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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세 강한 진주·밀양서도 “찍으러 안 간다” “이재명 50% 넘을 수도”
계엄·탄핵 입장 엇갈려…‘보수 단결 절실’ 한목소리

“드러워서 찍으러 안 간다는 이야기가 많다. 누구 좋은 일 시킬라고 더운데 가서 줄서겠느냐 이거지. 저쪽에서 몽둥이를 들고 나오면 쇠망치로 들고 나갈 용기를 가져야 할 낀데 안 죽으려고 쭈그린다. 추한 모습을 보면 국민이 어떻게 생각하겠나.”(진주 시민 하현호씨)

김문수 국민의힘 대통령 후보가 14일 경남 밀양시 밀양관아 앞에서 유세를 하고 있다. /뉴스1

21대 대선을 불과 20일 앞둔 14일. ‘탄핵 반대 사과’와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 문제를 두고 경남 민심은 엇갈렸다. 그러나 헌정사상 초유의 ‘후보 교체 사태’와 국민의힘 내부 분열에는 입을 모아 쓴소리했다. 계엄사태와 두 번째 대통령 탄핵, 강제 단일화 사태를 지켜보며 “경남도 달라져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진 모습이었다.

좌파 성지에서 보수의 요새로… 22대 총선서 ‘정권심판론’에도 13석 굳건
경남은 해방 직후 마산의 4·19혁명, 부마항쟁 등 민주화 세력의 본거지로, 본래 진보 성향이 강했다. 그러나 박정희 정권에서의 산업화, 1990년 3당 합당에 따른 김영삼 전 대통령과 군부세력의 연합 이후 급격히 보수화됐다. 2000년대 이후부터는 선거마다 보수정당이 확고한 우위를 점했다. 경남의 서부 진주도, 내륙의 밀양도 ‘국민의힘 몰표 지역’으로 분류된다. 다만 창원·김해·양산·거제 등 동부 경남은 노무현·문재인 전 대통령의 영향력으로 낙동강 벨트로 부상하며 진보와 보수가 경합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국민의힘 계열 정당은 2000년대 들어 22대 총선까지 최소 12석, 많을 때는 경남 16개 전 지역구에서 승리했다. 22대 총선에서도 대통령실발 악재가 쏟아졌지만 국민의힘은 직전보다 1석을 더 추가해 13석을 확보했고, 더불어민주당에는 동부권 ‘낙동강 벨트’ 3석만 내줬다.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14일 경남 밀양시 밀양관아앞에서 유세하기 위해 차에 오르고 있다. /연합뉴스

“드러워서 안 간다는 사람들 많아… 김문수 더 노력하고, 보수 뭉쳐야”
전통적인 보수 텃밭이지만 국민의힘을 바라보는 경남의 바닥 민심은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시민들은 대선 승리를 위해 사력을 다해야 할 때 보수 진영이 분열만 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경남 진주 시외버스터미널 2층에서 서점을 운영하는 하현호씨(80세·남)는 단일화 실패에 대한 아쉬움을 감추지 않았다. “김문수 후보는 양반이에요. 박정희 대통령도 ‘너는 운동권이지만 인간이 됐다’하고 낙동강 백사장에서 독대하고 인정한 사람인데, 당에서 단일화에 끼어든 게 시작부터 잘못된 거죠.”

그는 계엄에 대해선 불가피했다고 봤다. 그러면서 “지금은 탄핵 사과를 주장할 시점이 아니다. 윤석열도 탈당을 시키믄 안 되지”라며 보수 단결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하씨는 “후보도 노력을 많이 해야지. 열번이고 스무번이고 (경선에서 떨어진 사람들을) 불러야 한다. 이 시점에 싹 끌어와야지. 쇠망치 들 각오로 똘똘 뭉쳐야 될 시점”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옆에 있던 유미순(58) 씨도 고개를 끄덕이며 “이재명이 꼴 보기 싫어서 (김문수를) 찍어주기는 할 건데 단일화에 실망한 사람들 천지다. 홍준표고 한동훈이고 다 데려와야지, 이 판국에 무슨 체면을 따지냐”고 말을 보탰다.

