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진법사 전성배씨(왼쪽)가 2022년 1월 윤석열 전 대통령 선거대책본부 산하 네트워크본부 사무실에서 윤 전 대통령의 등에 손을 올리고 있다. 유튜브 화면 갈무리
‘건진법사’ 전성배씨는 2022년 대선 당시 윤석열 후보 선거대책본부 산하 네트워크본부에서 ‘상임고문’으로 활동했다. 같은 해 1월 윤석열 전 대통령(당시 국민의힘 대선 후보)이 서울 여의도에 있는 사무실을 방문했는데 전씨가 윤 전 대통령의 등에 손을 올리고 사무실을 소개하는 모습도 영상에 담겼다. 전씨가 ‘고문’으로 네트워크본부의 실질적인 지휘를 담당했다는 의혹과 함께 ‘무속인’이 캠프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선거대책본부는 “(전씨는) 고문으로 임명된 바 없다”고 해명한 뒤 네트워크본부를 해산했다.
당시 이런 논란에도 불구하고 정치권에서 전씨의 영향력은 위축되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최근 검찰 수사에선 전씨가 2022년 지방선거 당시 최소 3명의 공천 청탁을 하고, 비슷한 시기 통일교 전 고위간부 윤모씨가 전씨에게 김 여사 선물용 목걸이를 전달한 정황 등이 드러났다. 검찰은 지난 15일 윤씨를 소환해 조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씨는 당시 ‘윤핵관’으로 꼽혔던 윤한홍 국민의힘 의원과 선거 운동에 관해 논의하기도 했다. 이른바 ‘건진법사 게이트’를 수사 중인 서울남부지검 가상자산범죄합동수사부(부장검사 박건욱)이 확보한 문자 메시지를 보면 2021년 12월 윤 의원은 전씨에게 ‘권성동 의원과 제가 빠지는 게 (윤석열) 후보에게 도움이 될까’라고 묻는다. 전씨는 ‘후보는 끝까지 같이 하길 원하는데 빠진다고 하면 안 된다’고 조언한다.
검찰 조사에서 전씨는 “사람들이 제가 힘 있는 줄 안다”며 이런 의혹들을 부인했다. ‘무속인 논란’ 이후 기자 등을 피해 숨어지냈다고도 했다.
검찰 조사에서 한 진술과 달리 전씨의 영향력은 줄지 않았다. 되레 윤 전 대통령 당선 후 더 커졌다. 검찰은 2022년 6월 치러진 지방선거를 전후해 전씨가 받은 경북 영주시장·경북도의원 등의 공천에 영향력을 발휘해달라는 취지의 문자들을 확보했다. 또 전씨가 경북 봉화군수·경남 합천군수·경기 성남시장 후보 등가 관련해 윤 의원에게 청탁을 시도한 정황도 파악했다. 청탁을 한 사람 중 일부는 실제로 당선됐다. 전씨는 검찰에게 “공천 부탁이 아니라 추천”이라고 답했다.
통일교(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 전 고위간부 윤씨가 김건희 여사용 선물을 전달한 시기도 윤 전 대통령의 당선 이후로 추정된다. 윤씨는 통일교 내부 행사에서 2022년 3월 윤 전 대통령과 독대했다고 말했고 검찰은 윤씨가 같은 해 4~8월 목걸이와 가방 등을 전했을 것으로 의심한다. 당시 윤씨는 전씨에게 ‘김 여사를 만나게 해달라’는 내용의 문자를 여러차례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같은 해 12월 전씨가 윤한홍 의원, 대한체육회장과의 점심 자리에 윤씨를 초대하는 문자도 확인했다.
현재 불법 정치자금 수수 혐의로 전씨와 함께 재판을 받는 정모씨도 이 시기 꾸준히 전씨에게 감사 인사를 했다. 정씨는 2018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경북 영천시장 후보자로 당내 경선에 출마했는데 전씨에게 1억원을 전달한 혐의를 받는다. 2022년 8월 정씨는 ‘부족했던 저를 키워주려 수고했던 은혜를 잊지 않고 있다’, 같은 해 12월엔 ‘참으로 고마우셨던 전 고문님’ 등의 문자를 보냈다.
전씨는 지난해 12월 체포됐다가 풀려났다. 그 전까진 전씨가 어떤 활동을 해왔는지는 구체적으로 드러나지 않았다. 지난달 4일 윤 전 대통령이 파면된 이후 검찰 수사에 속도가 붙었다. 전씨의 지인은 최근 경향신문 기자와 만나 “윤 대통령 당선 이후 더 많은 청탁이 있을 것이라는 추정도 있지만 오히려 조용히 지냈을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