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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8 민주화 운동 45주기
(상) 임무수행 소극적이었던 군경들
통역장교로 군 생활을 시작한 이구호 육군기갑학교 교장은 1980년 5월21일 신군부 핵심 황영시 계엄부사령관 겸 육군참모차장의 전차 동원 지시를 거부했다. 사진은 군 재직 시절 모습(오른쪽). 이상우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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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로 있다가는 부하들 다 죽이겠다. 약간의 희생자가 생기더라도 사격을 좀 해 물리치자.”

1980년 5월21일 광주 금남로 옛 전남도청(현 국립아시아문화전당) 앞에 있었던 11공수특전여단 최아무개 소령은 군에 제출한 ‘5·18 회고’라는 글에서 당시 대대장 회의 분위기를 상세하게 설명했다. 회의에서 한 장교가 사격을 제안했다. 금남로 집단발포 전 군인들과 시민들이 대치했을 때였다.

11공수특전여단 최아무개 소령이 군에 제출한 ‘5·18 회고’ 가운데 이제원 중령에 대한 기억을 서술한 대목. 군 기록 갈무리

당시 62대대장 고 이제원 중령만은 “무슨 소리를 하느냐! 당치도 않은 말을 한다”며 벌컥 화를 내며 지휘봉을 내동댕이쳤다. 이 모습을 지켜본 최아무개 소령은 “우린 좁은 소견에 ‘참 답답한 대대장이구나’ 하는 생각이었다”고 썼다. 그렇게 이 중령이 반대했지만, 조준사격 등 집단발포로 비무장 시민 41명이 총격 등으로 사망했다. 이 중령은 1995년 서울지검의 ‘12·12 및 5·18 사건’ 특별수사본부 조사에서 “광주사태의 책임은 나를 비롯해 그 당시 광주사태 진압에 참여했던 모든 군인에게 있다”고 말했다.

이 중령처럼 5·18 당시 전두환 반란세력에 저항하며 민간인 희생을 걱정했던 군인들의 행적이 주목받고 있다.

5·18 때 군의 전차 동원 지시를 거부한 이구호(1933~1999) 장군은 시민 무력 진압에 반대한 군인이다. 그는 1980년 5월21일 오후 4시께 황영시 육군참모차장이 “나 참모차장인데, 폭도들을 진압하고 도청을 점령하는 데 전차를 동원해야겠다. 1개 대대(32대)를 동원하시오”라고 지시하자 거부했다. 그는 “만약 (전차) 동원을 요청하려면 정식 지휘계통을 통해 명령해달라”고 되받았다. 계엄부사령관인 황 차장이 “이 자식, 전차포를 쏘면서 밀고 들어가면 되는 것 아니야”라고 소리치자 전화를 끊었다. 그는 당시 “광주시민이 적군이 아닌데 어떻게 시민을 향해 발포하란 말이냐”며 끝까지 잘못된 명령을 거부했다. 평소 무궁화를 좋아했던 이 교장은 군 전역 후 동생과 ‘무궁화 주유소’를 운영하다가 세상을 떴다.

김기석 당시 전투교육사령부 부사령관이 5월23일 친필로 적은 메모. 군 기록 갈무리

김기석(1931~2010) 당시 전투교육사령부(전교사) 부사령관(소장)도 신군부의 무자비한 진압에 반발한 인물로 평가받는다. 김 부사령관은 “당시 광주사태에 대한 실질적 지시는 계엄사령관보다 황영시가 더 관심 있게 지휘를 했었다”며 “심지어는 ‘무장헬기·전차 뒀다 어디다 쓰느냐’는 얘기까지 했다”고 생전 증언한 바 있다. 그는 5월24일 전두환 최측근인 최예섭(1929~2019) 보안사 기획조정실장(준장)과 시민수습대책 방안을 두고 이견을 빚다가 총을 들이대며 충돌하기도 했다. 김 부사령관이 5월23일 11시40분에 적은 친필 메모엔 ‘시민을 폭도로 몰지 말고 귀가토록 조치’라는 내용이 들어 있다.

1979년 안병하 전라남도 경찰국장(오른쪽)이 기동중대를 방문해 출동태세를 점검하고 있다. 안병하 평전 갈무리

전라남도 경찰국장이었던 안병하(1928~1988) 치안감은 5·18 민주화운동 당시 시민을 향해 발포하라는 전두환 반란세력의 명령을 거부했던 인물이다. 육군사관학교(8기)를 졸업하고 중령으로 전역한 뒤 총경으로 특채돼 경찰에 입문한 안 치안감은 1980년 5월25일 “시민에게 총을 쏠 수 없다”며 신군부의 강제 진압 명령을 거부해 직위 해제됐고 합동수사본부로 끌려가 고문 수사를 받아 후유증에 시달리다가 1988년 10월 세상을 떠났다. 2002년 5·18 민주유공자로 인정받았고 2017년 11월 ‘제1호 경찰 영웅’으로 선정됐으며 경무관에서 치안감으로 1계급 특진했다.

노희준 국민대학교 정치대학원 겸임교수는 지난달 30일 5·18기념재단 주최로 열린 학술토론회에서 “5·18 당시 계엄군은 신군부가 하나회를 중심으로 군을 장악하고 있어 절대적인 복종이 강조되는 상황이었다”며 “하지만 2024년 계엄군은 스마트폰과 인터넷을 통해 실시간으로 정보를 공유할 수 있어서 지휘부의 명령에 소극적이었다”고 분석했다.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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