밀양 아리랑시장 길가에서 만난 이모씨(62·남)도 “나는 원래 보수 우파”라고 자부심을 드러내며 “후보 교체나 탄핵 반대도 괜찮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이준석은 안 된다. 그래도 이겨야 하니 단일화는 해야죠”라며 역시 보수 진영 단일화가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김 후보의 선거 메시지나 유세 방식에 대한 지적도 나왔다. 민주당을 지지한다고 밝힌 밀양 시민 이모 씨는 “오늘 연설, 지난 번에 하던 거랑 찍어놓은 것처럼 똑같았다. 지역에 맞는 연설을 해야 하는데 지역 정책을 위해서 뭐 하러 왔는지 도대체 말을 안 하고 맨날 반대편 욕하는 것 밖에 안해요”라고 평가했다.

이날 밀양 유세장 왼편 건물에는 이재명 후보의 대형 사진 현수막이 걸려 있기도 했다. 김 후보도 이를 의식한 듯 연설 도중 두세 차례 사진을 가리키며 “여기 붙어있는 사람”이라고 언급했다. 후보가 집중 조명을 받아야 하는 유세 장소로는 다소 부적절했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이에 대해 현장에 있던 한 경남도의원은 “진주역은 공사 중이라 여기로 정한 것이다. 보통 선거 때마다 이곳에서 유세했었다”고 전했다.

14일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선거 유세를 하기 위해 도착하기 10여분전 밀양 관아앞 유세장. /박숙현 기자

“이재명, 이번엔 51% 넘을지도” “이준석은 아직 인물이 덜 됐다”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20여분간 “뭉치자! 찍자! 이기자”라며 목청껏 외쳤던 밀양관아 앞 아리랑시장.

반찬가게를 운영하고 있는 한모씨(67세·여)는 ‘바닥 민심이 어떤가’라는 물음에 “밀양은 (보수)텃밭이잖아”라면서도 “이재명이가 배짱은 있다”라며 자신을 이재명 후보 지지자라고 밝혔다. 이어 “오늘 연설에 모은 사람들은 국회의원이나 시장이나 시의원들이 나오라고 하면 안 나올 수가 없으니까 나온 거고, 숨은 데서는 전부 다 이재명이에요”라고 귀띔했다.

시장에서 만난 이들 사이에선 계엄 사태와 국민의힘이 추진한 ‘강제 단일화 사태’에 대한 실망감이 터져나왔다.

민주당 지지자라고 소개한 강모(56세·여)는 “행정력, 정치력은 이재명 후보를 따라올 사람이 없죠. 이미 검증돼 있잖아. 경기도지사, 성남시장을 해서 몇년 동안 검증이 돼 있다”며 “윤석열은 검증이 하나도 안 됐는데 데리고 와서 이런 꼬라지(지경)를 만들었다. 그런데도 사람들이 (김 후보 유세에) 모여서 이러고 있으니 통탄스럽다”고 했다.

1년 전 대전에서 이사왔다는 김모(64·여)씨도 계엄사태에 대해 울분을 털어놨다. 그는 “이거는 진보, 보수의 문제가 아니에요. 국민의힘이 탄핵 반대한 거 사과한다고 하면 (지지를) 생각해볼 순 있겠죠”라고 했다. 지난 주말 벌어진 ‘강제 단일화 사태’에 대해서도 “어린아이도 그렇게 안 해. 거기에서 우리는 너무 실망했어. 이번 일로 많이 변했지. 단일화하려면 진작 나왔어야지”라고 지적했다.

이어 “김문수를 나빠하지 않는다. 하지만 노동부 장관한 것밖에 그분에 대해서 잘 모른다”며 “이번에는 밀양에서 이재명이 (득표율이) 50%를 넘을지도 모른다. 밀양 중도는 다 민주당에 넘어갔다”고 했다.

시장 상인 박모씨(65세·여)도 “사위고 며느리고 딸이고 다 ‘이번엔 엄마 김문수 안 된다’고 난리에요. 늙은 사람들이 몰라도 너무 모른다고 한다”라며 과거 ‘1번만 찍어라’고 하던 시부모 대신 지금은 자식 세대의 의견을 듣는다고 했다.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에 대해선 ‘대선 출마는 이르다’고 평가하는 목소리가 많았다. 한씨는 “이준석보다야 한동훈이가 낫지”라고 했다. 김씨도 “이준석이는 아직은 인물은 아니잖아. 애기다 애기. 나중에 가서 봐야지, 아직은 이르다”라고 했다.

조선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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