젤렌스키 "국방장관이 대표단 이끌 것"
푸틴 정상회담 거절에 회담 참석 않기로
러, 기존 종전 조건 반복… 회담 기대감 뚝
푸틴 정상회담 거절에 회담 참석 않기로
러, 기존 종전 조건 반복… 회담 기대감 뚝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15일 튀르키예 앙카라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취재진 질문을 듣고 있다. 앙카라=EPA 연합뉴스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간 정상회담이 결국 무산됐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불참 의사를 밝힌 데 이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도 대표단에 합류하지 않겠다고 선언하면서다. 양국 간 고위급 회담은 열릴 전망이지만, 앞서 기대를 모았던 '정상 간 담판'이 불발되며 협상은 시작되기도 전에 김이 빠지는 모양새다.
"이스탄불 가도 할 게 없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15일 모스크바 크렘린궁에서 자국 기업가와 면담하고 있다. 모스크바=AP 연합뉴스
15일(현지시간) AFP통신에 따르면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날 튀르키예 수도 앙카라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루스템 우메로우 국방장관이 우크라이나 대표단을 이끌 것"이라고 밝혔다. 당초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날 협상에 직접 참여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앙카라까지 이동했으나, 결국 회담이 열리는 이스탄불에는 우메로우 장관이 이끄는 대표단만 보내기로 결정했다는 의미다.
마음을 바꾼 계기는 단연 푸틴 대통령의 불참이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날 "러시아 측 대표단에는 '실제 결정권자'가 없다"며 "나도 이스탄불에서 할 일이 없다"고 말했다. 이날 러시아가 푸틴 대통령이 빠진 대표단을 이스탄불에 파견한 점을 비판한 것이다. 다만 정부 대표단 간 회담은 15, 16일 중에 열릴 수 있다고 젤렌스키 대통령은 덧붙였다.
양국 간 정상회담 무산은 사실상 예견된 결과다. 앞서 지난 11일 우크라이나에 평화 회담 개최를 제안했던 푸틴 대통령은 같은날 젤렌스키 대통령이 '정상회담 역제안'을 던진 뒤 줄곧 침묵을 지켜왔다. 다음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참석 의사 타진에도 응답하지 않았고, 결국 이날 블라디미르 메딘스키 크렘린궁 보좌관이 이끄는 대표단만을 이스탄불로 파견했다. 애당초 '휴전 논의에 참여하고 있다는 시늉'만 내기 위한 협상 제안이었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공은 트럼프에
중동 순방 중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5일 카타르 도하에서 알우데이드 미 공군기지를 방문해 자국 장병들을 격려하고 있다. 도하=AP 연합뉴스
따라서 우크라이나·러시아 간 고위급 회담이 열리더라도 유의미한 결과가 나오기는 어렵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미 정상회담 불발로 협상 분위기가 틀어진 데다가 휴전조건을 둘러싼 양국 간 입장 차가 너무 크다. 실제 메딘스키 보좌관은 이날 "협상 목표는 분쟁의 근본 원인 제거"라며 러시아의 기존 휴전 조건을 재강조했다. 우크라이나가 반대하고 있는 △전후 비무장화 △크림반도 및 동부 영토 등에 대한 러시아 점령 인정 등 요구사항을 철회하지 않겠다는 의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