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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첫 유기동물 임시보호 공유주택 '와르와르 하우스'
유기견 '우주' 돌보기 위해 청년 여성 4명이 한집살이
'터무늬있는집'·'핌피바이러스' 손잡고 작년 4월 오픈


함께 살'개'
(서울=연합뉴스) 오인균 인턴기자 = 지난 10일 서울 관악구에 위치한 30평대 임시보호 공유주택 '와르와르 하우스에서 입주자들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25.05.17


(서울=연합뉴스) 오인균 인턴기자 = 반려인구가 늘어나는 가운데 아예 유기동물을 임시보호하기 위해 일면식도 없던 타인 4명이 모여 사는 집이 등장했다.

보증금 0원에 월세 30만원대인 국내 최초 유기동물 임시보호 공유주택 '와르와르 하우스'다.

집값이 치솟고 전세사기가 기승인 와중에 청년 주거 문제를 해결하면서 유기동물을 공동으로 보호할 수 있는 신개념 셰어하우스다.

'우주를 소개합니다'
(서울=연합뉴스) 오인균 인턴기자 = 지난 10일 서울 관악구에 위치한 30평대 임시보호 공유주택 '와르와르 하우스에서 입주자들과 함께 사는 '우주'. 2025.05.17


시민출자로 1억원 마련…"우주 함께 돌봐요"
지난 10일 찾은 서울 관악구의 와르와르 하우스. 거실 1개·1인실 2개·2인실 1개로 이뤄진 이 집에서는 김지혜(32), 장보현(31), 조지연(32), 조혜령(30) 씨가 두살짜리 유기견 '우주'를 임시보호하고 있었다. 임시보호는 유기 동물이 구조된 후 입양 가족을 찾기 전까지 돌보는 것이다.

앞서 우주를 2023년부터 임시보호하던 지혜씨가 최초 입주자 모집 공고에 신청, 작년 4월에 오픈한 와르와르 하우스로 우주와 함께 이사왔다.

이 임시보호 공동체는 사회투자지원재단 '터무늬있는집'과 유기 동물 임시보호 플랫폼 '핌피바이러스'의 합작품이다.

터무늬있는집은 시민출자를 통해 청년에게 필요한 1억원 상당의 보증금을 지원하고 핌피바이러스는 동물 유기 문제에 적극적인 20~39세 여성 입주자를 모집했다. 덕분에 청년들은 보증금 없이 1인실 38만원·2인실 26만원이라는 비교적 저렴한 월세로 서울 한복판에 둥지를 틀었다.

자연히 입주 경쟁률은 치열하다. 지난 3월 결원이 생기면서 모집 공고를 올리자 30명 넘게 지원했고 화상 인터뷰와 가정 방문 면접을 거쳐 최종 2명을 뽑았다.

입주자는 최소 6개월 이상 거주해야 하지만 따로 상한선은 없다. 다만, 임시 보호 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않거나 다른 구성원에게 손해를 끼치면 퇴실 될 수 있다.

장신재 핌피바이러스 대표는 지금껏 페널티를 받은 입주자는 없었고 직장이 바뀌는 등 개인적인 사정으로 나가는 경우만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남녀공용 공유주택은 운영의 어려움이 있고 아무래도 여성들이 유기 동물이나 임시 보호에 관심이 많다"며 "앞으로 남성들 수요와 요청이 늘어나 새로운 공유 주택을 만들면 좋겠다"고 밝혔다.

'우리는 유기동물의 더 나은 삶을 위해 힘을 보탭니다'
(서울=연합뉴스) 오인균 인턴기자 = 지난 10일 서울 관악구에 위치한 30평대 임시보호 공유주택 '와르와르 하우스에 걸린 문화약속문. 2025.05.17


"홀로 반려동물 키우는 건 엄두 안 나지만…"
입주자들은 공동생활에서 오는 불편함이나 반려인의 책임감은 기꺼이 감수할 수 있다고 입을 모았다.

