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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신용평가사 무디스가 17일 미국 국가 신용등급을 최고 등급 ‘트리플에이(Aaa)’에서 ‘Aa1’으로 강등하면서, 그동안 미국이 누렸던 ‘예외주의’에 금이 갔다는 평가가 나온다.

무디스는 36조달러(약 5경원)에 달하는 미국 국가부채와 연 2조달러 재정적자, 정치적 교착 상태를 강등 이유로 꼽았다.

미국 신용등급 강등은 2011년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2023년 피치에 이어 세번째다. 이로써 미국은 1917년 이후 108년 만에 세 주요 신용평가사로부터 ‘최상위 신용’ 지위를 잃었다.

경제 전문가들은 이번 강등이 단순한 재정지표 악화를 넘어 미국이 쥔 경제 헤게모니에 구조적인 균열이 가는 징조라고 우려했다.

미국 뉴욕의 무디스 본사 건물. /연합뉴스

18일(현지시각) CNN은 “미국 재정적자 향방을 지켜보던 투자자들의 우려가 현실화됐다”며 “주식과 채권 시장에도 상당한 충격을 줄 것”이라고 전했다.

S&P가 미국 신용등급을 강등했던 2011년 글로벌 금융시장은 바로 충격에 휩싸였다. 뉴욕증권거래소에서 다우존스 지수는 강등 직후 5.6% 급락했다. 미국 10년물 국채금리는 2.5%에서 3.2%로 치솟았다(국채 가치 하락).

그나마 미국 달러화 가치만 유로화 대비 2.3% 하락하는 데 그쳤다. 당시 유럽 재정위기로 달러가 상대적 안전자산 역할을 해준 덕분이다.

올해는 사정이 다르다. 달러가 지켰던 기축통화 지위는 급격히 흔들리고 있다. 올 들어 미국 달러화는 지난해 4분기 대비 이미 6% 약세다. 외국인이 보유한 미국 비중도 2014년 50%에서 현재 33%로 급감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달러 대신 중국 위안화나 비트코인 같은 대체 자산으로 자금 이동이 가시화되고 있다”고 전했다.

미국 캘리포니아 로즈미드의 한 식품점에서 소비자들이 장을 보고 있다. /연합뉴스

17일 무디스가 펴낸 보고서를 보면 “미국 국가부채가 국내총생산(GDP) 대비 134%에 달하고, 연간 재정적자가 2조 달러를 넘었다”며 “일련의 행정부와 의회 모두 대규모 재정 적자와 늘어나는 이자 비용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1970년대부터 누적된 ‘정치적 무능력(political dysfunction)’이 부채를 눈덩이로 키웠다는 지적이다. 미국 의회예산국(CBO)은 올해 이자 비용이 세입 대비 30%를 넘을 것이라고 수차례 경고했다.

정부회계처(GAO)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이 국채 이자로 지급한 비용은 총 8820억달러(약 1240조원)에 달했다. 이 이자 비용으로만 메디케어(노인과 장애인을 위한 국가 의료보험)나 전체 국방비 수준으로 불어났다. 지난해 미국 국방비는 8860억달러를 기록했다.

무디스 강등 직후 미국 10년물 국채금리는 바로 5bp(1bp는 0.01%포인트) 넘게 뛰어 4.49%까지 치솟았다. 반대로 S&P500 ETF는 장 마감 후 0.6% 하락했다.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은 18일 NBC뉴스 인터뷰에서 “무디스는 후행 지표로, 모두가 신용평가사에 대해 그렇게 생각한다”며 “무디스를 그다지 신뢰하지 않는다”고 일축했다.

재정적자는 그저 전임 조 바이든 행정부로부터 물려받았을 뿐이라는 기존 입장을 되풀이한 셈이다.

스콧 베선트(가장 왼쪽) 미국 재무장관이 지난 10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중국 측 무역협상 관계자들과 대면하고 있다. /연합뉴스

단기적으로 금융시장은 관망세다. 데이브 마자 라운드힐투자 최고경영자(CEO)는 블룸버그 인터뷰에서 “2011년 S&P 강등 때와 달리 이번엔 시장이 이미 미국 재정 위험을 인지하고 있어 충격이 제한적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장기적으로는 우려가 크다. 맥스 고크먼 프랭클린템플턴최고투자책임자(CIO)는 “대규모 투자자들이 점진적으로 미 국채를 다른 안전자산으로 교체하기 시작하면 미국 금리 상승과 달러화 가치 하락 압력이 거세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달러화 약세와 신용등급 강등이 맞물리면 미국 경제는 차입비용 상승으로 인한 성장률 둔화, 재정여건 악화라는 악순환 굴레에 빠질 가능성이 커진다.

조선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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