년층이 아이 낳기를 포기하면서 한국은 세계에서 가장 심각한 저출생 국가(합계 출산율 0.75명)로 전락했다.

'고르디우스의 매듭'(좀처럼 풀기 힘든 매듭)이 돼버린 대학 서열화와 지방소멸 문제는 대선 때마다 핵심 의제였다. 6·3 대선에서도 주요 후보들이 이 문제를 해결하겠다며 공약 경쟁을 벌이고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의 '서울대 10개 만들기'와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의 '서울대-지역거점대 공동학위제'가 대표적이다.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와 권영국 민주노동당 후보도 비슷한 문제의식을 가지고 있어 누가 당선되더라도 대학 서열화 구조에 균열을 낼 정책은 추진될 전망이다.

이재명 후보 "기업들, 지방 가고 싶은데 인재가 없다"



이재명 후보의 서울대 10개 만들기 공약은 크게 두 축이다.
①지역거점국립대 9곳(강원대·경북대·경상국립대·부산대·전남대·전북대·제주대·충남대·충북대)에 정부의 재정 지원을 크게 늘려 서울대 수준의 연구 중심 대학으로 키우고 ②이 대학 간 협력 체제를 구축하겠다는 것이다.
김종영 경희대 사회학과 교수가 같은 이름의 책을 통해 정책 아이디어를 내놓은 이후 선거철마다 나오는 진보 진영의 단골 공약이 됐다.

19일 서울 용산구 서울역 대합실 TV에서 전날 열린 대선 후보자 초청 1차 토론회 관련 뉴스가 보도되고 있다. 뉴시스


이재명 후보 측은 서울대 10개 만들기를 교육 공약인 동시에 지역 균형발전 공약으로 본다. 기존 거점국립대가 세계적 수준의 대학으로 거듭나면 대기업들도 인재를 찾아 본사, 공장 등을 지역으로 이전할 것이라는 설명이다. 좋은 일자리가 생기고, 정주 여건이 개선되면 청년들이 지역을 떠나지 않게 돼 도시는 생기를 되찾을 것이라는 기대가 깔려 있다.

이재명 후보는 지난 16일 전북 군산 유세에서 "기업들은 땅값이 싸고 하니 지방으로 가고 싶은데 문제는 (채용할) 인재가 없다고 한다"고 말했다.
한 지방 국립대 총장도 "한 대기업 회장이 '지방에 공장을 잘 지어 5대 대기업만큼 급여를 줘도 젊은 직원들이 2년 정도 있으면 서울·수도권으로 떠난다'고 하더라"
면서 "(일자리가 있어도) 수도권 청년들이 지역에 내려오지 않는 실정이기에 (지역을 살리려면) 지역거점국립대를 서울대 수준으로 만드는 게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짧은 기간 동안 재정을 집중 투입한다고 해서 거점 국립대들이 서울대 수준으로 도약할 수 있을까. 김 교수는 "가능하다"고 주장한다. 그는 "한국과학기술원(카이스트·1971년 개교)과 포항공대(1986년 개교)는 비교적 늦게 문 열었지만 정부와 기업(포스코)의 집중 투자로 단기간에 국내 최고 수준의 연구중심대학이 됐다"고 말했다. 누구도 카이스트나 포항공대를 '지방대'로 보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래픽= 김대훈 기자


거점 국립대들이 서로 협력 운영해 교육의 질을 상향 평준화하겠다는 것도 서울대 10개 만들기 공약의 핵심축이다. 다만, 이 후보는 공약에서 대학 간 협력 수준을 구체화하지는 않았다. 10개 대학이 학생과 교수를 교류하는 최소한의 협력만 할 수도 있고, 아예 학생을 함께 선발해 공동으로 학위를 주는 넓은 범위의 협력도 가능하다. 김 교수는 미국의 캘리포니아대(UC·University of California) 모델을 참고할 수 있다고 했다. 그는 "UC버클리, UCLA 등 10개 종합대학은 하나의 이사회를 두고 각 대학의 특성화 분야 등을 결정한다"면서 "10개 대학 졸업생이 'UC'라는 명칭이 들어간 학위를 받으니 학위도 공유하는 셈"이라고 설명했다.

문제는 '돈'이다. 거점 국립대 9곳의 학생 1인당 교육비(2023년 기준)는 2,450만 원으로 서울대(6,059만 원)의 40% 수준에 그친다. 이를 최소한 70% 이상으로 끌어올려야 거점 국립대의 의미 있는 변화가 가능하다. 이를 위해서는
매년 2조7,000억 원(대학당 3,000억 원)의 예산이 필요하다.
현재 중앙부처의 고등교육 지원 예산이 19조9,000억 원(2025년 기준)인 것을 감안하면 적지 않은 액수다. 민주당은 재원 마련 방안을 아직 내놓지 않았다.

