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탈당이 김 후보 승리에 도움될지 모르겠다”
윤석열 당시 대통령이 지난해 8월 30일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에게 임명장을 수여하는 모습.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김문수 국민의힘 대통령 후보가 윤석열 전 대통령 측근들에게 “윤 전 대통령은 탈당하지 말아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15일 전해졌다. 윤 전 대통령은 “탈당이 김 후보의 승리에 도움이 될지 모르겠다”고 주변에 말했다고 한다. 김용태 신임 비상대책위원장이 이날 ‘구두 권고’ 형식으로 윤 전 대통령의 탈당을 호소하는 등 당내 탈당 요구가 커지고 있지만, 열쇠를 쥔 두 사람이 모두 이를 일축한 것이다. 이런 가운데 김 후보는 윤 전 대통령 파면을 만장일치로 결정한 헌법재판소를 “공산국가”라고 비난하는 등 극우 성향을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친윤석열계 한 인사는 이날 한겨레에 “김 후보가 윤 전 대통령 주변에 계속 탈당하지 말아달라고 했다”며 “윤 전 대통령은 탈당이 맞는지 당에서 객관적으로 잘 따져보라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그는 윤 전 대통령이 측근들에게 “당이 권유하고 김 후보의 승리에 필요하다면 기꺼이 탈당하겠지만, 탈당이 승리에 도움이 될지 모르겠다”는 말을 했다고 전했다. 이 인사는 “김 후보 지지층은 윤 전 대통령 지지층”이라고 강조했다.
김용태 위원장은 이날 국회에서 회견을 열어 “윤 전 대통령께 정중하게 탈당을 권고드린다”며 “당과 대선 승리를 위해 결단해줄 것을 요청드린다”고 말했다. 이어 “윤 전 대통령이 합리적인 판단을 할 거라고 생각한다”며 “최대한 빠른 시일 안에 대통령을 찾아뵙고 말씀드리겠다”고 했다. 앞서 김 후보와 경선을 치렀던 안철수 공동선거대책위원장은 경선 과정에서부터 윤 전 대통령의 탈당을 요구해왔고, 결선에서 탈락한 한동훈 전 대표는 대선 지원 전제 조건으로 ‘절연’을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자신이 탈당하면 김 후보 지지층이 이탈한다고 주장하는 만큼, 윤 전 대통령이 이를 수용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김 후보 역시 이날 “후보가 탈당하라 마라 하는 건 적절치 않다”며 출당·제명 등의 여지를 거듭 봉쇄했다. 보수 지지층을 잃어선 안 되는 김 후보와, 당내 영향력을 놓기 싫은 윤 전 대통령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결과로 보인다. 김 후보는 당 후보로 최종 확정된 지난 11일 윤 전 대통령과 한 통화에서도 탈당 여부는 “윤 전 대통령의 판단을 따르고 그 결정을 존중하겠다”고 말했다고 김재원 후보 비서실장이 이날 전했다.
이날 김 후보는 윤 전 대통령 파면을 만장일치로 결정한 헌재를 두고 “만장일치는 공산국가에서 많다”며 “다양한 견해가 공존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지 못하는 헌재는 매우 위험하다”고 주장했다. 또 “식당, 자영업자들이 어렵다고 하는 건 계엄도 체감할 원인 중 하나”라며 “어렵게 장사하는 분들, 생활이 어려워진 많은 분들 등을 생각해 진심으로 정중하게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사과 대상이 비상계엄 자체가 아닌, 그로 인한 피해라고 못박았다.
수도권 중진 의원은 “계엄은 잘못했다고 하면서 헌재를 두고 ‘공산국가’ 운운하면 누가 사과의 진정성이 있다고 생각하겠냐”고 답답해했다. 한 영남 재선 의원은 “윤 전 대통령 탈당 논란이 모든 이슈를 잡아먹고 있는데, 윤리위원회를 소집해 출당·제명 조처를 해야 한다”며 “당의 대응을 보면 아직도 한가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통령 후보는 “즉각 윤석열 내란 수괴를 제명하라”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