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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권의 홍준표 전 대구시장 쟁탈전이 치열하다. 국민의힘 대선 경선 탈락 직후 탈당 및 정계 은퇴를 선언하며 “대선 끝나고 돌아오겠다”며 미국 하와이로 떠났지만, 외려 몸값이 오르는 형국이다. 친정인 범보수 진영은 물론, 정치적 대척점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도 손을 내밀고 있다.

국민의힘 대선 후보 2차 경선에서 탈락한 홍준표 후보가 4월 29일 서울 여의도 대하빌딩 선거 캠프 사무실에서 정계 은퇴 관련 기자회견을 마친 뒤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후보는 지난 12일 페이스북에 ‘낭만의 정치인 홍준표를 기억하며’란 제목의 글에서 “상대 진영에 있는 분이지만 밉지 않은 분”이라며 “미국에서 돌아오면 막걸리 한잔 나누자”고 썼다. 10일 홍 전 시장 고향인 경남 창녕군을 찾아선 “민생을 위해 유능하고 충직한 사람을 적재적소에 잘 쓰는 것을 통해 성과를 내고 평가받고 싶다”며 “그 속에 홍 전 시장 같은 훌륭한 분이 함께해 주시면 좋지 않을까”란 말도 했다. 이 후보는 이 자리에서 홍 전 시장과 통화한 사실도 공개했다.

보수 진영에선 이 후보가 홍 전 시장과 통화를 했다는 사실에 적잖이 놀라는 눈치다. 홍 전 시장은 경선 탈락 직후 캠프 사무실을 정리하며 마지막으로 모인 핵심 측근 8명에게 “여기 있는 사람 전화만 받겠다”고 말했다고 한다. 이후 경선 경쟁자들의 연락을 사실상 차단했다. 미국행 비행기에 오르기 하루 전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와 통화가 성사됐는데, 그 직후 김 후보 측이 “선대위원장 제안을 수락했다”고 발표했지만 홍 전 시장이 즉각 부인하는 일도 있었다.

복수의 정치권 관계자에 따르면 경선 탈락 이후 홍 전 시장과 이 후보의 통화는 최소 두 차례였다고 한다. 처음 걸려온 전화는 안 받았는데, 얼마쯤 후 이 후보가 다시 전화를 걸어 성사됐다. 이와 별개로 민주당 김민석ㆍ이언주 의원도 홍 전 시장과 물밑에서 접촉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1996년 15대 총선에서 홍 전 시장과 함께 국회에 입성한 김민석 의원은 탄핵 정국 이전 대구시청을 찾는 등 인연이 적지 않고, 이언주 의원 역시 3년전 대선 경선 당시 홍준표 캠프의 공동선대위원장을 지냈다.

2023년 5월 10일 당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오른쪽)가 대구시청 산격청사를 찾아 접견실에서 홍준표 대구시장과 인사 나누고 있다. 뉴스1
민주당의 이례적 구애엔 다층적 계산이 깔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우선 젊은 층에서의 확장성이다. 대선을 앞두고 실시된 복수의 여론조사에서 홍 전 시장은 20ㆍ30세대에서 이재명 후보보다 높은 호감도를 보인 사례가 다수 있었다.

또 30년가량 보수 진영에 몸담았지만, 특별한 계파를 만들지 못하고 이른바 ‘독고다이’ 성정 탓에 경선 패배 직후 윤석열 전 대통령 및 친윤계에 대해 거침없는 비판 발언을 쏟아낸 것도 민주당 입장에선 매력적인 카드다. 이번 대선을 좌우 대결이 아닌, 윤석열 정부에 대한 심판 구도 임을 각인시킬 수 있어서다.

홍 전 시장이 그간 민주당에 날 선 비판을 쏟아내면서도 이 후보의 사법리스크에 대해선 ‘법원이 정치에 개입해선 안 된다’는 취지의 메시지를 종종 발신했다는 점도 민주당은 주목하고 있다.

정치권에선 이 후보의 러브콜이 집권 이후를 내다본 포석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홍 전 시장을 중용해 좌우 통합 메시지를 내는 것은 물론, 집권 초기 사정국면 등에서 시선 분산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친명계 중진 의원은 14일 통화에서 “합리적 보수였던 김종필ㆍ박태준이 외환위기(IMF) 때 김대중의 손을 잡고 정권을 교체한 전례가 있다”며 ”우리로서는 문을 열어놓는 것이고, 홍 전 시장은 대구를 넘어서는 의미가 있는 분“이라고 말했다.

4월 29일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에서 열린 제21대 대통령 후보자 국민의힘 3차 경선 진출자 발표 행사에서 경선에 탈락 후 정계은퇴 의사를 밝힌 홍준표 후보가 기념촬영 무대에서 내려가고 있다. 연합뉴스
중요한 건 홍 전 시장의 의사다. 그는 ‘민주당의 러브콜을 받아들일 것이냐’는 중앙일보 질문에 “정계 은퇴했다”고 말했다. ‘대선 전 이 후보와 막걸리 회동 가능성이 있느냐’고 묻자 “6월 중순에 귀국한다”고 했다. 홍 전 시장과 가까운 보수 진영 인사는 사견을 전제로 “정계 은퇴 번복에 대한 부담, 그간 몸담았던 보수 진영에 대한 의리가 고민이 될 것”이라면서도 “정치는 생물인 만큼 상황 변화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다”고 했다.

홍 전 시장과 민주당 간 밀착 가능성이 제기되자 보수 진영에선 홍 전 시장을 두고 구애와 비방이 엇갈리고 있다. 홍 전 시장이 이날 자신의 청년 소통 홈페이지에 “비열한 집단에서 다시 오라고 하지만 이젠 정나미가 떨어져 근처에도 가기 싫다”고 쓰자, 김용태 국민의힘 비대위원장 내정자는 “제가 마음 같아선 정말 하와이라도 가서 모셔 오고 싶다”고 말했다. 권성동 원내대표는 “노여움은 오롯이 저에게 담아달라. 하지만 선배님께서 앞장서서 지켜주셨던 이 당의 역사만은 버리지 말아 주실 것을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했다.

반면 권영세 전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은 페이스북에 “타고난 인성은 어쩔 수 없나 보다”라며 홍 전 시장을 비판했다. 이에 이준석 개혁신당 대선후보는 해당 글을 공유하며 “본인들의 러브콜에 응하지 않으니까 ‘인성’ 운운하는 건 무슨 황당한 일”이냐며 “(한덕수 전 총리를) 옹립한 장본인이 사기 경선 피해자인 홍 전 시장께 감히 ‘타고난 인성’을 말할 자격이 있느냐. 그야말로 진짜 싸가지가 없다”고 맞받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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