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격에 숨진 체엘라 게즈. 사진제공=이스라엘 총리실
[서울경제]
이스라엘에서 출산을 위해 병원으로 향하던 임산부가 팔레스타인 테러리스트의 총격에 목숨을 잃는 비극적 사건이 발생했다. 아기는 의료진의 긴급 제왕절개 수술로 무사히 태어났다.
16일(현지시간) 타임스오브이스라엘과 영국 BBC 방송에 따르면 전날 밤 요르단강 서안 북부에서 임신 9개월 차 체엘라 게즈(30)가 병원으로 향하던 중 테러리스트의 총격을 받았다. 목과 가슴에 총상을 입은 체엘라는 의식을 잃은 채 병원으로 이송됐으나 결국 사망했다. 운전 중이던 남편은 부상을 입었지만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생명의 위기 속에서도 기적이 일어났다. 의료진은 체엘라의 배 속 아기를 구하기 위해 긴급 제왕절개 수술을 단행했고, 아기는 무사히 태어나 현재 아동병원에서 치료받고 있다. 생명을 잃은 임산부와 탄생한 아기라는 대비는 지역 갈등의 비극성을 더욱 부각시켰다.
이스라엘 방위군(IDF)은 총격 용의자가 피해자 부부 거주지 인근 마을 출신으로 파악하고 병력과 무인기를 동원해 검거 작전에 돌입했다. 이후 이스라엘군은 인근 팔레스타인 마을 브루킨을 포위한 것으로 전해졌다.
에얄 자미르 IDF 참모총장은 "이스라엘 민간인이 분만실로 가던 중 사망했다"며 "모든 수단을 동원해 범인들을 찾아 법의 심판을 받게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츠하크 헤르초그 이스라엘 대통령은 성명에서 "끔찍한 범죄 행위"라며 유가족 위로와 함께 아기의 안전과 남편의 회복을 기원했다.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도 "이 혐오스러운 사건은 생명을 원하는 우리와, 우리의 생명을 파괴하는 것이 목표인 테러리스트의 차이를 보여준다"고 비판했다.
2023년 10월 하마스의 이스라엘 기습 공격 이후 가자지구 전쟁이 시작됐고, 이스라엘군은 요르단강 서안에서도 대테러 작전을 강화해왔다. 동시에 팔레스타인 주민을 겨냥한 유대인 정착민의 폭력 사건도 증가하는 추세다.
이번 사건은 지난해 4월 발생한 팔레스타인 임산부 사망 사건과 유사한 양상을 보인다. 당시에도 이스라엘 공격으로 임신 30주 차 팔레스타인 임산부가 사망했으나, 1.4kg의 작은 몸으로 태어난 아기는 제왕절개로 살아남았다. 당시 담당 의사는 "아이가 살아남아도 부모 없이 태어났다는 점이 가장 큰 비극"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