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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 : 관세전쟁 휴전]




미국과 중국의 ‘관세전쟁’이 사실상 휴전에 들어갔다. 미국은 중국산 제품에 부과했던 관세를 145%에서 30%로 낮추고 중국은 미국산 제품에 부과한 관세를 125%에서 10%로 대폭 인하하기로 합의했다. 양국이 각각 115%포인트씩 관세를 인하하는 ‘파격적’ 결단이다.

다만 이번 조치는 90일간의 유예기간을 두고 최종 협상에 나선다는 전제하에 이뤄졌다.

이번 합의는 5월 10~11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미·중 고위급 협상 결과다. 이후 12일(현지 시간) 양국은 공동성명을 통해 관세 인하 내용을 공식 발표했다.

배경엔 ‘강 대 강’ 충돌이 지속될 경우 미·중 양국 모두 경제적 타격을 피하기 어렵다는 위기감이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중국, 수출국에서 소비국으로 바뀔 수 있을까
중국 소비자들이 애플 매장 앞을 지나고 있다./연합뉴스

트럼프 대통령이 이번 관세전쟁을 통해 원하는 목표는 명확하다. “미국이 생산하고 중국이 소비하는” 새로운 무역구조의 확립이다. 미국이 무역적자를 해소하고 제조업을 부활시키려면 관세 부과, 달러 가치 약세와 함께 수출이 필요하다. 미국의 물건을 무역 흑자국들이 사줘야 적자를 해소할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4월 25일 중국에 부과한 145% 관세 철회의 조건과 관련해 “중국을 개방하라(free up China)”고 외치며 관세전쟁의 협상 카드가 무엇인지 명확하게 밝혔다.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도 “트럼프 행정부의 목표는 중국 경제와의 분리가 아니다”며 “중국은 소비를 늘리고 미국은 제조업을 확대하는 ‘크고 아름다운 재조정’을 원한다”고 말했다. 중국이 내수를 확대하고 미국이 제조업을 재건하는 타협을 이루자는 것이다.

중국 역시 내수 진작을 경제 목표로 내걸고 있다. 부동산 시장 침체가 장기화하고 있고 청년실업이 치솟은 와중에 글로벌 공급망 내 입지까지 좁아졌기 때문이다.

이제 세계의 ‘공장’ 역할을 하기 어려워진 만큼 기존 경제 체질을 바꿔야 할 필요성이 크다. 주요국들은 가계소비의 국내총생산(GDP) 기여도가 50~75%인데 비해 중국은 40%를 밑돈다. 미국은 소비가 GDP의 3분의 2를 떠받치고 있다.


미국 마트에 중국산 전자제품이 진열돼 있다./연합뉴스

미국은 이미 환율전쟁을 통해 성공한 경험이 있다. 1980년대 일본이 엔저를 등에 업고 수출경쟁력을 키우자 미국 기업의 제조업 경쟁력은 약화했다. 그러자 1985년 플라자 합의를 통해 엔화 가치를 대폭 끌어올렸다. 2년 동안 달러화 대비 엔화는 66% 올랐다.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보여주는 달러인덱스(1973년=100)는 플라자 합의 이전 160을 넘다가 1987년 말에는 85 수준으로 급락했다. 하지만 달러화 약세가 생각보다 빠르게 진행되자 1987년 추가적인 달러 약세를 막기 위해 ‘루브르 합의’를 맺었다.

미국은 루브르 합의로 다른 국가들의 내수부양을 촉구했다. 이때 미국은 플라자 합의 이후 절상된 엔화를 추가로 압박하지 않는 대신 일본이 강력한 내수부양을 통해 미국 상품을 구입하라고 요구했다.

플라자 합의와 루브르 합의 이후 일본이 떠안은 건 자산 버블이었다. 엔화 강세에 대응하기 위해 일본 정부는 초저금리 정책과 대규모 재정지출로 내수부양에 나섰다. 돈이 풀리자 닛케이지수는 3년 동안 3배, 부동산은 한 해 70%씩 뛰었다. 이른바 ‘잃어버린 30년’ 터널을 예고한 버블이 폭발 직전까지 팽창한 시기였다.

