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4차 공판서 특전사 준장, 계엄 당시 목격 장면 진술
“곽, 국회 도착한 병력에 표결 못하도록 의원 끌어내라 지시”
곽, 계엄 당일 밤 합참 전투통제실서 계속 독촉전화 받아
“곽, 국회 도착한 병력에 표결 못하도록 의원 끌어내라 지시”
곽, 계엄 당일 밤 합참 전투통제실서 계속 독촉전화 받아
윤석열 전 대통령이 19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내란 우두머리 혐의,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혐의 사건 4차 공판의 오전 재판 종료 후 점심 식사를 위해 나서며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12·3 불법계엄 당일 곽종근 전 특수전사령관이 상관과 통화하며 “문 부수고서라도 들어가겠습니다”라고 복창하는 모습을 봤다는 군 간부의 법정 증언이 나왔다. 당시 상황실에서 곽 전 사령관 옆에 앉아있던 박정환 특전사 참모장(준장)은 국회에 병력이 투입된 후에도 곽 전 사령관에게 “서두르라”는 누군가의 독촉 전화가 여러 차례 걸려왔다고 진술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 25부(재판장 지귀연)는 19일 내란 우두머리 혐의 등으로 기소된 윤석열 전 대통령에 대한 4차 공판을 열었다. 이날 재판부는 박 준장의 증인신문을 진행했다.
박 준장은 계엄 당시 곽 전 사령관이 병력 투입 지시를 받는 통화 장면을 목격했다. 박 준장은 계엄 당일 오후 10시27분쯤 곽 전 사령관이 있던 합참 전투통제실에 들어가 그 옆에 앉았다. 박 준장은 곽 전 사령관이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등 상관으로 추정되는 사람의 전화를 받은 뒤 “문 부수고서라도 들어가겠습니다”라고 복창했다고 밝혔다.
박 준장 진술에 따르면 곽 전 사령관은 이날 오후 10시47분쯤 707특수임무단과 1공수여단에 “국회를 확보하라”는 최초 명령을 내렸다. 박 준장은 “확보라는 단어가 (상황에) 매우 안 맞는 단어이긴 했지만, 의미가 무엇인지 물을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라며 “간첩이 국회나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정도까지 도발한 거라고 받아들였다”고 말했다. 병력이 국회에 도착한 뒤에는 곽 전 사령관이 “유리창을 깨라” “문을 부수고서라도 들어가라” “표결 못하도록 의원들을 끌어내라”고 명령했다고 밝혔다.
국회에는 이날 오후 11시8분부터 차례대로 군 헬기 12대가 투입됐다. 그 때까지 곽 전 사령관은 “병력을 서둘러 투입하라”는 취지의 독촉 전화를 계속 받았다고 박 준장은 밝혔다. 박 준장은 “(곽 전 사령관이 전화로) 매우 조급한 답변을 했던 것 같다”며 “예를 들어 몇 분 정도 걸리느냐고 했을 때 (실제) 15분 걸릴 것을 5분 줄여서 10분으로 말할 정도로 상당히 조급해했다”고 말했다. 지난해 12월4일 오전 4시30분 국회에서 계엄 해제안이 의결된 후에는 곽 전 사령관이 “두 손으로 머리를 감싸 쥐고 책상 위에 웅크렸다”며 “좌절하는 모습 같았다”고 말했다.
이날 법정에는 박 준장이 계엄 해제 뒤 직접 작성한 메모가 공개됐다. 메모에는 “조기투입을 계속 독촉” “본회의장에서 표결 못 하도록 의원들을 빨리 끌어내라! 빨리 가라! 표결하면 안 된다” 등 계엄 당시 상황이 담겨 있었다. 박 준장은 “매우 충격적인 일이었기 때문에 거기서 나온 상황들이 반드시 문제가 되겠다고 생각해서 꼭 기록해야겠다 생각했다”고 말했다. 윤 전 대통령 측은 “메모 내용이 본인의 형사 책임을 회피하거나 가볍게 할 목적으로 사실과 달리 증인에게 유리한 내용으로 작성한 것도 있을 수 있다”며 메모의 신빙성을 문제삼았다.
이날 재판에서는 윤 전 대통령에게 추가로 적용된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혐의에 대한 의견진술도 진행됐다. 검찰은 윤 전 대통령이 “지휘통솔권을 남용했다”고 주장했다. 윤 대통령 측은 기존 ‘평화적 계엄’ 주장을 여러 번 강조하며 “대통령으로서 헌법상 책무에 따른 결단이었다”고 맞섰다.
윤 전 대통령은 지난 재판에 이어 이날도 별도 발언을 하지 않고 대부분 눈을 감고 있었다. 지귀연 부장판사는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혐의 심리를 시작하면서 “피고인?”이라고 불러도 윤 전 대통령이 아무런 반응을 하지 않자 “혹시 조시는 거 아니죠?”라고 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