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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대구역 광장에 지난해 12월23일 박정희 전 대통령 동상이 설치돼 있다. 백경열 기자


대구시의회는 ‘박정희 대통령 기념사업에 관한 조례’를 폐지해달라는 주민조례청구와 관련해 폐지안을 마련하고 법제 심사를 거친 뒤 오는 28일 내로 발의할 예정이라고 20일 밝혔다.

이번 발의는 대구시민이 청구한 ‘대구시 박정희 대통령 기념사업 지원 조례 폐지안’이 지난 4월28일 대구시의회에서 수리됨에 따른 절차다. 주민조례발안법에 의하면 시의회 의장은 주민의 청구를 수리한 날부터 30일 이내 주민청구조례안을 발의해야 한다.

현재 동대구역에 있는 박 전 대통령 동상 건립의 근거가 된 해당 조례는 기념사업 추진에 필요한 사항을 규정하고자 지난해 5월 제정됐다. 이후 홍준표 전 대구시장의 주도로 지난해 12월24일 해당 동상의 제막식도 열렸다.

이에 지역 시민·사회단체들로 구성된 ‘박정희우상화반대 범시민운동본부’는 “박 전 대통령은 지방자치단체가 기념해야 할 인물이 아니다”며 조례 폐지 청구서를 제출하고, 올해 1월까지 범시민 서명운동을 펼쳤다.

주민조례청구는 일정 주민 수 이상의 요구로 지자체 조례 제정, 개정, 폐지 등을 청구할 수 있는 제도다. 대구시는 ‘조례 제정이나 개폐 청구를 위해 연서해야 하는 주민 수’를 18세 이상 주민 수의 1/150인 1만3670명으로 규정하고 있는데, 이번 서명엔 1만4485명이 참여해 유효서명인 수를 충족했다.

홍준표 대구시장이 지난해 12월 23일 오후 동대구역 광장에서 열린 ‘박정희 동상 제막식’에서 인사말하고 있다. 연합뉴스


다만 폐지 조례안이 발의되더라도 조례 폐지가 확정되는 것은 아니다. 소관 상임위원회인 기획행정위원회와 본회의 의결을 거쳐야 최종 폐지가 확정된다. 관련법에 따라 의결은 1년 이내에 해야 한다.

범시민운동본부는 이날 보도자료를 내고 시의회가 조례폐지안 심의, 의결 전에 주민공청회 등 공론장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해당 조례가 제정될 때 주민의 의견수렴 절차를 밟지 않았고 반대의견이 많았음에도 무시당했기 때문이라는 취지다.

이들은 “홍 전 시장은 ‘시민의 대표기관인 시의회가 공론장’이라며 주민의 의견을 수렴하지 않았고, 대구시의회는 ‘의회 제출이 곧 공론화 시작이라는 것은 궤변’이라는 일부 의원들의 지적에도 의결을 강행했다”며 “이번에는 달라야 한다. 대구시의회는 6월 심의, 의결 이전에 시민공청회 등 공론장을 반드시 마련하라”고 요구했다.

이어 “대구시의회 34년사에 시민이 발의해 심의·의결까지 가는 조례는 2012년 ‘친환경의무급식 조례’ 이후 이번이 두 번째다. 그만큼 드물고 어려운 일”이라며 “과거 대구시의회는 의무 급식 조례 청구인의 진술권도 보장하지 않았고 주요 내용을 다 수정해 조례안을 누더기로 만들어 버렸다. 9대 시의회는 이를 반복하지 말고 최소한 청구인의 진술권은 보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조례안이 폐지되면 기념사업 추진위원회는 존립 근거가 사라지게 된다. 현재 잠정 보류된 대구 대표도서관 박정희 동상 추가 건립 사업도 백지화된다. 이곳에 들어설 예정이었던 동상은 총사업비 7억원을 들여 높이 6m, 기단 2m로 규모로 계획됐다.

강금수 대구참여연대 사무처장은 “대구시의회가 홍 전 시장과 같이 시민을 무시하고 횡포를 부리지 않기를 바란다”며 “내란 청산이 시대적 화두가 되고 있다. 내란원조인 박정희 동상이 대구의 관문에 서 있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말했다.

홍준표 대구시장(가운데)과 내빈들이 지난해 8월 대구 동구 동대구역 앞 광장에서 열린 ‘박정희광장 표지판 제막식’에 참석해 박수를 치고 있다. 대구시 제공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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