트럼프는 이러한 역사적 선례를 염두에 두고 중국을 상대로 비슷한 압박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중국의 소비시장과 금융시장을 미국 기업에 개방시키고 중국 내수시장을 키워 미국 상품의 수요처로 삼으려는 전략이다.

트럼프가 ‘휴전 선언’ 이후 가장 큰 성과로 ‘중국 시장 개방’을 내건 이유다. 트럼프는 “중국과의 관계를 완전히 재설정해냈다”며 “이번 협상의 가장 큰 성과는 문서화가 필요하지만, 그들이 중국을 완전히 개방하기로 합의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미 부과된 관세는 유효하고 자동차, 철강, 알루미늄, 의약품 관세는 이번 합의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점도 강조했다. 지킬 것은 지키면서 합의를 했다는 점을 부각한 발언이다.
중국 ‘시장 개방’에 응할지 미지수
하지만 ‘시장 개방’을 둘러싼 미·중의 인식 차이가 향후 협상의 걸림돌이 될 수 있다. 중국 측은 시장 개방에 대한 내용을 공식적으로 발표하지 않았다. 90일이라는 짧은 시간 안에 미국이 원하는 수준으로 응할지도 미지수다. 미국은 일부 품목의 수입을 확대하는 수준을 넘어 금융시장을 개방해 양국 기업에 대한 전반적인 투자 해제를 요구할 가능성이 크다. IT나 의료, 부동산 등 폭넓은 개방도 요구할 수 있다.

중국에선 이번 합의가 시진핑 주석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끝까지 맞서 싸워 얻어낸 성과물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미·중 양국이 모두 자신들의 ‘승리’라고 자평하고 있는 것이다.

결국 트럼프 대통령과 시 주석이 최대한 이른 시점에 만나 ‘정상회담’으로 해법을 모색할 수밖에 없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미·중 관계는 매우 좋다”며 “이번 주말쯤 시 주석과 통화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번 제네바 미·중 무역협상을 계기로 향후 정상 간 접촉을 늘려나갈 의지를 내비친 것이다.

이번 합의가 ‘끝내기 협상’이 아닌 ‘맛보기 협상’에 가깝다는 시각도 있다.

전병서 중국경제금융연구소장은 “양국이 나란히 추가 관세를 10% 수준으로 맞추는 데 그쳤는데 이것만으로 미국의 대중 무역적자를 흑자로 돌릴 수는 없다”며 “트럼프 1기 행정부 당시에는 임기가 막바지라 ‘끝내기 협상’에 가까웠다면 지금은 임기가 시작하는 시점에서의 협상인 만큼 어떤 형태로든 중국 측의 이면 협상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향후 협상을 앞둔 국가들의 셈법도 복잡해지고 있다. 기존처럼 미국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며 로비와 정상회담에 나섰던 일본은 아무것도 얻지 못했지만 강력히 대응한 중국은 실리를 취한 것처럼 비춰지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관세에 대응하기 위해 전 국민 ‘현금 살포’까지 나선 일본 역시 향후 미·일 협상에 미칠 파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지난 13일 요미우리신문은 미국이 중국과의 협상을 우선하면서 일본이 미국과의 협상에서 후순위로 밀리는 것이 아니냐는 불안감이 나오고 있다고 보도했다. 일본은 대미 수출에서 30%가량을 차지하는 자동차 관세 폐지를 미·일 관세 협상의 핵심으로 여기고 있다. 일본은 미국이 부과하고 있는 자동차 25% 관세 철폐를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으나 미국 측은 자동차 관세 인하에 신중한 입장이다.

한국은 내주 미국에서 균형 무역, 비관세 조치 등 6개 분야를 중심으로 양국 간 본격적 협의에 나서기로 했다. 내주 본격 협의에 이어 6월 중순 고위급 중간 점검을 진행하고, 협상 시한인 7월 8일까지 최대한 합의를 도출한다는 계획이다.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16일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 무역대표부 대표에게 한국을 대상으로 예고된 25% 상호 관세와 자동차, 철강, 반도체 등 품목 관세 일체를 면제해달라는 입장을 전달했다고 밝혔다.

한경비즈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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