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번째 희생… 지난달엔 아워홈 사고
19일 오전 근로자 사망 사고가 발생한 경기도 시흥시 SPC삼립 시화공장의 컨베이어벨트. 시흥소방서 제공
아워홈에 이어 SPC그룹 내에서 근로자가 작업 중 사망하는 사고가 또 발생했다. 중대재해처벌법(중처법)이 시행된 지 3년이 넘었지만 사고 예방보다는 사후 처벌에 중점을 두고 있어 한계가 뚜렷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SPC그룹은 19일 오전 3시쯤 경기도 시흥시 SPC삼립 시화공장에서 50대 여성 근로자가 컨베이어 벨트에 끼여 숨졌다고 밝혔다. 이 근로자는 뜨거운 빵을 식히는 작업이 이뤄지던 컨베이어 벨트에 윤활유를 뿌리다가 기계에 상반신이 끼이는 사고를 당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범수 SPC 대표이사는 사과문을 내고 “사고 직후부터 공장 가동을 즉각 중단했고, 같은 공간에서 일하던 동료 직원들의 심리 안정을 위해서도 노력할 예정”이라며 “사건 수습과 재발 방지를 위해 모든 힘을 기울이겠다”고 했다.
SPC그룹 계열사에서 이 같은 사과문을 내는 게 처음이 아니다. 2022년 10월 평택 SPL 제빵공장에선 20대 여성 근로자가 소스 교반기에 끼여 사망했다. 이듬해 8월 성남 샤니 제빵공장에선 50대 여성 근로자가 반죽 기계에 끼여 숨졌다.
최근 몇 년간 식품업계 곳곳에서 비슷한 사고가 반복됐다. 지난달 아워홈 용인2공장 어묵류 생산라인에서는 30대 남성 근로자가 기계에 목이 끼여 사고를 당한 뒤 닷새 만에 숨졌다. 아워홈에선 한 달에 6~7건의 산업재해가 발생하고 있다. SPC그룹은 월평균 10건이 넘는 산재 건수를 기록하고 있다. 근로복지공단에서 승인되지 않은 경우까지 감안하면 실제 사고 발생 건수는 이보다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중처법 시행 이후에도 사고가 끊이지 않으면서 사후 처벌의 실효성에 대한 비판도 제기된다. 처벌 강화에도 개별기업의 안전 시스템이 여전히 미비한 셈이다. 중처법 위반 혐의로 재판으로 넘어가도 경영진이 실형을 선고받는 등 무거운 처벌을 받은 일이 드물기도 하다. 실질적인 안전대책이 마련되기에 역부족이라는 지적이다.
안전대책 마련에 ‘당근과 채찍’을 함께 제시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사후 처벌 대신 사전에 안전 시스템을 갖출 수 있는 환경이 조성돼야 한다는 의미다.
김웅 변호사(전 국민의힘 의원)는 “안전은 결국 비용 문제다. 기업 입장에선 인건비 등 제반 비용을 추가로 쓰기 싫은 것”이라며 “현장 관리자를 늘리거나 안전 시스템을 도입하도록 지원하는 방법도 검토해볼 만하다”고 말했다. 노동법 전문가인 김남석 변호사는 “법 규정이 추상적인 부분이 있어 현장 의견과 괴리가 생기기도 한다. 이런 점도 시간을 두고 짚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