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존감과 솔직함 무기로 개인 취향 나타내
건강한 매력이 셀링 포인트, 협찬 광고부터 브랜드 모델로 전성기 구가
건강한 매력이 셀링 포인트, 협찬 광고부터 브랜드 모델로 전성기 구가
유튜브 채널 '순풍 선우용여' 갈무리 화면.
‘매일 벤츠 몰고 호텔 가서 조식 뷔페 먹는 81세 선우용여’.
자칭 ‘해방둥이’ 1945년생 배우 선우용여가 시작한 유튜브 채널 ‘순풍 선우용여’의 한 동영상 제목이다. 4월 27일 게시된 이 영상의 조회수는 5월 14일 기준 300만을 돌파했다. 다른 동영상 조회 수도 100만을 넘겼다. 구독자 수는 어느새 15만2000명에 달한다.
모든 영상 내용은 그야말로 ‘플렉스’의 향연이다. 한강 조망 아파트부터 자동차, 식음료까지 최고급을 지향하는 그녀.
반응이 심상치 않다. 댓글 창에선 중장년은 물론 젊은층까지 열광하고 있다. “나중에 이런 할머니가 되고 싶다”거나 “내 워너비”라는 댓글이 줄을 잇는다.
선우용여가 소비하는 제품, 서비스도 화제다. 이미 유튜브에는 대기업 치약 협찬 광고까지 들어갔다. 홈쇼핑에서는 김치 브랜드도 론칭했다.
청년에게도 소구하는 국내 최고령 유튜버 선우용여의 차별화된 ‘셀링 포인트’는 ‘자존감’과 ‘취향소비’로 요약할 수 있다. ‘올드 앤 리치’의 근본 있는 소비력
방송인 선우용여가 유튜브에서 풀만 서울 엠버서더 호텔에서 조식 서비스를 이용한다고 밝혔다. 화면은 유튜브 동영상 갈무리.
“운전면허를 딴 지 60년이 됐다”는 그가 호텔 조식을 먹으러 갈 때 늘 이용하는 ‘애마’는 메르세데스-벤츠의 플래그십 세단 S450이다. 벤츠 코리아에 따르면 해당 모델을 신차(4MATIC Long)로 구매할 때 기본 가격은 2억원에 육박하는 1억8000만원 선이다.
이날 착용한 귀걸이는 프랑스 명품 주얼리 브랜드 반 클리프 아펠의 알함브라 컬렉션으로 원석 종류에 따라 조금씩 다르지만 현재 기본 가격은 1000만원이 넘는다.
조식 서비스를 이용하는 호텔은 장충동 소재 5성급 호텔인 ‘앰배서더 서울 풀만’으로 조식 가격은 6만4000원이다. 회원가를 적용 받아도 할인율은 15%에 불과하다. 매일 5만원이 넘는 식사를 하는 셈이다. 벌써 이 호텔에는 선우용여의 팬들이 방문하기도 했다.
풀만 관계자는 “(선우용여는) 호텔에서 조식 서비스를 자주 이용한다”며 “총주방장인 신종철 셰프를 11년 전 JW메리어트에서 만난 뒤 친분을 이어가다 신 셰프가 자리를 옮기면서 우리 호텔을 이용하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선우용여가 첫 화부터 공개한 대표적인 자산은 부동산, 그중에서도 자택인 서울 용산구의 한강뷰 아파트이다. 1972년 준공된 이 아파트는 로얄맨션으로 당시 고급주택으로 통하던 일명 ‘맨션아파트’였다. 수영장까지 딸려 많은 유명인들의 보금자리였던 이곳은 2005년 ‘e편한세상 로얄맨션’으로 증축 리모델링을 거쳤다.
4호선 이촌역 역세권이자 이촌동 상권 중심에 위치한 이곳은 재건축을 추진 중인 5층 높이 한강맨션아파트 너머로 남향 ‘한강 조망’을 자랑한다. 다만 ‘나홀로 아파트’라는 점과 주차공간 일부가 기계식으로 운영되는 점 등으로 인해 인근 대단지 같은 면적 대비 저렴하게 거래되고 있다. 선우용여가 거주하는 것으로 알려진 186.12㎡ 타입은 2023년 6층 매물이 18억9998억원에 실거래됐다. 호가는 20억원 중후반대에 형성돼 있다. “눈치 보지 마세요” 젊은층이 열광
선우용여가 협찬 받은 LG생건 치약 제품(죽염 메디케어 글루타치온) 사용 모습을 유튜브 동영상에서 보여주고 있다. 유튜브 동영상 갈무리.
