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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전 대통령이 19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내란 우두머리 혐의,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혐의 사건 4차 공판의 오전 재판 종료 뒤 점심 식사를 위해 나서며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권태호 | 논설위원실장

이번 대선에서 더불어민주당의 슬로건은 ‘압도적 승리’다. 이번 대선은 대통령 탄핵으로 인한 조기 대선이다. ‘탄핵 대통령’을 배출한 정당은 명함도 못 내미는 게 당연하다. 그런데 ‘12·3 내란’ 세력들과 이에 동조하는 국민의힘 친윤석열계와 극우 세력, 그리고 기득권 세력들의 막무가내식 결속이 이어지고 있다. 2017년 때와 비교해도, 너무 뻔뻔하다. 탄핵도 반복되면 덤덤해지는 건가.

민주당은 ‘내란 종식’과 ‘국민 통합’이라는 두 가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선 ‘압도적 승리’가 기본이 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런데 보수는 기본 30% 지지를 바탕으로 한다. 선거 막판으로 갈수록, 결집 현상이 일어난다. 그러니 쉽게 무너지지 않는다. 이게 독이다.

내란을 일으키고도 ‘대선 승리’ 운운하는 건 난센스다. 지금 상황에선 ‘압도적 승리’보다 ‘압도적 패배’가 더 필요해 보인다. 민주공화제 자체를 위태롭게 한 헌정 파괴 시도, 그리고 대선 후보 강제 교체와 같은 비상식적 정당 운영을 통해서라도 기득권을 이어가려는 세력들이 여전히 제2당 선거대책위원회에 그득하다. 이들이 그런 시도를 또 하지 않는다는 보장이 어디 있나. 당권만 유지해도 영남·강남 정당에서 기득권을 계속 누릴 수 있다. 민주당 집권 이후엔 ‘반사이익 정치’를 통해 재집권도 꿈꿀 수 있다. 탄핵 5년 만인 2022년 재집권 성공 신화도 있다.

그래서 국민의힘은 30%를 ‘부활’ 마지노선으로 생각할 것이다. 보수 유권자들을 향해 ‘씨앗만은 남겨달라’, ‘이재명 독재’를 이야기할 것이다. 아니다. 국민의힘과 보수 진영의 진정한 부활을 위해선 20%대로 떨어져야 한다. 망할 때는 제대로 망해야 한다. 특히 대구·경북(TK)에서 과반 득표에 실패해야 한다. 그것이 대한민국을, 보수를, 국민의힘을, 그리고 티케이를 진정 부활시키는 길이다.

내란 이후에도 부지하고 있는 윤석열과 잔당들을 제거하지 않으면, 보수와 국민의힘에 미래는 없다. 그리고 두고두고 발목을 잡을 것이다. 살아날 가능성도 없으면서, 산 사람을 해코지하는 존재. ‘좀비’다. 건전한 보수의 탄생은, 궤멸적 참패 없이는 불가능하다. 국민의힘은 이미 참패를 거듭했다. 2018년 지방선거, 2020년 총선, 2024년 총선 등이다. 그런데 중간에 2022년 대선에서 이기는 바람에 부활 기회를 잃었다. 국민의힘이 지금 모습이라면, 대선 이후에도 2026년 지방선거, 2028년 총선, 2030년 대선에서 줄줄이 패할 것이다. 더 이상 인재가 수혈되지 않고, 이상한 사람만 몰릴 것이다. 김상욱 의원은 탈당하고, 김계리 변호사는 입당 신청한다.

제대로 거듭나려면, 인적 청산이 제1과제다. 12·3 내란 이후, 지금까지 국민의힘의 언행을 보라. 계엄 당일 겨우 18명이 계엄 해제에 동참했고, 탄핵소추 당론 반대, 헌법재판소 압박, 한남동 관저 앞 농성, 일부 인사들이 극우 집회 단상에 올라도 당에선 아무런 제지가 없다. 후보를 뽑아놓고, 1주일은 강제 단일화 시도로, 1주일은 ‘윤석열 탈당’ 이슈로 소비했다. 2017년 박근혜는 출당됐는데, 2025년 윤석열은 자진 탈당하며, 백의종군 운운한다. 이에 관련된 모든 사람은 이제 정치를 그만둬야 한다. 이들을 그대로 두고 보수 혁신 운운은 다 헛소리다.

과한 비유일 순 있겠으나, 2차 대전 이후 독일은 뉘른베르크 재판에서 나치 정권 인사들을 처벌했다. 일본은 실질적 전범인 천황제를 존속시켰다. 지배계급의 정치적·생물학적 후계자들이 집권세력으로 남았다. 그 결과 독일은 2차 대전 피해국에 지속적인 사과와 보상을 했으나, 일본은 저 모양이다. 인적 청산 없는 조직 변화는 없다. 친윤계를 내쫓아야 국민의힘도 살고 나라도 산다. 압도적 패배가 도움이 될 것이다. 안에서 알을 깨지 않으면, 바깥에서 깬다.

민주당의 ‘압도적 승리론’에 대해 진보 진영 일각에선 여성·노동자·소수자 소외를 지적한다. 민주당의 ‘압도적 승리’가 이런 분위기를 더 확산시키게 될까 봐 우려하는 것이다. 최근 민주당은 ‘중도보수론’을 주창하며 ‘성장’을 강조하고, 보수 인사들도 적극 영입한다. 점점 오른쪽으로만 향하다 보면, ‘실용’이란 이름으로 ‘소외’가 더 깊어지지 않을까 하는 우려다. 우려할 만한 우려다. 그러나 국민의힘의 압도적 패배는, 민주당에 대한 경계도 될 수 있다. 정치는 ‘가치의 권위적 배분’이다. 더 이상 비상식적 ‘내란 세력’과 실랑이를 벌이느라 국력을 소모하지 말고,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에 대해 깊이 있는 고민을 하는 출발점이 될 수 있다. 압도적 패배는 내란 세력에 대한 복수가 아니다.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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