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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중구 우리금융 디지털센터(왼쪽)와 우리금융 본사 모습. 우리금융은 우리금융 디지털타워를 포함한 부동산 자산 매각을 준비하고 있다. 사진=우리금융지주


우리금융지주가 증권사·보험사 인수 등 굵직한 사업 확장에 나섰지만 실적 악화와 빅4 탈락이라는 부메랑으로 돌아왔다. 올해 1분기 5대 금융지주(KB금융·신한·하나·우리·NH농협) 중 실적이 뒷걸음질 친 곳은 우리금융뿐이다. 이 기간 우리금융의 당기순이익은 6156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5.3%(2084억원) 급감했다. 5대 금융지주 중 꼴찌였다. 증권가의 전망치 7700억원을 크게 하회하는 실적이다. 우리금융이 은행 명예퇴직과 증권사 출범 관련 인프라 설치 등 일회성 비용을 부진의 이유로 설명했지만 이를 제외하더라도 타 금융지주의 수익성과 비교하면 우리금융은 제자리걸음을 한 셈이다.

일각에선 임종룡 우리금융지주 회장이 연임 명분을 쌓기 위해 무리하게 사업을 벌였다는 지적이 나온다. 체질 개선에 실패한 무리수로 남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최근 당국의 승인을 받은 동양생명·ABL생명 인수도 비은행 부문 강화, 자본력 확대, 실적 개선 등 긍정적 요인이 있지만 보험업 성장 한계와 조직 통합, 재무 건전성, 노조 반발 등 풀어야 할 과제도 분명하다. 이제 막 첫 삽을 뜨기 시작한 우리투자증권도 그룹의 위험관리 등 정책으로 공격적인 영업이 어려울 수 있다.


그래픽=송영 기자

◆승자 임종룡 회장

우리금융의 보험사 인수 과정은 험난했다. 지난해 8월 전직 회장의 친인척과 관련된 부당대출(730억원) 사태가 금융감독원 검사로 드러났고 이 중 62%가 임 회장 임기 중 취급된 것으로 밝혀지면서 책임론이 불거졌다. 금융당국 수장들도 임 회장의 책임경영을 강조하며 거취를 압박하기도 했다. 검찰까지 나서 임 회장 사무실을 압수수색했다. 혼란스러운 경영 환경에 당시만 해도 보험사 인수에 빨간불이 켜졌다는 전망이 우세했다. 하지만 우리금융은 무리하게 인수를 추진했다. 이번 매물이 순자산 가치 대비 9000억 더 싼 가격에 인수할 수 있는 드문 기회였고 그룹의 은행 편중 수익구조를 개선해야 하는 상황 등 복합적인 판단이 있었던 것으로 풀이된다.

한편에선 우리금융의 숙원인 보험사 인수가 리더십 성과로 이어지는 만큼 임 회장이 강행할 수밖에 없었다는 의견도 나온다. 연임을 위한 ‘치적 쌓기용’ 경영이란 얘기다. 금융지주의 비은행 경쟁력이 중요해지면서 지주 회장의 연임 여부가 사업 다각화 성공에 크게 좌우되고 있다. 금융지주사의 최근 실적 경쟁에서 비은행 계열사의 실적이 그룹 간 격차를 벌리는 주요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윤석열 정부가 무너지지 않았다면 보험사 인수는커녕 임 회장이 물러났을 수도 있었다는 해석도 나오지만 결과론적으로 임 회장은 자리를 지켰고 실제 우리금융이 동양생명·ABL생명 인수에 성공했다.

