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AF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국과 관세협상 결과를 설명하면서 “통일과 평화에 도움이 된다”고 말해 대만이 충격파에 휩싸였다. ‘친미·독립’ 성향인 집권 민주진보당은 ‘통일’이라는 표현 자체를 기피한다. 이 때문에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 시장을 개방하는 대가로 대만을 내준 것 아니냐는 의혹까지 제기됐다.
대만 중국시보와 중국 관영 환구시보 등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12일(현지시간) 워싱턴DC 백악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미·중 관세협상 결과를 설명하면서 “중국은 완전히 개방하기로 했다. 중국에도 우리에게도, 통일과 평화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앞서 “제네바 회담은 매우 우호적이었고 관계도 매우 좋았다”며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통화할 것이다. 아마도 이번 주말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중국시보는 “통일과 평화를 언급한 이 연설이 준비된 연설인지, 즉흥적인 것인지 확인하기 어렵다”면서 “외부 에선 미·중 관세협상에서 대만 문제가 거론됐을 거라는 추측이 불거졌다”고 전했다.
대만 시사평론가 셰한빙이 이 논란에 불을 지폈다. 그는 13일 한 라디오 프로그램과 인터뷰에서 “중국과 미국이 대만 문제에 대해 어느 정도 합의에 도달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명확한 내용은 ‘시진핑-트럼프 회담’에서 나올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어 “미국재대만협회(AIT·미국의 주대만 대사관 역할을 하는 곳)가 곧 라이칭더 총통에게 (독립 추구에 대한) 브레이크를 밟으라고 요구할 것”이라며 “라이 총통은 ‘우리는 장기 선수이지 장기 말이 아니다’라고 주장하지만, 트럼프에겐 그저 장기판일 뿐”이라고 비꼬았다.
엑스 등 소셜미디어에서도 큰 논란이 일었다. 한 누리꾼은 “대만인으로서 트럼프 대통령이 무슨 말을 한 건지 잘 모르겠다. 설명해 달라. 우린 중국과 통일하고 싶지 않다”고 적었다. 다른 누리꾼은 “트럼프 대통령이 대만을 배신한 것인가”라고 반문했다.
미국에 체류중인 학자 웡리중은 “트럼프가 대만을 팔아먹으려는 것이 아니라 그의 언어 스타일이 일관되게 그럴 뿐”이라며 “과도하게 해석할 필요는 없다. 냉정하게 보라”고 말했다.
파장이 커지자 미국과 대만의 당국자들이 진화에 나섰다. AIT는 14일 긴급 성명으로 내고 트럼프 대통령이 언급한 ‘통일’은 미·중 무역관계를 겨냥한 것이며, 미국의 대만에 대한 정책은 변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미 국무부 대변인도 “트럼프 대통령은 분명히 미·중 무역 관계의 맥락에서 말한 것”이라며 “대만에 대한 미국의 정책은 변함이 없다”고 대만 중앙통신에 해명했다.
궈야후이 대만 총통실 대변인은 “현재까지 입수한 정보로는 미·중 협상에 대만 문제는 포함되지 않았다”면서 “상황을 계속 모니터링하면서 도전에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대만 외교부도 “미·중 무역 협상에서 대만 문제는 언급되지 않았다”며 “대만에 대한 미국의 공약은 확고하며 변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환구시보는 “이번 논란은 관세협상의 물결 속에서 배신당할까 두려워하는 대만 당국의 불안감을 보여준다“면서 “그들은 중국과 미국이 계속 대립하지 않고 예비적 합의에 도달할까 두려워하고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