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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메릴랜드주 내셔널하버에서 열린 투자유치 행사 '셀렉트USA'에 참가한 주지사들이 지난 12일 단상에 올라 각 주의 장점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이상은 한국경제신문 기자

“최근 한국에서 온 케이블 제조기업이 미국 버지니아에서 공장 착공식을 했습니다.”(글렌 영킨 버지니아 주지사)

“한국과 항공우주, 방위산업 분야에서 협력이 가능할 것입니다.”(웨스 무어 메릴랜드 주지사)

5월 12일(현지 시간) 미국 메릴랜드주 내셔널하버의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셀렉트USA’. 미국 상무부가 주최하는 최대 투자 유치 행사다.

케빈 해싯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의 투자유치 연설과 함께 각 주의 주지사들의 자기 주에 투자해 달라는 좌담회 등이 진행됐다. 이 자리에 나온 주지사들은 잇따라 한국 기업에 ‘러브콜’을 보내 눈길을 끌었다. 이 자리엔 미국에 투자했거나 투자 확대를 저울질하는 한국 기업인들이 참석했다.
“한국 기업, 투자해 달라”
영킨 주지사는 이 자리에서 최근 LS전선의 해저케이블생산 공장을 유치했다고 소개하며 “버지니아주는 데이터센터 분야에서 세계 1위며 인공지능(AI) 분야를 버지니아주가 주도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투자를 뒷받침하기 위해 에너지 플랫폼에 상당한 예산을 배정하고 있고 소형모듈원자로를 처음으로 상업 운전하는 주가 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했다. 또 “(투자 유치를 위해선) 교육, 인력, 전력, 공급망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마이크 던리비 알래스카 주지사는 액화천연가스(LNG) 파이프라인 프로젝트를 거론하며 “백악관이 알래스카를 세계와 미국 문제를 위한 해결책으로 여기고 있다”고 말했다. 또 “지난주 아시아 방문 때 한국과 대만 등을 찾았는데 아시아 동맹국에서 받는 관심과 열정이 과거에 보지 못한 수준”이라며 LNG 수출에 대한 기대를 보였다. 알래스카 LNG 프로젝트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국과 일본 등 아시아 동맹국에 투자 참여를 요구하고 있는 사업이다.

그레천 휘트머 미시간 주지사는 주 차원에서 인재 양성에 투자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4년제 대학 학비 부담을 줄여 고급 인재를 길러내고 있다고 했다. 미시간 해군과 머콤카운티 커뮤니티칼리지(지역 전문대)가 함께 해양 제조업 프로젝트를 시작한 사례 등을 소개하며 “미국이 다시 선박을 건조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조선업이 강한 한국 기업의 투자를 촉구한 것이다.

이날 행사에 참석한 주지사 4명 중 두 사람은 공화당, 나머지 두 사람은 민주당 소속이었다. 이들은 모두 미국 제조업의 경쟁력을 강조하며 이를 위한 생태계 구축에 주정부가 힘쓰고 있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세금감면·규제완화 강조
셀렉트USA 행사장에 차려진 주별 투자유치 부스의 모습. 사진=이상은 한국경제신문 기자

미국 정부는 행사 전체를 통해 새 행정부가 규제를 완화하고 세금을 깎아줄 것이라는 메시지를 반복했다. 관세와 세금감면 등의 정책이 미국에 대한 투자 붐을 일으킬 것이라는 강한 신념도 쉽게 느낄 수 있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영상 메시지를 통해 “미국이 규제 하나를 새로 만들 때 반드시 기존 규제 10개를 없애도록 했다”며 “미국이 매일 더 강해지고 있으며 미국의 황금시대는 지금 시작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트럼프 대통령의 영상에 이어 단상에 오른 해싯 위원장은 모든 종류의 장비 구입 비용을 세금에서 공제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기업의 법인세 부담을 낮춰주겠다는 것이다. “의회에서 관련 내용이 통과되면 공제 처리를 소급 적용하겠다”고 그는 약속했다.

해싯 위원장은 또 AI 혁명이 미국을 중심으로 진행되는 점을 미국에 투자해야 하는 이유로 꼽았다. 그는 “AI가 생산성 폭발을 가져올 것이고 미국에서 특히 더 큰 발전을 이룰 것이라고 보는 이유는 우리가 세계 최고의 AI 반도체를 만들고 있으며 다른 어떤 국가보다도 우수한 AI 기업들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는 “바로 지금 미국으로 가는(투자하는) 경쟁이 필요하다”며 “투자를 선점하기 위한 경쟁이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큰 세제개혁 법안이 1월부터(취임식 이후) 소급 적용될 것이며 이것이 내가 NEC 위원장으로 취임할 때 대통령에게 받은 과제”라는 이유를 들었다. 트럼프 정부는 기존 감세정책 연장(세금감면 및 일자리창출법·TCJA)과 소득세 및 법인세 인하, 팁 등 면세범위 대폭 확대 등을 추진하고 있다.

