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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인근 대단지 아파트, 소음·먼지 민원 증가
100여개교 사전 안내문도 “놀 권리 빼앗겨 안타까워”
경기 오산시의 한 초등학교 학생들이 운동회를 앞두고 만든 포스터. 독자제공


경기 안양시 임곡중 학생들은 지난 9일 체육대회를 앞두고 ‘아파트 입주민 여러분께’로 시작하는 포스터를 직접 만들었다. 학생들은 포스터에서 “소음 등의 불편이 생길 수 있다”며 “학생들이 좋은 추억을 쌓는 시간이니 하루만 참고 넘어가 주세요. 최대한 불편을 덜 끼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했다. 학교 인근 대단지 아파트에 거주하는 학생들이 직접 단지 내 게시판에 포스터를 붙였다. 아파트 주민들은 ‘즐거운 체육대회가 됐으면 좋겠다’는 내용의 현수막을 걸어 화답했다.

임곡중 학생들이 운동회를 앞두고 포스터까지 만든 건 인근 주민들의 소음 민원 때문이다. 지난해 운동회 때는 경찰이 학교에 출동했다. 두인우 임곡중 체육부장은 “아파트에서 학교 운동장이 내려다 보일 정도로 가깝다 보니 생기는 문제”라고 했다. 임곡중은 2044세대 대단지 아파트와 붙어 있다.

19일 취재를 종합하면 최근 한 달간 운동회를 준비하며 주변 아파트단지나 경찰서 등에 사전 협조 안내문을 보낸 전국 학교는 최소 100곳이 넘는다. 운동회 때 쓰이는 앰프 소리와 학생들의 함성에 인근 주민들이 민원을 제기하는 사례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다수의 교사들은 학생들의 뛰어놀 권리에 관대하지 못한 세태가 안타깝다고 했다.

경기 오산시의 한 초등학교 학생들이 이달 초 운동회를 앞두고 만든 포스터. 독자 제공


50개 초등학교·중학교의 안내문이나 학생들이 만든 포스터에는 “소음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는 내용과 함께 “죄송하다” “양해 부탁드린다” “피해를 드려 송구하다”는 표현이 주로 담겼다. 경기 용인시 동막초병설유치원은 운동회를 앞두고 인근 아파트 단지에 보낸 공문에서 “아이들의 밝은 웃음소리와 활기찬 응원의 함성이 잠시나마 일상의 평온을 방해드릴 수 있는 점 깊이 양해 부탁드리며, 너그러운 이해와 협조를 간곡히 요청드린다”고 했다.

여러 학교에선 안내문을 통해 ‘민원에 적극 대응하겠다’는 입장을 취했다. 주택가에 있는 서울 안암초는 지난달 운동회를 앞두고 학교연락처를 기입한 안내문을 만들었다. 안암초는 안내문에서 ‘견디기 어려울 정도로 지나친 소음이 발생 시 교무실로 연락주시면 최대한의 조치를 취하겠다’고 썼다. 서울 송림초도 협조문에서 ‘불편 사항이 있으실 경우 언제든지 학교 교무실, 행정실로 연락을 주시면 최선을 다해 해결하겠다’고 했다.

흙먼지 민원을 우려한 학교도 있었다. 서울 명원초는 협조 안내문에서 ‘아이들 운동장 활동 시 먼지가 날릴 수 있다. 불편을 드려 죄송하다’고 썼다.

경기 안양시 임곡중학교 학생들이 이달 초 운동회를 앞두고 만든 포스터. 독자 제공


운동회 소음 민원이 증가한 데에는 학교를 품은 대단지 아파트가 늘어난 것이 영향을 미쳤다. 재건축이 이뤄지면 대부분 아파트 단지 내부나 주변에 학교가 들어선다. 주민 중 야간 근무자 등의 소음 민원이 많다고 한다. 행사 음향업체 관계자는 “10곳 운동회에 가면 7~8개 학교에선 소음 민원을 받는다. 아파트에 둘러싸인 학교의 소음 민원이 대부분”이라며 “해가 갈수록 소음에 민감해지는 주민들이 늘어가는 것은 사실”이라고 했다.

학교 현장에선 1년에 하루뿐인 운동회에서도 주변 눈치를 보며 마음껏 뛰어놀지 못하는 현실에 대한 안타까움이 크다. 경기 오산시 A초교의 교감 B씨는 “아이들이 마음껏 뛰어놀고 소리지르는 것을 시민들이 다같이 이해해줬으면 한다”고 했다. A초교 학생들은 이달초 운동회를 준비하며 임곡중처럼 포스터 두 장을 만들었다. 포스터에는 “우리 운동회 해요! 오늘 하루만큼이라도 정신줄 놓고 놀게 해주세요” “오늘은 조용함보다 흥이 이긴 날! 하루만 양해부탁드려요”라는 내용이 담겼다.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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