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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수치료를 내세운 서울 시내 한 의원 모습. 뉴스1
# 8살 A양은 발목이 안쪽으로 꺾이는 증세가 이어지자 인천의 한 병원을 찾았다. 하지만 특별한 이상 소견 없이 '평발' 진단을 받았다. 운동·깔창 같은 보조 치료로 충분했지만, 의사는 "성장기 근력 강화"를 강조하며 전신형 도수치료를 처방했다. A양은 7개월에 걸쳐 23차례 비급여 치료를 받아야 했다.
# 서울 소재 B의원은 홈페이지 등을 통해 체외충격파 치료를 발기부전 치료인 것처럼 홍보했다. 신의료기술로 인정받지 못한 체외충격파 발기부전 치료는 실손보험으로 보장받을 수 없다. 하지만 보험사에 청구된 B의원의 체외충격파 치료 진단명은 전립샘 염증, 골반 통증 등으로 통일됐다. 발기부전 치료가 실손 적용 가능한 전립샘·골반 치료로 둔갑한 '보험사기'가 의심되는 대목이다.

일부 환자·의료기관의 '도덕적 해이'와 실손보험이 결합한 비급여 물리치료 사례가 늘고 있다. 14일 보험업계 등에 따르면 지난해 손해보험 5개사(삼성·현대·KB·DB·메리츠)가 도수치료·체외충격파 등 물리치료로 지급한 실손 보험금은 1조8200억원이다. 전년 대비 12.8% 증가했다. 특히 물리치료 관련 보험금 중 비급여가 차지하는 비중은 의원급(1차 의료기관)이 86%로 가장 높았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의료기관이 비급여를 수익 확보 수단으로 활용하는 것과 무관치 않다"고 밝혔다.
아동 키를 늘려준다는 명목의 도수치료 홍보 광고. 실손보험 보장이 가능하다는 점도 강조한다. 사진 인터넷 캡처
최근엔 치료 목적을 벗어난 미용·성형뿐 아니라 '성장-입시-직장생활-출산 전후' 등 생애주기별 패키지로 허위·과잉 진료에 나서는 곳이 적지 않다. 아동·청소년에겐 성장 촉진, 체형 교정 등을 내세운 도수치료를 시행하는 식이다. 16살 C군은 아무 근골격계 질환이 없는데도 소아청소년과 의원에서 자세 교정 명목의 도수치료를 권유했다. 그렇게 4년간 도수치료로만 2800만원을 썼다. 이런 치료를 받으면 키가 클 수 있다는 과잉 광고도 병·의원 블로그 등에서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임신·출산 여성에겐 부종 예방과 자세 교정 차원의 도수치료 마케팅이 집중된다. 30대 D씨는 출산 후 서울 시내 한방병원을 찾았다. 이 병원은 별다른 질환이 없는데도 D씨에게 틀어진 자세 교정을 내세워 도수치료를 유도했다. 결국 그는 12회로 짜인 '산후 도수 패키지'에 230만원을 냈고, 그 뒤 추가 진료는 없었다.
실손보험 청구가 안 되는 체외충격파 발기부전 치료를 전면에 내세운 한 의원 홈페이지. 사진 인터넷 캡처
성인 비만 치료나 남녀 질환 성형술이 물리치료로 둔갑하기도 한다. 29살 여성 E씨는 몸매 관리 차원에서 체외충격파를 활용한 비만 치료를 홍보하는 서울 강남구 모 의원에 갔다. 상담실장은 실손 가입 여부를 확인한 뒤, 10만원 넘는 비만 검사와 200만 원대 비만 패키지 프로그램을 안내했다. 체형 개선 목적이지만, 진단서엔 실손 청구가 가능한 '두통'으로 기재해 비용 부담을 없애줬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실손 청구를 못 하는 비만 대신 치료 목적의 체외충격파로 바꿔 청구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처럼 비급여·실손 체계의 허점을 파고든 '의료 남용' 부작용은 실손 가입자 등에 부메랑처럼 돌아온다. 감사원은 14일 실손보험 이용 실태 등에 대한 감사 보고서에서 "실손 가입에 따른 추가 의료 이용은 실손 재정과 환자 본인 부담 외에 건강보험 재정에 큰 부담을 초래한다"고 지적했다. 감사 결과, 2022년 비급여 물리치료로만 2조4818억원의 추가 진료비가 발생했고, 건보 재정 부담도 6181억원 늘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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