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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현수 정치부 기자

신념 따라 국힘 입당했는데
‘기득권 진영 정치’에 탈당
민주당선 소신 지킬지 궁금

김상욱 의원은 지난 15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지지를 선언했다. 그가 지난 8일 국민의힘을 탈당한 지 일주일 만이었다. 지지선언 이튿날 이 후보의 전북 익산 유세현장을 찾은 김 의원은 이 후보를 꼭 끌어안으며 “참된 보수주의자이면서도 참된 진보주의자”라고 치켜세웠다. 그는 18일 민주당으로 당적을 바꿨다. 국민의힘 탈당→이재명 지지선언→민주당 입당까지 열흘간 그의 행적은 12·3 비상계엄으로 열리게 된 이번 대선판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으로 언론에 기록됐다.

자신의 정체성을 ‘보수주의 정치인’으로 규정하는 김 의원의 당적 변경은 계엄 사태 이후 어느 정도 예견된 일이기도 했다. 국민의힘 내에서 늘 어디로 튈지 모르는 ‘금쪽이’ 취급을 받았지만, 그는 나름의 신념을 갖고 당의 쇄신을 주장했다. 계엄에 대한 진정성 있는 사과,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 없이 국민의힘은 앞으로 나아갈 수 없다는 생각이었다.

이 후보 지지를 선언한 날 오후 국회 소통관 커피숍에서 만난 김 의원은 “계엄 사태를 겪으면서 모든 것이 달라졌다. 민주주의를 정면으로 파괴하는 장면, 그리고 그 이후에 법치를 부정하는 장면까지. 기득권을 지키는 데만 매몰된 국민의힘은 더 이상 보수정당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국민의힘은 그의 소신 있는 발언을 포용하기보다는 밀어내는 데 급급했다. ‘배신자’ 딱지 붙은 김 의원은 울산시당위원장 자리를 반납했고, 국회 상임위원회 보직도 바꿔야 했다. 그를 타일러 보려 했던 한 중진의원은 그가 말하는 보수주의 신념이 너무 이상적이라 탓하며 “현실 정치에서는 국민의힘이 하는 일이 보수이며, 국민의힘이 하지 않는 일이 진보”라고 충고했다고 한다. 입바른 소리만 할 것이 아니라 소속된 당이 정한 길을 따를 줄도 알아야 한다는 말이었을 텐데, 김 의원은 “그러겠다”고 답하지 못했다.

김 의원은 “애초 국민의힘을 택한 이유는 보수를 표방했기 때문인데, 돌이켜 보니 사기를 당한 것 같다”고 했다. 그는 “이제 국민의힘에는 끊임없이 외부의 적과 내부의 ‘배신자’를 만들어내며 기득권을 지켜내려는 진영정치만 남았다”고 말했다.

국민의힘은 ‘초짜 정치인’이 제기한 문제에서 여전히 허우적대고 있다. 계엄으로 파면된 윤 전 대통령과 멀어져야 그나마 대선에서 승산이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윤심(尹心)에 가장 가까운 후보를 대선 주자로 선출했다. 뒤늦게 윤심과의 절연을 얘기하다가도 막상 윤 전 대통령이 탈당하자 떨어져 나갈 표가 얼마나 될지 전전긍긍한다. 단일화나 ‘빅텐트’는 고사하고, 계엄과 탄핵의 강도 건너지 못한 모습이다.

국민의힘은 김 의원의 이런 주장을 ‘기회주의’ ‘어설픈 자기정치’라고 폄하하기 바쁘지만, 그의 진정성을 평가하기에는 이르다. 그에 대한 온전한 평가는 김 의원이 국민의힘에 들이댔던 그 잣대를 민주당에서도 그대로 유지할 수 있을지에 달려 있을 것이다.

김 의원이 국민의힘을 손절한 이유로 삼았던 진영정치와 기득권을 지키기 위한 맹목적인 충성경쟁 등은 민주당에서도 데칼코마니처럼 벌어지고 있다. 국민의힘을 오늘날 이 수렁에 빠뜨린 ‘윤심 충성경쟁’은 민주당에선 ‘이재명 일극체제’란 이름으로 펼쳐지고 있고, 계엄을 ‘계몽’이라 부르는 보수진영의 맹목적인 지지층은 진보진영에선 ‘개딸’이라는 조직으로 치환돼 있다. 이 후보 공직선거법 사건에 대한 대법원의 유죄취지 판결 이후 조희대 대법원장 특검, 공직선거법 개정, 대법원 증원까지 내걸고 민주당은 사법부 공세를 이어가는 중이다.

김 의원은 민주당에서도 소신을 지켜나갈 수 있을 것인가. 김 의원이 계속 주류와 불화하길 기대하며 입당 전 그가 했던 고심의 한 자락을 옮겨 본다. “이 후보가 대통령이 되면 거대 집권 여당이 탄생하고, 권력 집중에 따른 충성경쟁이 일어날 것이 불을 보듯 뻔하다. 어떤 영민한 지도자라도 망가지는 것은 한순간이다. 이걸 어떻게 견제할 수 있을지가 요즘 제 고민의 핵심이다.”

국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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