지난 3월 새로 합류한 지연씨는 "서울에서 홀로 반려동물을 키우는 건 엄두가 안 나는데 이렇게 함께 살면 책임감을 나눌 수 있어 좋다"면서 "지금은 우리 와르와르 하우스 하나뿐이지만 반려동물·동거인과 함께 살 수 있는 상생 구조가 더 많아지면 좋겠다"고 말했다.

같은달 입주한 혜령씨는 "혼자 자취할 때도 유기묘 2마리를 임시보호하다가 입양 보낸 경험이 있다"면서 "동물 보호소 봉사같이 마음먹고 해야 하는 활동도 룸메이트와 함께하니 훨씬 편해졌다"며 웃었다.

작년부터 1년 넘게 거주 중인 보현씨는 "어떤 경로든 내게 온 동물은 다 특별하다"면서 "만약 동물을 사랑하는 마음이 조금이라도 있다면 꼭 입양하지 못하더라도 임시보호부터 편하게 시작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들은 우주가 중심이 되는 공동생활규칙을 정했고, 단톡방에는 온통 우주 얘기뿐이다.

공유 문서에 우주의 식사·대변 시간을 기록하고 하루 두 번 산책 일기를 적는가 하면 집에 우주 혼자 두는 시간을 최소화하기 위해 외출·귀가 시간을 단톡방에 남기기로 했다. 함께 사는 데 필요한 생활용품과 반려동물 관련 용품을 위해 1인당 월 5만원 정도를 쓴다고 밝혔다.

이들의 최우선 목표는 우주에게 새 가족을 찾아주는 것이다. 이를 위해 지난 1년간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우주 입양 홍보를 하고, 사람들을 집에 초대하는 '오픈하우스' 행사나 크리스마스 전야제도 열었다.

지혜씨는 "이렇게 예쁜 강아지를 왜 입양하지 않을까 늘 고민하고 2주마다 정기 회의도 하지만 해답을 찾기 어렵다"면서 "국내에서는 품종견에 비해 진도 '믹스견' 선호도가 높지 않아서 해외로 입양 보낼 방법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입주자들은 우주를 입양 보낸 후에는 유기견·유기묘 여럿을 보호하거나 해외로 입양 가기 전 잠시 보살핌이 필요한 유기 동물을 들이는 등 임시보호 활동 거점으로서 쓰임새를 더 찾아갈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우주와 하이파이브!'
(서울=연합뉴스) 오인균 인턴기자 = 지난 10일 서울 관악구에 위치한 30평대 임시보호 공유주택 '와르와르 하우스에서 입주자들과 함께 사는 '우주'. 2025.05.17


"임종 전까지 보호?"…"보호소 입양보다 가능성 높아"
사실 구조된 동물이 임시보호를 거쳐 입양에 이르는 것은 쉽지 않다. 임시보호가 '임종 전까지 보호'가 된다는 자조 어린 말이 나오는 이유다.

작년 7월 농림축산검역본부가 발표한 '2023년 반려동물 보호·복지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전국 동물보호센터에 구조된 뒤 입양이 성사된 동물 수는 2021년 3만7천988마리·2022년 3만1천182마리·2023년 2만7천343마리로 점점 줄었다.

반면, 인도적 처리(안락사) 건수는 2021년 1만8천604마리·2022년 1만9천43마리·2023년 2만346마리로 증가세다.

장 대표는 "보호소가 아니라 개인 가정에서 잠깐이나마 사회화 교육을 받은 동물은 입양 가정에서 적응하기 쉽고 파양될 확률도 낮다"고 강조했다.

이어 "동물 입장에서는 아무리 좁은 1인 가구 원룸일지라도 보호소에서 지내다가 안락사되는 것보다는 훨씬 낫다"면서 "임시보호라는 안전한 굴레에 들어온 동물 일부는 임시보호자에게 입양되고 나머지도 거의 다 새 가정을 찾는다"고 덧붙였다.

한편, 핌피바이러스는 2022년 7월부터 유기 동물과 임시보호 활동가를 연결해 주기 시작해 누적 임시보호·입양 건수 1천 건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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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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