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석열 전 대통령의 탈당을 권고한 국민의힘 김용태 비상대책위원장이 16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e스포츠 지역리그의 성공적 정착 및 발전을 위한 토론회'에서 참석자들의 발언을 듣고 있다. 연합뉴스
김용태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의 리더십이 취임 하루 만에 시험대에 올랐다. 김 위원장은 16일 오전 KBS라디오에 출연해 “오늘 오후 중 윤석열 전 대통령에게 연락을 취해 말씀드릴 것”이라며 “(탈당 문제를) 주말까지는 매듭을 지어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날 오후 국회에서 기자들을 만난 김 위원장은 ‘윤 전 대통령과 통화를 했느냐’는 질문에 “통화 여부와 상관없이 당은 당대로 준비하는 부분이 있으니, 그것(윤 전 대통령의 탈당)은 더 이상 논쟁이 아니다”고 말했다. ‘오늘 중 만남이 예정됐느냐’고 재차 묻자 “저희가 알아서 처리하겠다”고만 했다. 김 전 위원장은 전날 취임 기자회견에서 “빠른 시일 내 윤 전 대통령을 찾아 정중히 탈당을 권고할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윤 전 대통령 측은 이날 중앙일보에 “윤 전 대통령은 국민의힘 경선 중에도, 대선 기간 등 민감한 때에도 정치인은 만나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윤 전 대통령은 전날 저녁부터 국민의힘 친윤계 의원들에게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를 도와달라”는 전화를 돌렸다고 한다. 윤 전 대통령과 가까운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윤 전 대통령은 김 후보의 승리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뭐든지 하겠다는 생각”이라며 “본인의 거취 문제도 시기와 방법을 따져 당과 협의하겠다는 입장이다. 탈당의 공개적 논쟁을 멈춰달라”고 썼다. 김 위원장에 대한 윤 전 대통령의 불쾌감을 전한 것으로 해석됐다. 또 다른 친윤계 의원도 통화에서 “김 위원장이 윤 전 대통령을 망신주고 있다. 떠밀려 당을 나가는 건 지지자들에게 상처를 줄 뿐”이라고 했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헌법재판소 파면 결정 후 일주일 만인 지난달 11일 오후 서울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 관저를 떠나며 지지자들에게 손을 흔들어 인사하고 있다. 뉴스1
당장 윤 전 대통령이 버티면서 김 위원장의 리더십이 흔들리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문수 후보는 지난 12일 30대 청년 정치인인 김 위원장을 비대위원장으로 지목하며 “내가 힘을 실어주겠다”는 뜻을 전했다고 한다. 김 위원장은 그 뒤부터 윤 전 대통령과의 절연을 강조하며 “탄핵과 계엄의 강을 넘어야 한다”고 말해왔다. 김 후보가 윤 전 대통령의 탈당을 두고 “윤 전 대통령이 결정할 문제”라며 결이 다른 입장을 취한 것도 일종의 역할 분담으로 해석됐다.
하지만 김 후보 측에서 윤 전 대통령의 탈당 문제에 대해 김 위원장과 다른 메시지를 연달아 내고, 김 위원장을 향한 친윤계 의원들의 성토가 이어지자 당에선 “약속 대련이 아닌, 불협화음이 아니냐”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김 후보의 비서실장인 김재원 전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YTN라디오에 출연해 “김 위원장의 판단에 대해 다르게 생각하는 분이 국민의힘에 모여있고, 김 후보께서는 자신의 의견을 강제하는 정치는 굉장히 혐오하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김 후보의 아내인 설난영 여사는 이날 윤 전 대통령이 즐겨보는 유튜브 채널 '고성국TV'에 출연했다.
국민의힘 김문수 대선 후보가 16일 충북 청주시 올리브영 청주타운 앞에서 집중 유세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 후보의 선거를 돕는 한 국민의힘 관계자는 “김 위원장은 윤 전 대통령과 절연하자는데, 김 후보 측은 윤 전 대통령과 가장 가까운 유튜버를 만나는 것이 말이 되느냐”며 답답함을 드러냈다. 전날 언론 보도로 윤 전 대통령이 12·3 비상계엄 선포 뒤 고씨와 수차례 통화한 사실이 알려지기도 했다.
김 후보가 주저하는 사이 당내에선 윤 전 대통령의 퇴진과 절연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제기됐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오후 5·18민주묘지 참배 뒤 기자들을 만나 “이번 대선의 시대 정신은 윤 전 대통령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의 동반퇴진”이라고 말했다. 한동훈 국민의힘 전 대표도 김 후보를 향해 “상황을 반전시키기 위해서는 18일 대통령 후보 토론 이전에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와 절연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