한강뷰 아파트부터 외제차, 호텔, 명품 액세서리까지 전형적인 ‘플렉스’ 아이템이지만 반응은 나쁘지 않다. 불경기가 지속되면서 젊은 연예인이나 유튜브 방송인들이 섣불리 재력을 과시했다가 비난을 받는 요즘 흐름과는 사뭇 다르다.
이유는 두 가지로 분석된다. 우선 그가 오랜 연기생활을 통해 자산을 축적했다는 점과 배우자의 사업실패로 인한 부채를 상환하면서 아이 둘을 양육했다는 고생담이 어우러져 그동안 일군 부(富)와 소비력에 서사를 제공한다. 벼락부자나 금수저인 ‘영 앤 리치’와 달리 ‘올드 앤 리치’가 누릴 수 있는 정당성이다.
또 남을 의식하기보다 자신의 필요와 오랜 취향이 이끈 소비를 한다는 것이다. 선우용여는 유튜브 영상에서 “남의 눈치를 볼 필요가 없다. 내가 하고 싶은 대로 살면 된다”는 80년 인생철학을 강조했다. 호텔 조식에 대해서도 “남편 돌아가시고 애들도 시집, 장가 다 갔다. 그러면 누굴 위해 살아야 하나. 나 자신을 위해 살아야 한다고 생각한다”는 소신을 밝혔다.
“차가 깨끗한 거보다 내가 깨끗해야 돼”, “입으로 들어가는 건 비싼 거 먹고 옷은 냄새 안 나게 깨끗하게만 입으면 된다”며 물질주의에 경종을 울린다.
건강을 강조하다 보니 첫 협찬 브랜드는 ‘치약’이다. ‘최고령 유튜버’ 선우용여의 혼자 사는 아파트 최초 공개’ 편에선 잇몸에 좋다는 LG생활건강의 ‘죽염 메디케어 글루타치온’이 등장한다. 벌써 일부 온라인쇼핑몰 페이지에는 “선우용여 유튜브를 보고 주문했다”는 리뷰가 달렸다.
LG생활건강 관계자는 “아직 영상이 나간 지 얼마 되지 않아 광고의 효과를 말하기는 어려운 단계”라면서도 “글루타치온 치약, 선우용녀치약 등의 키워드 검색이 늘면서 고객들이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요즘은 젊은층도 임플란트를 하는 등 치아 건강에 신경 써야 하는 경우가 많아 특정 세대 소비자만을 겨냥하고 광고를 진행한 것은 아니다”라면서 “(선우용여는) 81세인데 임플란트를 하나도 하지 않을 정도로 치아가 건강하다고 들었다”고 덧붙였다. 솔직한 ‘날것’의 매력
비슷한 중장년 유튜버로는 방송인 최화정이 있다. 5월 14일 기준 ‘안녕하세요 최화정이에요’ 채널의 구독자 수는 약 74만1000명에 달한다. 서울 성수동 서울숲 앞 한강뷰 아파트 ‘아크로 서울포레스트’에 거주하는 최화정은 에르메스 ‘버킨 백’을 들고 등장하거나 사두고서는 잘 타지 않는 포르쉐를 뽐내기도 한다. 그러나 영상의 주요 내용은 요리와 인테리어, 맛집 탐방 등 ‘라이프스타일’이다.
최화정은 지난해 5월 채널을 개설한 뒤 같은 해 9월 아모레퍼시픽의 대표 프리미엄 브랜드 ‘설화수’의 한국 앰버서더로 발탁돼 활동하기도 했다.
정치인 중에선 정치은퇴를 선언하고 출국한 홍준표 전 대구시장이 청년들 사이에서 가장 ‘핫’하다. SNL코리아 시즌7 ‘지점장이 간다’ 코너에 등장해 출연자 중 가장 높은 영상 조회수(150만 회, 쿠팡플레이 공식채널 기준)를 기록했다. 편의점 아르바이트 면접생으로 등장한 홍 전 시장은 “편의점 공고가 뜨자마자 누구보다 빠르게 시장직을 사퇴했다”는 설정에 대해 작가를 나무라는 등 솔직함을 과시했다.
1954년생인 그는 전형적인 ‘꼰대’ 이미지를 지닌 정치인으로 통하지만 ‘홍감탱이’, ‘홍카콜라’라는 별명으로 불리며 20~30대 젊은 남성 지지자가 많다.
이 같은 현상에 대해 최지혜 서울대 소비트렌드분석센터 박사는 “유튜브 서비스가 오래 지속되면서 실버 유튜버들이 많이 진입하고 있다”며 “특히 자존감이 높지 않은 젊은 세대에게 남의 눈을 의식하기보다 자신을 취향대로 물건을 고르고 솔직함을 뽐내는 모습이 매력으로 다가오는 듯하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