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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 대선의 패턴과 징크스 살펴보니
김정하 논설위원
2000년대 이후 한국 대선 결과는 1·2위 후보의 치열한 접전과 1위 후보의 완승이 번갈아가며 나타나고 있다. 2002년 새천년민주당 노무현 후보 2.3%포인트 차 승리→2007년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 22.5%포인트 차 승리→2012년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 3.5%포인트 차 승리→2017년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 17.1%포인트 차 승리→2022년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 0.7%포인트 차 승리. 이런 패턴은 단순히 우연일 수도 있지만, 한국 권력 구조의 특성이 어느 정도 반영된 현상일지도 모른다. 어쨌든 패턴대로라면 이번엔 1위 후보가 완승할 차례인데 공교롭게 진짜로 그런 구도가 전개되는 중이다.

대선 지지율 단기간 급변 어려워
접전·완승 번갈아가며 나타나

승부 기울면 후보 단일화는 불발
김문수-이준석 연대 성사 난망

‘경기지사 실패’ 징크스 깨질 듯
‘미 대선과 엇박자’ 이어질 수도

한국갤럽이 뉴스1 의뢰로 지난 12~13일 실시한 대선 후보 여론조사에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는 51%의 지지율을 기록했다. 2위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31%)와 격차가 매우 컸다.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는 8%였다. 진보층에서 이재명 후보 지지율은 81%에 달했지만, 김문수 후보는 보수층에서 지지율이 40%에 머물렀다. 진보층은 이 후보를 중심으로 똘똘 뭉쳤으나 보수층은 김문수-한덕수 후보 단일화 막장 드라마의 후유증이 큰 것으로 보인다. 또 YTN-엠브레인퍼블릭이 지난 11~12일 실시한 조사에선 이재명 후보 46%, 김문수 후보 33%, 이준석 후보 7%로 나타났다.

선거 다가올수록 구도 굳어져
그런데 역대 대선에선 후보 등록 시점의 여론조사 결과와 실제 득표 순위가 뒤바뀐 경우가 없다. 여야의 선거 전문가들 사이에선 일종의 법칙처럼 통하는 패턴이다. 대선 지지율 구도라는 게 오래전부터 진행된 정치 과정의 축적물이고 선거가 다가올수록 더욱 공고해지기 때문에 막판에 급격한 변화는 어렵다는 것이다. 특히 1위 후보가 완승한 대선뿐 아니라 뜨거운 접전 양상이었던 대선에서도 이런 경향이 유지됐다는 게 놀라운 점이다. 〈그래픽 참조〉

정근영 디자이너
2002년 대선 때는 후보 등록 직전에 새천년민주당 노무현 후보와 국민통합21 정몽준 후보의 단일화가 성사됐다. 그 기세를 타고 노 후보는 공식선거운동 초반에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에 4~7%포인트 정도를 앞서 나갔다. 이 후보는 선거운동 중반 이후 맹추격을 벌이며 격차를 좁혔지만 결국 뒤집는 데 실패했다. 심지어 대선 전날 정 후보가 ‘노무현 지지철회’를 선언하는 대소동이 벌어졌지만, 결과는 바뀌지 않았다.

2012년 대선에서도 후보 등록 직전에 무소속 안철수 후보가 전격 사퇴하면서 야권 후보는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로 단일화됐다. 하지만 이 결과는 ‘아름다운 단일화’라기보다는 안 후보가 힘겨루기에서 밀려나면서 강제로 빚어진 ‘반쪽짜리 단일화’에 불과했다. 문 후보가 단일화 시너지 효과를 얻지 못하는 바람에 선거운동 초반부터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가 간발의 차로 우세를 점했고 이 흐름은 투표일까지 이어졌다.

역대 대선 가운데 가장 팽팽했던 선거는 2022년 대선이었다. 당시 후보 등록 직후에 실시한 지상파 3사 여론조사에서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는 39.2%,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는 35.2%,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는 8.1%의 지지율을 기록했다. 간발의 격차를 불안하게 느낀 윤 후보 측은 안 후보와 단일화를 이루기 위해 갖은 애를 썼고 결국 사전투표 하루 전날 극적 단일화를 시켰다. 그래서 대다수의 선거전문가가 윤 후보의 낙승을 예상했지만 투표함을 열어보니 불과 0.73%포인트 차이의 초박빙 승부였다. 애초부터 여론조사가 숨어있는 이재명 지지표를 포착하지 못했던 건지, 윤석열-안철수 단일화가 오히려 역풍을 불러 안 후보 지지표가 이재명 후보에게 더 많이 유입된 건지 진상은 알 수 없다. 그렇지만 2022년 대선에서조차 후보 등록 시점의 여론조사 순위가 개표까지 이어지는 패턴은 그대로 유지됐다.