금융위원회는 5월 2일 우리금융의 동양생명·ABL생명 자회사 편입을 승인했다고 밝혔다. 우리금융이 지난해 8월 말 중국 다자보험그룹과 인수를 위한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한 지 8개월 만이며 올해 1월 중순 편입 승인을 신청한 지 4개월여 만이다. 우리금융은 오는 7월 초 동양생명과 ABL생명의 주주총회를 소집해 신규 경영진을 선임하는 등 자회사 편입을 마무리할 계획이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과 임종룡 우리금융지주 회장(왼쪽)이 지난 2월 13일 서울 한국금융연수원에서 열린 사외이사 양성 및 역량 강화 업무협약식에서 대화하고 있다. 사진=김범준 한국경제신문 기자


◆조건부 승인 후 후폭풍

다만 이번 승인은 ‘조건부’다. 금융감독원이 부당대출 등을 이유로 지난 3월 우리금융의 경영실태평가 등급을 2등급에서 3등급으로 강등하면서 금융위원회가 내부통제 강화 등 이행을 조건으로 내걸고 승인 결정을 내린 것이다. 금융지주회사 감독규정에 따르면 금융지주사가 새로운 회사를 인수하기 위해선 경영실태평가 등급이 2등급 이상이어야 하는데 2등급에 미달하면 개선을 조건으로 승인을 내줄 수 있다. 시작부터 부담을 안고 출발한 셈이다.

우리금융은 내부통제 개선에 속도를 내고 있지만 금융감독원으로부터 개선 권고를 받은 항목 중 아직 완료하지 못한 항목도 있다. 자회사 충당금 산출 방법론 개발이다. 두 보험사의 경영환경이 녹록지 않다는 점을 감안하면 동양·ABL생명이 쌓아야 할 충당금 규모가 우리금융 입장에서 부담이 될 수 있다. 지난해 말 기준 동양생명의 전체 대출 잔액(6조1000억원) 중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비중은 29.1%에 달했다. 기업 부동산 담보까지 합하면 전체 대출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ABL생명은 최근 10년간 대주주가 세 차례나 바뀌며 고객 신뢰 회복이란 과제를 안고 있다.

조직 통합을 둘러싼 마찰도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과거 주요 금융지주사들도 비은행 부문 인수합병(M&A) 과정에서 화학적 결합에 진통을 겪은 바 있다. 신한금융지주의 오렌지라이프(현 신한라이프) 인수도 전산 통합에만 22개월, 노조 단일화는 4년이 걸렸다. KB생명과 푸르덴셜생명(현 KB라이프생명) 통합 또한 순탄치 않았다.

노조 반발도 변수다. 동양·ABL생명 노동조합은 고용 보장과 인수에 따른 보상에 대해 우리금융을 압박하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동양생명과 ABL생명의 직원 수는 1600명 정도다. 자산 규모가 비슷한 NH농협생명이 1000명, 신한라이프가 1500명임을 고려할 때 인력 조정이 불가피하다는 의견이 중론이다.

보험사 인수가 그룹에 얼마나 도움이 될지도 미지수다. 통합법인이 출범한다고 해도 기존 대형 생명보험사와 경쟁에서 뒤처질 수밖에 없는 데다 저성장과 초고령화로 신규 보험 가입자가 줄면서 업황이 어렵다. 경쟁력 제고를 위해 판매채널 등을 확대해야 하는데 추가 자금이 투입되면 우리금융의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다.

◆CET1에 발목 잡힌 증권사?

그룹의 자본 건전성 지표인 보통주자본(CET1)비율 관리는 우리투자증권 영업에 제동을 걸 것으로 보인다. 우리투자증권은 올해 투자매매업 인가를 받고 투자은행(IB) 비즈니스 확장을 시도 중이다. 다른 계열사 대비 높은 위험가중자산(RWA) 기록이 불가피한 것. RWA가 늘어나면 CET1비율이 낮아져 밸류업(기업가치 제고) 계획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 금융당국은 밸류업 활성화 정책을 추진하면서 은행을 자회사로 둔 금융지주에 CET1을 13% 이상 유지할 것을 암묵적으로 요구하고 있다. 올해 1분기 기준 4대 금융지주의 CET1비율은 우리금융(12.42%)을 제외하고 3사 모두 13%를 넘었다. 13%를 넘기는 게 우리금융의 중장기 목표다.

금융권 관계자는 “단기간 안에 큰 사업을 여럿 벌여놨는데 전현직 직원이 연관된 금융사고가 터지면서 뭐 하나 시원스럽게 진행되는 게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최근 부동산 매각으로 CET1비율을 개선 중인데 증권사의 RWA가 올라갈 여지를 두려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한경비즈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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