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수익 증가한 은행들 중저신용 대출 확대 나서야”
기준금리가 인하되고 있지만 소액대출 금리는 두 달 연속 높아졌다. 소액대출은 급전 마련을 위해 이용하는 경우가 많아 중저신용자 차주(돈을 빌린 사람) 비중이 높다. 금융 취약계층의 이자 부담이 커진 것으로 해석된다.
14일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2월 말 기준 500만원 이하 소액대출 금리는 6.63%다. 지난해 12월 말 6.49%에서 1월 말 6.53%으로 오른 뒤 두 달째 상승했다. 소액대출은 생계가 곤란한 중저신용자들이 주로 이용한다. 가계대출 중 올해 금리가 높아진 항목은 소액대출이 유일하다. 시장금리가 내려가며 주택담보대출, 일반신용대출 등 다른 가계대출 항목은 일제히 금리가 하락했다.
은행들이 중저신용자 대출을 줄이고 있는 것을 감안하면, 이는 대출 금리가 높아진 영향으로 풀이된다. 이 수치는 그 달 새로 취급한 금리의 가중평균으로, 신용도가 낮은 차주가 대출을 많이 받으면 높아질 수 있다. 하지만 중저신용자 대출 비중은 꾸준히 줄어드는 추세다. 은행들이 중저신용자들 대상 심사를 강화하는 동시에 시장금리 인하 폭을 대출 금리에 반영하지 않은 것으로 분석된다.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가계 신용대출 중 금리가 6% 이하인 대출의 비중(단순평균)은 지난 1월 말 71.52%에서 2월 말 76.64%, 3월 말 86.06%로 확대됐다. 반면 차주 신용도가 낮아 금리가 6%를 초과하는 대출 비중은 같은 기간 28.48%→23.36%→13.94%로 축소됐다.
은행권 관계자는 “최근 연체율이 높아지면서 자본건전성을 유지하기 위해 중저신용자의 대출 관리를 강화했다”며 “신용등급이 낮은 차주의 대출 비중이 줄어들었다”고 설명했다.
범위를 넓혀보면 중저신용 대출 축소 흐름은 보다 뚜렷하다. 민병덕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국내은행의 신규취급 중저신용대출 비중은 2022년 33.1%에서 지난해 22.4%로 10.7%포인트 감소했다. 5대 은행은 이 기간 21.3%에서 15.8%로, 인터넷전문은행은 41.2%에서 30.2%로 떨어졌다.
은행들이 수익성을 위해 중저신용자에 대한 금융 공급 역할을 소홀히 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성복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최근 은행들의 이자 수익이 크게 늘어난 것을 고려하면 중저신용 대출의 확대 여력은 충분하다”며 “은행이 서민 금융부담 완화를 위해 중저신용자 대출에 더 적극적으로 바뀔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