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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소영 더불어민주당 의원 주도로 상속·증여세법 개정안 발의

경영권을 승계해야 하는 최대 주주가 상속·증여세 부담을 줄이기 위해 인위적으로 주가를 짓누르는 사례를 막기 위한 법안이 발의됐다. 주가순자산비율(PBR·시가총액 ÷ 순자산)이 0.8배 미만인 상장 주식은 비상장 주식처럼 세금을 매기도록 하는 내용이다.

해당 법안을 발의한 더불어민주당 이소영 의원은 만성적인 한국 주식의 저평가 문제를 해소할 묘안이라고 주장하지만, 업종별 특수성을 고려하지 않아 빈틈이 많다는 지적이 나온다.

모든 상장사에 해당 내용을 일괄적으로 적용하면 극단적으로 상속받은 재산을 전부 세금으로 내야 하는 경우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내가 물려받을 주식 자산은 굴뚝 기업이라 PBR이 0.3배인데, 세금은 0.8배로 내야 한다면 물려받는 것보다 상속세가 더 커지게 된다.

조선DB

1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최근 이소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상속세 및 증여세법 개정안은 PBR 0.8배 미만인 상장 주식은 비상장 주식처럼 자산·수익 등을 반영한 평가 방식을 적용하고, 평가 가액의 하한선을 순자산가치의 80%로 설정하도록 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대신 최대 주주의 상속·증여세 20% 가산세율을 폐지하기로 했다.

이 의원 등은 개정안 제안 이유를 “상장주식의 경우 낮은 주가가 상속·증여에 더 유리한 상황”이라며 “경영권 승계 작업이 이뤄지는 기업들의 경우 사업적 목적 외의 석연치 않은 계열사 간 주식 매매 및 유상증자, 합병, 분할 등을 통해 주가 저평가를 유도한다는 비판을 받아 왔고, 한국 시장에서 PBR 1배 미만의 저평가 주식이 넘쳐나는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고 했다.

만약 이 개정안이 국회 문턱을 넘어 시행되면 어떻게 달라질까. 최대 주주가 고령인 제조 분야 대기업 A사를 두고 비교해 봤다. 현행법상 상속세는 상속자 사망일 전후 2개월 상장 주식 평균가를 기준으로 한다. A사 최대 주주 지분율은 5.4%로, 단순 계산하면 2조2000억원의 가치가 있다. 여기에 가산세율을 반영한 상속세 최고 세율 60%를 적용하면 상속세 1조3200억원가량을 내야 한다.

A사는 전날 종가 기준 PBR이 0.48배 수준이다. 이에 개정안대로 순자산가치의 80%에서 가산세율 없이 최고세율 50%만 부과하면 상속세 1조8500억원이 발생한다. 상속세가 5000억원 넘게 불어나 상장주식 시가의 85%를 상속세로 내야 한다.

PBR 0.35배 수준인 또 다른 제조기업 B사의 경우는 더 극단적이다. 최대 주주 지분율 14.2%의 가치는 270억원 수준이다. 현행법대로면 160억여원의 상속세가 나온다. 하지만 개정안에 맞춰 이 회사의 순자산 가치 기준으로 따지면 상속세가 310억원이다. 물려받은 재산보다 더 많은 세금을 내야 하는 셈이다.

물론 상장 주식의 가치를 부양해 PBR 0.8배 이상인 경우 B사처럼 배보다 배꼽이 더 큰 상황은 피할 수 있다. 문제는 PBR이 공장 대지부터 생산 설비 등 자산 비중이 큰 장치 산업일수록 높이기가 어렵다는 점이다. 세계 최대 철강사인 아르셀로미탈도 PBR이 0.4배 안팎에 머물고 있고, 미국 제너럴모터스(GM) PBR도 0.8배에 못 미친다.

반대로 적은 자산에 비해 성장 기대치가 큰 바이오 산업의 경우 PBR이 높다. 최근 상장폐지 실질 심사까지 받으면서 거래 정지 상태인 코스닥시장 바이오 기업 C사의 PBR은 80배를 웃돌았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업종별 밸류에이션(Valuation·기업 평가 가치)을 고려하지 않고 획일적으로 규제하면 반드시 부작용이 뒤따를 것”이라고 했다.

PBR 0.8배라는 기준도 코스피200지수 내 기업 평균치일 뿐 특별한 함의를 지니는 것은 아니다. 브라질, 태국 등에도 PBR이 뒤처지는 상황을 개선하려면 제도가 더 정교해질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독립리서치 활동을 하는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예를 들어 PBR이 0.8배를 웃도는 기업 입장에서도 개정안이 시행되면 ‘굳이 더 기업 가치를 올릴 필요가 없구나’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 않느냐”며 “상속·증여세를 줄여주는 게 가장 확실한 방법인데, 이건 또 싫으니까 자꾸 딴 길로 새는 것”이라고 말했다.

조선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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