접전일 때만 단일화 가능
역대 대선 사례를 통해 또 하나 확인할 수 있는 패턴은 후보 단일화는 1·2위 격차가 적어 단일화가 승부에 큰 영향을 줄 수 있는 구도일 때만 성사된다는 점이다. 앞서 언급한 2002, 2012, 2022년 대선 모두 그런 경우였다. 반대로 단일화를 해봐야 1위 후보 추격이 어렵다고 느끼면 후보들이 끝까지 제 갈 길을 갔다. 2007년 대선 때 대통합민주신당 정동영 후보는 막판까지 창조한국당 문국현 후보와의 단일화를 기대했지만 끝내 성사되지 않았다. 두 사람의 지지율을 합쳐봐야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의 지지율이 턱없이 못 미쳐 문 후보 입장에선 단일화를 해봐야 별다른 이득이 없었기 때문이다.

2017년 대선은 뒤늦게 보수 진영이 땅을 친 경우다. 당시 여론조사는 워낙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가 강세여서 자유한국당 홍준표, 국민의당 안철수, 바른정당 유승민 후보 사이에 별다른 단일화 논의조차 없었다. 그런데 뚜껑을 열어보니 문재인 후보의 득표율은 41.1%에 불과했고 홍·안·유 후보의 득표율 총합은 52.2%에 달했다. 그제야 보수 진영에선 후보 단일화를 시도했어야 한다는 탄식이 나왔지만, 버스는 지나간 뒤였다.

이번 대선에서도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는 ‘반이재명 빅텐트’를 외치고 있다. 그러나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와의 격차가 아직 상당하기 때문에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가 김 후보의 러브콜에 순순히 응할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게 정치권의 관측이다. 오히려 이 후보가 대선 이후 보수 진영의 주도권 확보를 위해 김 후보에게 맹공을 퍼부을 가능성마저 있다.

대선 때마다 깨지는 징크스
물론 대선의 패턴이란 게 자연과학의 법칙과는 다른 차원이어서 얼마든지 예외가 발생할 여지는 있다고 봐야 한다. 특히 어느 정도 사회과학적 해석이 가능한 패턴과는 달리 아무런 논리적 인과 관계가 없는 징크스는 수시로 깨지기 마련이다. 가령 한때 대선에선 단일화에 성공한 진영의 후보가 승리한다는 징크스가 있었다. 1997년 DJP(김대중-김종필) 연합, 2002년 노무현-정몽준 단일화 때문에 생긴 징크스다. 하지만 2012년 문재인-안철수 단일화에도 불구하고 박근혜 후보가 당선되면서 이 징크스는 사라졌다. 대선에선 반드시 서울에서 이겨야만 당선된다는 징크스도 당시 박 후보가 깼다. 또 한나라당 이회창 총재처럼 안경을 쓰는 사람은 대통령이 되지 못한다는 징크스도 있었다. 그러나 2017년 문재인 후보가 당선되면서 이 징크스는 깨졌다.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처럼 국회의원을 하지 않은 사람은 대선에 실패한다는 징크스도 있었다. 이 역시 2022년 정치 초짜 윤석열 후보가 당선되면서 징크스가 깨졌다. 윤 후보는 서울대 법대 출신은 대선이 힘들다는 징크스도 무너트렸다. 이번 대선에선 ‘경기지사는 대선주자의 무덤’이란 징크스가 깨질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이인제·손학규·남경필 전 지사 등 여러 경기지사 출신들이 대선 주자의 반열에 올랐지만 성공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러나 이번엔 이재명·김문수 후보 모두 경기지사 출신이어서 누가 당선돼도 징크스는 깨진다.

국회의원직을 유지한 채 대선에 출마하면 낙선한다는 징크스도 있다. 1992년 대선 때 금배지를 유지한 채 출마했던 민주당 김대중 후보, 정주영 후보는 고배를 마셨지만, 의원직을 던진 민자당 김영삼 후보는 승리했다. 2012년에도 의원직을 던진 박근혜 후보가 당선됐고 그러지 않았던 문재인 후보는 떨어졌다. 그러나 현재 이재명 후보는 아직 의원직을 유지한 채 선거운동을 벌이고 있다. 이 후보가 이 상태로 당선된다면 의원직 징크스는 사라지게 된다.

한국과 미국의 엇박자
반면 한국 대선과 미국 대선은 엇박자를 낸다는 징크스는 이번에도 유지될 가능성이 있다. 미국 대선에서 공화당이 승리하면 이어지는 한국 대선에선 진보 후보가 당선되고, 미국 대선에서 민주당이 이기면 다음 한국 대선은 보수 후보가 당선된다는 징크스다. 1992년 11월 미국 대선에서 민주당 빌 클린턴 후보가 당선됐는데 한 달 뒤 한국 대선에선 민자당 김영삼 후보가 승리하면서 시작된 징크스다. 최근만 해도 2016년 미국 대선에서 공화당 트럼프 후보가 당선된 후 이듬해 한국에선 민주당 문재인 정권이 출범했다. 2020년 미국 대선에서 민주당 바이든 후보가 당선되자 2022년 한국 대선에선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가 승자가 됐다. 지난해 미국에서 트럼프가 재선에 성공했는데 지금 한국은 이재명 후보가 1위를 달리는 중이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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