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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연구팀, 세계 최대 박쥐 오가노이드 플랫폼 구축
5종 박쥐 오가노이드로 바이러스 극복 단초 발견
동물실험 폐지 세계적 추세···상업 활용 확대 가능성 열어

[서울경제]

지난 2020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전세계를 강타한 이후, 박쥐는 공포의 포유류로 떠올랐다. 최근 수십 년간 인류를 위협해온 신·변종 바이러스들의 숙주가 바로 박쥐라는 사실이 알려졌기 때문이다. 박쥐가 바이러스를 퍼뜨린다는 것은, 박쥐가 바이러스에 감염돼도 쉽게 병에 걸리지 않는다는 뜻이다. 실제로 박쥐는 바이러스가 몸에 침투해도 이를 억제할 수 있는 독특한 면역 시스템을 갖고 있다. 200종이 넘는 바이러스를 몸속에 지닌 채 살아가며, 무리를 이루고 광범위하게 이동하면서 바이러스를 널리 퍼뜨리는 숙주 역할을 한다. 그렇다면 박쥐를 연구하면 코로나19 같은 감염병을 극복할 단서를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시민사회가 박쥐를 두려움의 대상으로 바라보는 동안, 과학계는 오히려 박쥐를 깊이 연구하기 시작했다.



야행성 박쥐 5종 채집한 한국 연구진, 바이러스 극복 단초 발견


최근 국내에서는 기초과학연구원(IBS) 구본경 유전체교정연구단장과 최영기 한국바이러스기초연구소장 공동 연구팀이 한국을 비롯해 동북아시아와 유럽에 서식하는 식충성 박쥐 5종을 확보해 박쥐의 기도, 폐, 신장, 소장 조직을 본떠 ‘오가노이드(유사장기)’를 제작했다고 밝혔다.

지금까지의 박쥐 오가노이드 연구는 주로 열대 과일박쥐의 단일 장기에 한정돼 있었다. 박쥐를 실험 대상으로 확보하는 것 자체가 매우 어렵기 때문이다. 박쥐는 야행성이며 민첩하게 날아다니고, 동굴이나 고지대처럼 사람이 접근하기 힘든 곳에 서식한다. 특히 한국에서는 박쥐가 ‘야생생물 보호 및 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라 보호 대상 야생동물로 지정돼 있어, 채집과 실험에는 환경부의 허가와 윤리적 승인 절차가 필수적이다. 반면 열대 과일박쥐는 체구가 크고 사육이 비교적 쉬우며, 유전체 정보와 배양 조건도 선행 연구를 통해 이미 확보돼 있어 기존에는 이들 종에 대한 연구가 수월했다. 특히 IBS 연구팀은 겨울에 연구를 시작해, 더욱 시료 확보가 어려웠다. 연구팀 관계자는 "박쥐가 겨울잠에 들어 연구가 불가능했고, 기존에 보존된 조직을 수소문해가며 겨우 5종의 박쥐 조직을 확보해 연구를 시작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인플루엔자 바이러스 'PR8-GFP'에 감염된 문둥이박쥐의 소장 오가노이드 모습. 사진 제공=과학기술정보통신부


연구팀이 제작한 박쥐 오가노이드는 실제 장기와 유사한 기능을 보였고, 이를 활용해 박쥐 유래 인수공통 바이러스의 감염 경로와 증식 특성을 정밀하게 분석할 수 있었다. 예컨대 한타바이러스는 박쥐의 신장 오가노이드에서 특히 활발히 증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바이러스의 종류뿐 아니라 박쥐의 종, 감염 장기에 따라 면역 반응과 감염 특성이 다르다는 것을 보여준다. 결국 바이러스에 취약한 박쥐 종이 따로 존재할 수 있으며, 이는 향후 팬데믹 발생 가능성을 예측하고 예방하는 데 중요한 단서가 된다. 박쥐는 바이러스마다 다른 면역 반응을 보이며, 종별·조직별로 감수성이 다르게 나타났다. 이는 박쥐가 병에 걸리지 않고도 다양한 바이러스를 지닌 채 살아갈 수 있는 생물학적 단서 중 하나로 주목된다. 따라서 특정 바이러스에 강한 박쥐의 조직을 연구하면, 해당 바이러스를 극복하는 방법을 알아낼 수 있다.



‘동물실험 폐지’ 세계적 추세…'2차원 오가노이드 플랫폼'이 열쇠 될까


연구진은 박쥐 오가노이드 기반 실험을 더 정교하게 발전시켜, 3차원 오가노이드를 2차원으로 개량한 자동화 가능한 고속 실험 플랫폼을 구축했다. 이 구조에서는 세포가 균일하게 자라기 때문에 약물 효과 측정이 더 빠르고 정확해진다. 연구팀은 이 플랫폼을 활용해 야생 박쥐 배설물에서 신·변종 바이러스 2종을 직접 분리해 오가노이드에 감염시켜 분석했고, 유전체 해독과 항바이러스 효과까지 확인했다. 바이러스 발견부터 분리, 감염, 치료제 평가까지 실험실 내에서 모두 수행할 수 있는 ‘전주기 감염병 대응 시스템’을 완성한 것이다. 박쥐 오가노이드 기반 연구로는 세계 최대 규모의 플랫폼을 구축한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사이언스(Science) 2024년 5월 16일자에 게재됐다. 연구진은 이 오가노이드를 국제적으로 공유할 수 있는 ‘박쥐 오가노이드 바이오뱅크’로 표준화하고, 향후 설치류·가축 등 다양한 동물종의 오가노이드를 포함한 ‘오가노이드 동물원’을 구축해 차세대 감염병 대응 기반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이 같은 연구는 최근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신약 승인 과정에서 동물실험 의무 조항을 폐지한 세계적 흐름과도 맞닿아 있다. 기존에는 감염병 치료제나 백신을 개발할 때 생쥐, 원숭이 같은 동물을 희생시키는 실험이 필수였지만, 오가노이드 기반 플랫폼이 발전하면 살아있는 동물을 쓰지 않고도 생리학적으로 정밀한 실험이 가능해진다.

서울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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