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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유튜브 지식 채널 ‘쿠르츠게작트’의 ‘한국은 끝났다’ 영상 갈무리.


장영욱 |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연구위원

‘한국은 끝났다’(South Korea is Over)라는 제목의 영상이 외국에서 화제였나 보다. 세계에서 가장 낮은 출산율 때문에 앞으로 우리 경제, 재정, 의료, 사회 전반이 무너질 것이라는, 너무 반복되어 이제는 무뎌진 얘기다. 물론 무뎌졌다고 위험이 없어지진 않는다. 영상의 주장대로, 지금 출산율이 유지된다면 생산연령인구가 빠르게 감소하여 성장잠재력과 재정 여력이 잠식될 수 있다. 부양 부담이 급증하면서 고령 빈곤율과 자살률이 높아지는 등 사회문제까지 발생할 가능성도 무시 못 한다.

그럼에도 한국이 끝났다는 진단은 과하다. 인구구조 변화가 꼭 생산력 감소로 이어지지는 않기 때문이다. ‘일할 사람이 사라진다’(위즈덤하우스)에 따르면, 지금보다 미래의 고령층이 더 건강하고 교육 수준이 높아서 고령 인구 비중이 늘어도 생산력은 생각보다 많이 떨어지지 않는다. 또한 비교적 낮은 우리나라의 고령, 여성, 청년 인구의 경제활동 참여율이 선진국 수준까지 올라가면 생산연령인구 감소분이 상쇄된다. 저자는 경제활동 참여율 상승 때 25년 뒤에도 노동인구가 현재의 90%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전망했다. 여기에 기술 발전에 의한 노동생산성 향상까지 고려하면 미래 생산력은 오히려 늘어날 수도 있다.

이에 더해, 인류의 적응력을 과소평가하면 안 된다. 인류는 항상 위기였고 항상 종말을 걱정했지만 지금 세상은 그 어느 과거보다 더 풍요롭다. 일전에 내가 다른 글에서 언급했듯, 역사적으로 인구 감소는 임금 상승, 근로여건 개선, 생산성 향상 등의 경로로 남은 세대의 후생을 증대시켰다. 요 몇년 사이에도 인구 위기 논의가 본격화하면서 수많은 출산·양육 지원 정책이 제시됐고, 그 덕분인지 2023년 저점을 찍은 출생아 수와 합계출산율은 지난해 소폭 반등했다. 완전한 추세 반전인지 판단하긴 아직 이르지만 다행히 출산율 증가세가 올해도 이어지고 있다.

‘한국은 끝났다’류의 호들갑도 그 쓰임이 있겠지만 단순히 겉으로 드러난 현상만 보고 과도한 공포에 빠질 필요는 없다. 불확실한 미래를 걱정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 건 지금, 여기 살아 있는 사람들이 행복해지는 것이다. 출산을 포기하게 만드는 사회의 구조적인 모순을 깨뜨리면 저출생 추세는 저절로 반전된다. 실행이 문제지 해법은 이미 나와 있다. 결혼과 출산 기피의 주원인으로 지목되는 주거 비용, 교육 경쟁, 장시간 노동, 돌봄 부담 등을 완화하는 게 우선이다. 출산과 양육에 대한 실효적이면서도 과감한 지원 정책도 계속 개발해야 한다.

아울러 늦출 순 있어도 피할 순 없는 인구구조 변화에 적응하기 위해 제도적 개혁도 병행돼야 한다. 성별, 고용 형태별, 국적별, 연령별 임금 격차를 줄여 그간 노동시장에서 소외됐던 사람들에게 일할 유인을 제공하면 인구구조 변화로 인한 노동력 손실을 상쇄할 수 있다. 재정 부문에선 건강보험, 국민연금 개혁에 더해 미래 세수 여력 감소에 대비한 조세 체계 개편이 필요하다. 무분별한 감세는 미래 세대에 부담을 떠넘기는 것에 불과하다.

개인적인 경험에 비추어 마지막으로 하나 더 강조하고 싶다. 생애 전 주기에 필수적인 ‘돌봄 공동체’를 만드는 것이다. 최근 아내가 첫째와 함께 여행을 떠나면서 4살 둘째와 18개월 셋째 육아가 내 몫이 됐다. 일하면서 두 아이를 보는 게 만만치 않았지만, 직장에 갖춰진 육아 인프라와 동료, 친구, 이웃의 거듦이 큰 힘이 됐다. 등하원이 수월한 직장 어린이집과 애들도 눈치 안 보고 먹을 수 있는 구내식당, 식사 시간에 돌아가면서 함께해주는 동료, 친구들과 이것저것 챙겨주는 이웃들 덕에 이른바 ‘독박육아’가 그리 외롭지 않았다. 때마침 직장에서 열린 가족 초청행사는 가장 힘든 주말 육아를 버티게 해줬다.

가족, 직장, 지역에서 형성된 관계 안에서의 돌봄은 영유아로부터 고령 부모, 거동이 불편한 환자, 장애인 등 생애 전 주기로 확대될 수 있다. 최근 발간된 ‘우리는 어떻게 서로를 돌볼 수 있는가’(헤이북스)에서 강조했듯 개인과 가족이 전담하던 돌봄 부담을 정부, 지역사회, 기업, 그리고 궁극적으로 시민 모두가 참여하는 ‘돌봄 공동체’가 나눠서 질 수 있다면, 저출생 추세 반전뿐 아니라 고령화 시대 대비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내가 경험했던 ‘관계 안에서의 돌봄’과, 이 돌봄이 사회 전체로 퍼질 것이라는 희망 때문에, 아직 한국은 끝나지 않았다.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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