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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 유모(42)씨는 지난해 차에서 신호를 기다리다 뒷차에 부딪히는 사고를 당했다. 허리 통증에 유씨는 가까운 한방병원에서 물리치료를 받았다. 치료 횟수가 계속 늘자 상대방 보험사는 “치료비를 더 청구하지 않는 조건으로 100만원을 주겠다”고 제안했다. 유씨는 “합의금 때문에 치료한 것은 아니었지만, 왜 교통사고를 당하면 일단 길게 치료받으라고 한 건지 알 수 있었다”고 했다.
교통사고 현장. 연합뉴스

보험사들이 자동차사고 피해자에게 합의금 명목으로 주는 '향후치료비'가 명확한 기준 없이 지급돼 보험금 누수의 원인이 된 것으로 나타났다. 14일 감사원이 공개한 ‘건강·실손·자동차 보험 등 보험서비스 이용실태’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2023년 보험사가 지급한 향후치료비(1조7475억원)는 전체 지급 치료비(3조7304억원)의 46.8%에 달했다. 그해 보험사가 지급한 병원치료비(1조9065억원)와 맞먹는 액수다.

금액 산정은 제각각이었다. 감사원이 12개 보험사 2645건 지급자료를 표본 조사한 결과 같은 부상에도 향후치료비는 큰 차이가 났다. 특히 A보험사는 염좌에 해당하는 부상 급수 14급 환자에게 최저 10만2000원, 최고 655만9000원의 향후치료비를 지급했다. 같은 부상에도 지급 보험금이 최대 64배까지 차이가 났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치료가 길어지면 보험금 지급 부담도 커져 더 청구하지 않는 조건으로 향후치료비를 건네는 것”이라면서 “결국 합의금으로 주는 것이기 때문에 환자가 버티면 액수도 늘어날 수밖에 없다”고 했다.

향후치료비의 지급 목적도 불분명했다. 감사원 결과 2022년 향후치료비의 83%(1조5000억원)가 후유 치료가 필요 없는 경상환자(부상급수 12~14급)에 나갔다. 또 2019년~2022년 향후치료비를 받은 사람(144만3000명) 중에서 6개월 이내에 같은 병명으로 추가 치료를 받은 사례는 22만7000명(15.8%)에 불과했다.

향후치료비를 받고 건강보험 급여까지 이중 수령한 사례도 많았다. 현행법상 이미 받은 배상액 한도 내에서 건강보험 급여 지급은 금지돼 있다. 하지만 감사원 감사 결과 최근 4년간(2019년~2022년) 연평균 37만여 명이 4769억원의 향후치료비를 받고도 822억원의 건보공단부담금을 또 수령했다. 감사원은 “이중 상당 금액은 이중 보상으로 추정된다”고 했다. 감사원이 14개 손해보험사를 전수조사한 결과, 2022년 1월부터 2024년 6월까지 이중 보상한 공단부담금 중 구상권 청구 시효가 남아 있는 사례는 3만2000명(611억원)에 달했다. 하지만 건보공단은 보험사 정보를 알지 못해 이중 보상에 대해 파악도 못하고 있었다.

감사원은 국토교통부 장관과 금융위원장에게 향후치료비 지급의 법적 근거와 절차·기준을 마련하고 건강보험 이중 지급을 막기 위해 건보공단과 보험사 간 지급 정보를 공유하라고 통보했다. 이와 관련해 금융위 관계자는 “추가 치료가 불필요한 경상환자에게는 향후치료비 지급을 금지하고, 중상환자에게는 명확한 지급 기준을 표준약관에 반영하는 방식으로 제도 개선을 추진하고 있다”고 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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