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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교보생명


교보생명의 금융지주사 전환과 기업공개(IPO)에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그동안 지주사 전환의 걸림돌이 됐던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과 재무적투자자(FI) 사이 풋옵션(특정 가격에 주식을 되사는 것) 분쟁이 일부 해소됐다. 국내 1위인 SBI저축은행을 교보생명이 인수합병(M&A)하며 체급도 커진다.
손보 대신 저축은행 1위사 인수

교보생명은 저축은행 운영 경험이 없는 점을 고려해 SBI저축은행의 지분을 단계적으로 취득할 예정이다. 금융당국으로부터 대주주 승인을 받은 뒤 올해 하반기 중으로 30%의 지분을 취득한다. 금융지주사 전환에 맞춰 2026년 10월 말까지 ‘50%+1주’를 인수할 계획이다.

거래 대상은 SBI저축은행 최대주주인 SBI홀딩스이며 인수금액은 약 9000억원이다. 수조원에 달하는 손해보험사 대신 비교적 적은 비용으로 새로운 수익원을 확보하고 수신 기능이 있는 포트폴리오를 추가해 안정적인 금융지주사 전환을 시도하겠다는 전략이다.

시너지도 기대된다. 보험사에서 대출이 거절된 고객을 저축은행으로 유입해 가계여신 규모를 1조6000억원 이상 확대할 방침이다. SBI저축은행의 예금을 교보생명의 퇴직연금 운용 상품으로 활용하는 등 방식도 있다.

디지털 금융 시장에서도 고객 접점을 더욱 늘릴 계획이다. 현재 교보생명 애플리케이션(230만 명)과 SBI저축은행 사이다뱅크앱(140만 명)을 합쳐 총 370만 명의 금융 고객을 확보하게 된다. 보험에 익숙하지 않은 MZ세대(밀레니얼+Z세대) 고객층을 적극 유입하겠다는 복안이다.

금융당국의 승인은 넘어야 할 산이다. 당국은 이번 거래에 대해 복합적인 심사 잣대를 들이댈 것으로 보인다. 대주주 적격성, 지배구조 안정성, 자금조달 투명성, 시장 경쟁 및 소비자 보호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한다.

SBI저축은행은 2024년 말 기준 총자산 14조289억원, 자본총계 1조8995억원, 거래 고객 172만 명을 보유하고 있다. 순이익은 2021년 3495억원, 2022년 3284억원, 2023년 891억원, 2024년 808억원이었다.

SBI저축은행의 최대주주는 일본 종합투자금융그룹 SBI홀딩스다. 현재 자사주 14.77%를 제외한 85.23%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SBI그룹의 기타오 요시타카 회장과 신 회장은 오랜 친분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교보생명과 SBI그룹은 2007년부터 전략적 협력 관계를 이어오며 다양한 금융 분야에서 협업해왔다. 과거 우리금융 인수 추진, 제3인터넷은행 설립 논의, 디지털 금융 협력 등 주요 사업에서 파트너십을 구축했다.

지난 3월엔 SBI홀딩스가 FI인 어피니티 지분 9.05%를 인수하면서 신 회장과 FI 간 풋옵션 분쟁을 해결하는 데 기여했다.


그래픽=송영 기자


풋옵션 분쟁 불씨 여전

풋옵션 분쟁은 잠재 리스크로 지목된다. 신 회장은 어피니티 컨소시엄과 풋옵션 분쟁을 7년간 이어왔다. 어피니티 등 일부 FI와는 합의했지만 IMM프라이빗에쿼티(IMM PE)와 EQT파트너스(EQT)와의 갈등은 현재도 진행 중이다.

IMM PE와 EQT는 투자손실이 발생하지 않는 수준에서 매각 가격이 형성돼야 한다는 견해를 고수해왔다. 특히 EQT는 투자자들이 원금을 회수할 수 있는 최소 금액선(주당 28만5000원) 밑으로 지분을 팔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신 회장 측이 EQT의 가격 조건에 어느 정도 보조를 맞추며 협상을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신 회장이 EQT 지분까지 인수한다면 풋옵션 분쟁과 관련된 FI는 IMM PE만 남게 된다. IMM PE와의 협상은 쉽지 않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주요 출자자로 국민연금이 포함돼 있어 절차적 공정성을 확보하는 게 중요한 과제인 것으로 알려졌다.

신 회장은 교보생명 보유 지분 전량을 증권사에 담보로 제공하고 인수대금을 조달해 SPC를 설립했다. 명목상 SPC가 FI들의 지분을 순차적으로 사들이고 있지만 실질적인 인수 주체는 신 회장이다.

앞서 신 회장은 어펄마캐피탈의 보유 지분을 주당 19만원대에, 어피니티와 싱가포르투자청(GIC)은 각각 주당 23만원대에 인수했다. 이로 인해 교보생명의 평균 매입 단가는 20만원대 초반 수준으로 형성된 상태다.


그래픽=송영 기자


승계작업 시작?

풋옵션 분쟁이 일부 해소되면서 교보생명의 지주사 체제 전환에 청신호가 켜졌다. 지주사 전환은 2대 주주였던 어피니티의 반대로 그동안 답보상태였던 것. 지주사로 전환하면 계열사 간 시너지 창출은 물론 출자 여력이 확대되면서 다양한 사업에 뛰어들 수 있는 발판이 생길 수 있다.

회사는 올 상반기 금융위원회에 금융지주사 전환 인가를 신청하고 내년까지 지주사 체제 전환을 완료할 계획이다. 금융지주 설립은 신 회장의 숙원이기도 하다. 교보생명은 증권사, 자산운용사, 신탁사를 자회사로 두고 있지만 저축은행, 손해보험, 캐피털 등 다른 금융사 포트폴리오가 없는 상황이다.

일각에선 지주사 설립 작업이 경영승계를 위한 밑작업이라는 시각도 있다. 지주사 전환 과정에서 신 회장의 지배력을 높이고 자녀에게 지분을 증여하는 식이다. 신 회장은 슬하에 아들 둘을 뒀다.

하지만 장·차남의 그룹 내 소유 지분은 0%다. 신 회장의 보유 지분은 39.11%다. FI와의 거래가를 기준으로 회장이 보유한 지분 가치를 추정하면 1조8000억원이 넘는다. 두 아들이 지분 모두 증여받을 경우 최대주주 할증까지 붙어 세금만 1조원 넘게 내야 한다. 향후 교보생명이 지주사 전환과 기업공개(IPO) 등으로 주식 가치가 올라가면 증여세는 더 늘어날 수 있다.

승계 작업을 위한 자금 마련이 쉽지 않다보니 일각에선 전문경영인 체제로 전환할 가능성도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다. 신 회장은 능력 있는 자에게 회사를 맡기겠다는 인사 철학을 견지하고 있다.

장남 신중하 교보생명 상무는 지난해 말 임원으로 승진하며 경영 전면에 나섰다. 신 상무는 그룹경영전략을 총괄한다. 그동안 담당해 온 디지털 분야는 신설 조직인 인공지능(AI)활용·고객의소리데이터담당 조직에서 지휘한다.

차남인 신중현 실장은 자회사인 교보라이프플래닛에서 근무하고 있다. 2020년 입사 이후 장남처럼 디지털 전략을 주도해 왔고 지난해 4월 디지털전략실장에 올랐다. 사회초년생 시절 SBI스미신넷뱅크와 SBI손해보험에서 근무하며 SBI그룹과 인연을 맺기도 했다. 두 형제의 앞으로의 성과가 승계 방향을 결정할 열쇠가 될 것으로 보인다.

한경비즈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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