김문수 후보 '공동학위제', 서울대 교수회도 제시



김 후보는 대학 서열 완화 공약으로 '서울대-지역거점대 간 공동학위제'를 내놨다.
지역 국립대별로 강점이 있는 특정 전공에 한해 서울대와 지도 교수, 전공 수업 등을 공유하고 거점대 학생이 서울대 학생과 같은 졸업장을 받도록 하는 안이다.
이는 서울대 교수회가 지난달 제시한 '교육 개혁안'에도 담긴 내용이다. '서울대 프리미엄'만 지키고 있기에는 대학 서열화와 지방 소멸 문제가 너무 심각하기 때문이다. 앞서 문재인 전 대통령도 '국공립대 공동학위제'라는 이름으로 비슷한 공약을 추진한 바 있다.

2월 서울 강남구 대치동 학원가의 한 건물에 높은 의대 합격률을 홍보하는 현수막이 붙어 있다. '초등 의대반'으로 대표되는 조기 사교육 바람 탓에 지난해 국내 초중고교생이 쓴 사교육비는 29조 원으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박시몬 기자


김 후보의 공약이 이재명 후보의 서울대 10개 만들기 공약보다 더 급진적인 대학 서열화 완화책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지방 학생들 입장에서 따져볼 때 인근 국립대에서 서울대 수준의 교육을 받고 서울대생과 같은 졸업장을 받을 수 있다면 상경할 이유가 줄어들기 때문이다.

하지만 공약이 현실화하려면 서울대 재학생과 동문들의 반발을 뛰어넘어야 한다.
지난해 경상국립대가 서울대와 우주 항공 분야에서 공동 학위제 도입을 추진했지만 서울대 학생 등의 반대로 무산됐다.
서울대생들은 공정성을 문제 삼는다. 결국 공동 학위제는 대학 간 교육·인프라 차이를 줄이는 등 점진적으로 현실을 개선해 반대하는 이들을 설득할 수 있어야 성공할 수 있다.

그래픽=김대훈 기자


'서울대 학부 폐지론'부터 '의무 학점교환제'까지



이준석 후보는 이재명 후보의 서울대 10개 만들기 공약을 때리고 있다. 그는 지난 14일 부산대에서 학생들과 만나 "이재명 후보가 국민들에게 매표하는 방식은 '너도 서울대 갈 수 있어' 이런 식으로 양적 팽창이 가능할 것처럼 하는 방식"이라며 "결국 거짓말로 귀결될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했다. 이준석 후보는 대신 지역거점국립대 학생들이 4년 재학 기간 중 1년간 다른 대학에서 가서 공부하는 '의무 학점교환제'를 언급했다. 예컨대 부산대 학생들이 1년 정도 서울대에서 수업을 듣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다만
이 후보는 "서울의 대학 정원이 줄지 않고는 지역거점국립대가 클 수 없다"는 입장이다.


권영국 후보는 '서울대 학부 폐지' 공약을 들고나왔다.
대입 피라미드의 꼭짓점에 있는 서울대의 학부 과정을 없애고 이를 대학원 연구 중심 체계로 개편해 대학 서열화를 깨버리겠다는 구상이다. 진보 진영에서는 2000년대 초부터 나왔던 구상인데 "서울대를 없애면 연세대나 고려대 등이 그 자리를 차지할 것"이라는 등의 반대 논리 때문에 실현되지 못했다. 권 후보는 또 지역거점국립대들을 최고 수준으로 상향 평준화하고, 정원을 늘리고 학점교류 및 공동 교육과정을 확대해야 한다는 공약도 함께 내놨다.

1973년 김종필(왼쪽에서 두 번째 선글라스 쓴 남성) 당시 국무총리가 양탁식 서울시장, 한심석 서울대 총장, 이훈섭 서울대 종합캠퍼스 건설본부장의 안내로 서울 관악산의 서울대 종합캠퍼스 건설공사 현장을 둘러보고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서울대 10개 만들기 공약을 지지해온 조희연 전 서울시교육감은 "이재명 후보뿐 아니라 김문수, 이준석, 권영국 후보 등 주요 후보가 모두 지역거점국립대를 키워 대학 서열화를 어떻게든 완화해야 한다는 데 동의하고 있다"면서 "관련 사업을 할 때 기존 고등교육 예산을 이용하기보다는 신규 재정을 편성해서 써야 정책이 제대로 추진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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