이 내용은 의회에서 예산조정 절차(budget reconciliation)를 통해 ‘원샷’ 형태로 진행될 예정이다. 트럼프 정부가 “크고 아름다운 하나의 법안”이라고 표현하는 방식이다. 해싯 위원장은 “(마이크 존슨) 하원 의장, 다수당 원내대표, 다른 의원들과 대화할 때마다 그들이 대통령의 세제 개혁 계획에 대해 단결된 지지를 보내고 있다는 것을 확인하고 있다”며 “이 계획이 통과되면 우리가 지금까지 본 적 없는 규모의 투자 그룹이 형성될 것”이라고 장밋빛으로 전망했다.

해싯 위원장은 관세정책으로 인한 불확실성에 대해서는 인정했다. 그는 “무역정책이 최종 확정되기 전에 약간의 성장통이 있을 수 있다”며 “하지만 1년 후에는 사람들이 (이 정책의 결과를)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설득했다.
“한국 공장라인 美 이전 검토”
이날 행사장에 온 한국 기업인들과 기존 투자 기업들의 관심사는 트럼프 정부 정책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에 쏠려 있었다. 관세정책과 미·중 갈등이 오히려 한국 기업에 기회가 될 수 있다고 여기는 분위기가 강했다.

안경유통업체 스토리헨지의 김병록 대표는 “뉴저지 지역에 투자를 검토하고 있다”며 “현재 미국 시장에서 주로 팔리는 안경은 이탈리아산 등으로 표기돼 있지만 본질적으로 중국산 원부자재가 사용된 것”이라며 “빠르게 만들고 가격이 저렴하면서 품질이 뛰어난 한국산 안경의 경쟁력이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미 미국에 투자한 기업들 중에서도 투자 확대를 검토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기왕 미국에 투자한 만큼 트럼프 정부의 정책을 경쟁자를 따돌리는 기회로 삼아보려는 것이다. 한국과 미국에서 전해액을 생산하는 엔켐의 오정강 대표는 “중국이 그동안 미국에 전지나 전해액 공장을 지으려고 노력했는데 미·중 갈등으로 시간을 벌었다”며 “1000억원 규모 투자를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트럼프 정부가 배터리 등 청정에너지 관련 산업에 대한 지원을 중단할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 “의회에서 통과되는 내용을 봐야 하겠지만 작년도 지원금액을 지난 4월에 무리 없이 받았고 에너지부에서 지급하는 보조금도 신청할 계획인데 받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답했다.

알루미늄 등을 소재로 사용하는 한 회사는 한국 공장의 미국 이전을 고민하고 있었다. 이 회사 관계자는 “철강과 알루미늄 관세(25%)가 적용되고 미국 내수시장이 크기 때문에 한국에서 생산해서 수출하는 것보다 미국 현지생산이 나을 수 있을지 검토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셀렉트USA 전시회장을 돌면서 “50개 주 투자 담당자 명함을 모두 받았다”며 “우리의 상황을 설명하는 메일을 보내 각 주의 투자 여건과 지원 정책을 받아보고 비교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한국 기업들의 투자가 늘어나다 보니 관련 생태계가 커지는 현상도 뚜렷이 확인할 수 있었다. 셀렉트USA에서 열린 한·미 네트워킹 행사 자리에는 대형 부동산회사 CBRE의 각 지역 담당자들이 한 테이블을 차지했다. CBRE 실리콘밸리의 소피 최는 최근 이 회사가 “코리아 데스크를 정식으로 꾸렸다”며 “특정 국가를 겨냥한 조직을 공식적으로 만든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했다. 투자 기업에 적절한 부지와 사무실 등 부동산 문제를 컨설팅해주겠다는 게 이들의 목표다.

공장의 설계와 건설, 세무, 회계 등을 지원하는 회사들도 일감이 늘어 분주한 분위기였다. 애틀랜타와 뉴저지에서 활동하는 아프리오 소속 조장환 변호사는 “최근에는 관세 관련 문의가 쏟아지고 있다”고 전했다.

내셔널하버(메릴랜드)=이상은 한국경제 특파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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