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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는 실내라서 안전하겠지? 어휴 더워 죽겠다”

대선 선거운동 나흘째인 15일, 경남 하동군 화개장터에서 청년들과 ‘버스 간담회’를 진행하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이렇게 말하며 입고 있던 방탄복을 벗었다. 이 후보는 “이래서 감기에 걸린다. 땀이 났다가 식으니까”라고 덧붙였다. 이 후보는 대선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된 지난 12일부터 늘 방탄복을 착용한 채 유세 현장에서 나서고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15일 전남 순천시 연향동 패션의 거리에서 유세를 하고 있다.김성룡 기자
민주당은 최근 이 후보가 유세 때 사용할 방탄 유리막 주문도 마쳤다. 공중전화 부스처럼 연설하는 후보 주변을 둘러싸는 이동식 방탄 설비다. 이정헌 선대위 유세본부장은 15일 통화에서 “지난 13일 이미 제작에 들어간 것을 확인했다”며 “조만간 설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방탄 유리막의 가격은 최소 수천만원으로 알려졌다.

21대 대선을 3주 앞두고 민주당은 이 후보를 겨냥한 테러 발생 가능성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김민석 민주당 상임공동선대위원장은 15일 국회 기자간담회에서 “모든 걸 걸고 최대의 긴장으로 이 후보의 안전을 지키고 있다”고 말했다. 진성준 정책위의장은 지난 13일 라디오에서 “사거리가 2㎞에 달하는 그야말로 저격용 괴물 소총이 밀반입됐다고 하는 제보까지 접수되고 있다”고 했다. 공식 선거 운동 개시 이후 이 후보가 유세 현장에서 어린이가 아니면 지지자들 악수도 나누지 않는 것도 당내 가득한 테러 경보에 따른 것이다.
제21대 대통령선거 공식 선거운동 첫날인 지난 12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가 서울 종로구 청계광장에서 열린 출정식 및 첫 유세에서 방탄복 위에 선거운동복을 입고 있다. 김성룡 기자
이같은 대응에 대해 박성훈 국민의힘 선대위 대변인은 15일 “러시아제 권총, 블랙 요원 동원, HID 출신 특수팀 등 자극적인 표현으로 국민 불안을 키우면서도 정작 경찰에는 단 한 건의 고소나 진정도 접수되지 않았다고 한다”며 “'아니면 말고 식' 의혹 제기로 국민적 혼란과 불필요한 의심을 확대시키지 말라”고 논평을 냈다.

그러자 민주당은 “국민의힘은 지난해 이 후보 피습을 못 본 건가”(선대위 핵심관계자)라고 응수했다. 이 후보가 지난해 1월 부산 가덕도 신공항 건설부지를 찾았다가 지지자로 가장해 접근한 김모씨로부터 흉기에 목을 찔려 긴급 수술을 받았던 일을 환기시킨 것이다. 국민의힘이 조롱하는 각종 테러 시나리오를 민주당 관계자들은 현실적 위협으로 여기고 있는 것이다.

당내에서 가장 설득력은 인정받는 건 ‘블랙 요원 암약설’이다. 당 관계자는 중앙일보 통화에서 “이달 초순 북파공작원(HID)을 은퇴한 블랙 요원들이 이 후보 테러와 관련해 움직이기 시작했다는 제보를 다양한 형태로 받았다”며 “이러한 제보를 의원들이 각자의 정보 라인으로 확인한 결과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한 것”이라고 말했다.

‘블랙 요원 암약설’은 12ㆍ3 계엄 직후 이광희 의원이 “계엄 당시 청주 공항 시설물 폭파를 위해 파견됐던 블랙 요원들이 계엄 해제 후에도 복귀를 안했다”는 제보를 공개하면서 확산됐다. 이 의원은 15일 통화에서 “계엄 설이 처음 불거졌을 때 아무도 안 믿었는데 실제 계엄이 터진 걸 겪은 뒤라, ‘블랙 요원 암약설’은 여전히 현실적 위협으로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당원 및 지지자들도 이 후보의 안전 확보를 거세게 요구중이다. 이정헌 본부장은 통화에서 “‘왜 아직도 방탄 유리막을 설치하지 않느냐, 적극적으로 좀 해달라’는 요구를 하루에도 수십 통 전화ㆍ문자로 받는다”고 말했다. 지지자들은 최근 유세 현장에서 ‘잼가드’라는 이름으로 자발적 경호에도 나섰다. 또 손거울을 햇빛에 반사하거나 풍선을 흔드는 등의 행위로 어디 숨어있을지 모르는 저격수의 조준을 방해하는 이들도 있다. 다만 선대위 테러 대응TF 관계자는 통화에서 “거울ㆍ풍선 등이 경호 목적에 크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잼가드가 후보에 근접하는 것도 허용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민주당의 이러한 대응에 대해 “거대 정당에서 이 정도 전례가 없었던 건 지금처럼 압도적 지지율을 기록한 후보가 거의 없었다”며 “당선될 가능성이 큰 만큼 테러 위협도 커졌다고 보는 건 현실적 대응”이라고 말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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